[여성소비자신문] 밥과 별과 시

-박광영-

손모내기를 한 적이 있다 
논물이 종아리 넘도록 들어찬 개흙 바닥 
허리를 굽히고 손을 놀려 모를 꽂았다 
흙탕물 위에서도 하늘은 파랬다 

논물에 하늘이 담겨 있었으니 
그때 별을 박았던 건 아닐까 
하늘에 별과 밥을 심었던 그 후로 
적당히 먹고 사는 일에 덜 미안했다 

밥과 별이 여태 다른 줄 알았다 
밤마다 급하게 걸었던 구둣발 자국 
밥을 버는데는 영 소질이 없어, 
그 말에 뭉툭한 손가락이 떨렸던 적이 있다 

여름 밤새 
별무리 속으로 끌려갈 듯 들여다보고 
혹시 밥이나 별이나 
가슴으로 우수수 떨어지지 않을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것이다 

공무원으로 퇴직하고 지금은 오로지 시 속에서 사는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을 읽으며 시인이 좋아하는 대숲에서 이제 스스로 청청한 대나무로 하늘을 향해 뻗고 있는 결 고운 서정이 댓잎 스쳐 가는 맑은소리를 듣는다.

박광영 시인은 그 바쁜 직장생활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지역 문학인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인 아내로부터 “맨날 시는 안 쓰고 뒤치다꺼리나 하고 다니냐”(‘김밥’)는 핀잔을 듣곤 하나 보다.

그래도 천성이 선하고 낙관적인 시인은 시와 함께 살고 있었기에 모내기를 하면서 하늘이 담겨 있는 논물을 보며 별을 박고 있었지 싶다. “하늘에 별과 밥을 심었”다는 이 기막힌 우주적 상상력과 생명성, 그리고 인간이 살고 존재하는 가치까지 생각게 하는 힘이 곧 박광영 시인답다.  

허형만 시인  hhm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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