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소설 ‘1984년’을 쓴 조지 오웰의 예언적 경고처럼 “거짓된 세상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곧 혁명이다”라는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 인공지능(AI)까지 가짜 뉴스(페이크 뉴스, fake news)를 만들어 내고 있다.

주황색 승려복의 스님께서 젊은 승려들과 함께 무대에서 ‘록 앤 롤’ 기타연주를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서 전세계에 퍼져 나갔다. 국민의 95%가량이 불교 신도인 태국에서 AI로 만들어 유포시킨 가짜 사진들이다.

전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려복으로 예불하는 사진과 함께 푸틴 대통령이 불교로 개종했다는 거짓 정보와 사진이 퍼져나간 적이 있다. 태국의 불교계와 정부는 불교의 평판을 헤치고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경고하며 사이버 범죄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종교를 웃음거리로 만든 이웃나라의 가짜 뉴스에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한 허위정보, 거짓과 속임수가 넘쳐나는 아수라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오늘도 부딪치는 거짓 정보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핸드폰에 모 신용카드사 이름으로 보내진 사기성 메시지 때문이다. 내 이름으로 신용카드가 발급되었으니 확인을 위해 기재된 전화번호로 연락 바란다는 것이다.

곧바로 범죄조직의 보이스 피싱임을 눈치채고 스팸 메일로 신고하고 지웠다. 매월 두서너번씩 받아보는 거짓 정보나 사기성 SNS에 불안하고 짜증스럽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범죄조직의 교묘함 때문에 당하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가 막대하며 어떤 대학교수는 10억원 가까운 피해를 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와 같은 범죄조직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그릇된 정보에 의한 피해는 참으로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피해를 당한줄 모르는체 당하는 것 중 하나가 유튜브 동영상이다. 몇 개월 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의 조사에 의하면 폐암과 관련한 유튜브 동영상 중 조회수 1만회 이상인 171건 가운데 잘못된 정보를 포함한 것이 78개(45.6%)이었다고 한다.

조지 오웰의 경고가 더욱 심각하게 여겨지는 것은 권력을 지닌 지식인이나 지도자들이 탈진실 시대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 쟁취를 위해 갖가지 거짓과 음모를 동원하고 허위임이 드러나면 “그정도의 잔기술은 통용”된다며 너스레를 떤다. 면책특권을 누리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가짜 뉴스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이들은 마치 가짜 뉴스를 생산하여 돈벌이를 하는 것 같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야말로 대표적인 면책특권을 활용한 정치인의 가짜뉴스이었다. 명백한 거짓으로 들어났음에도 사과는커녕 탄압받는 피해자 코스프레로서 가짜 뉴스를 퍼뜨린 유튜브 채널과 함께 후원계좌와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막대한 수익금을 거두었다. 근거 없는 정보라도 많이 퍼뜨리다 보면 하나라도 히트를 치게되고 그것이 성공이라며 국민들을 조롱했다.

우리는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가짜 뉴스, 거짓 정보가 온 나라를 뒤흔든 뼈아픈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반성이나 대책은커녕 여전히 거짓이 사실과 진실을 농락하고 있다. 자신들은 실컷 먹고 즐기던 미국 소고기를 광우병 감염 소고기라는 거짓 정보로 축산업자를 곤경에 빠뜨리더니 얼마 전에는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처리수를 동위원소 오염수라고 외치며 생선과 소금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과학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쳤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가 그의 아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기피했다는 가짜 뉴스 때문에 선거에 패배했다. 거짓 정보의 단맛 때문인지 지난번 대통령선거에는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을 상대방 후보에게 뒤집어 씌우는 가짜 뉴스로 현 대통령이 패배할 뻔했다.

지난번 정권은 국가의 각종 통계를 조작하여 가짜로 포장하는 사기꾼 짓거리로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였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조리하여 장기집권을 노렸음이 감사원 조사로 드러나고 있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것과 같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성공담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이처럼 거짓된 정보와 속임수가 일상화되면서 서구의 사회학자들은 오늘날의 시대적 변화를 포스트트루스(post-truth) 시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옥스포드 영어사전’에서 2016년에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탈진실’이라는 말로 시대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진실이라는 뜻의 투루스(truth)앞에 붙은 포스트(post)는 뒤 또는 이후라는 뜻이라기보다는 벗어남, 퇴색이라는 뜻으로 쓰인 접두사이다. 문제는 탈진실로서 재미를 보는 부류의 사람들이 대부분 학력 수준이 높은 지식인 노동자 또는 사회지도자들이라는데 있다.

미국에서도 자신이 만든 가상의 데이터를 근거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나서 거짓을 감추고자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더욱이 가짜뉴스에 맛들인 사람들에게 더욱 편리한 거짓말 기계(lie machine)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P. N. Howard 교수는 거짓 정보를 만들고 퍼뜨리는 SNS나 AI와 같은 정보전달 도구를 거짓말 기계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전달 수단 덕분인지 몇년전 미국 MIT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진짜 뉴스에 비해 가짜 뉴스의 확산 속도가 6배나 빠르고 더 멀리 퍼진다고 한다.

따라서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는 개인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어느 나라이건 국가적 대응책에 부심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DSA(디지털 서비스법)를 시행함으로써 거짓 정보, 성, 종교 차별 콘텐츠 등을 걸러내지 못하면 매출의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미 독일 정부는 페이스북이 허위 정보를 방치했다는 명목으로 200만 유로(약26억6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법률이나 제도가 있더라도 최종적인 피해를 당하는 것은 개인이므로 국민 각자의 경각심과 주의가 더 중요하다.

거짓에 맞서 싸우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거짓말쟁이는 결코 설득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첫째는 각자의 인지 편향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 사실과 과학적 진실을 우선시해야 한다. 과학적인 진실과 조사된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의견이나 감정을 배제하려는 비판적이고 합리적 사고가 필요하다.

다음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각종 정보 통신 기구나 기계 즉 거짓말 기계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공부해야 한다. 그리하여 수없이 들어오는 정보와 주장들의 출처와 근거자료를 확인하는 수고와 미심쩍은 것은 전문가를 통해 확인하려는 노력이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될 수 있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