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늙은 봄날

-윤수천-

화단 옆 의자에 앉는다 
볕 좋은 오후다 
어디선가 바람 한 줄기 건너와 졸음을 쫓는다 
외롭냐고? 
천만에! 
이보다 더 달콤할 수 없다 
주방에서는 늙은 아내가 저녁 준비에 한창이다
달그락 달그락 
사기그릇 부딪는 소리 
아내의 콧노래 소리도 들린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아내는 언제고 봄날이다 
봄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다 
나는 이런 늙은 봄날과 사는 게 참 행복하다 

인품이나 작품성에서도 후배 문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윤수천 시인은 팔순의 나이에도 젊은 문인들보다 더 창작열이 드높다.

오랫동안 경기일보에 ‘생각하며 읽는 동시’를 연재하면서 아동문학의 지평을 넓혀가는 따뜻한 마음이기에 윤수천 시인이 쓴 동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초등학교 4-1 국어활동 교과서에 동화 ‘할아버지와 보청기’가 수록되었다.

특히 윤수천 시인은 아동문학계에서는 가장 인세를 많이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간 기아대책, 사랑밭, 꽃동네, 어린이심장재단, 세계화장실협회, 세이브더칠드런, 뇌성마비협회 등에 후원금을 말없이 기부하고 계신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아내는 언제고 봄날이다/ 봄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다/ 나는 이런 늙은 봄날과 사는 게 참 행복하다.” 아, 이 달관의 시학이여, 봄날처럼 따뜻한 시혼이여.  

허형만 시인  hhm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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