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동백의 뜰에서

-최명숙-

바람이 심심한지 한 차례씩 소리 내어 울면 
나무들은 몸으로 답례를 하고 

눈이 차례가 됐다고 눈꽃을 허공에 날리면 
애기동백 노란 꽃술 빈 의자에 사뿐히 내려앉고 
흙 위를 소리 없이 걷는 검은머리박새 눈꽃을 쪼아대자 
샘이 났는지 하늘이 밝아지며 따스한 햇살을 뿌린다 
돌확에 담긴 흰동백, 분홍동백 부끄러운지 
물속 하늘로 숨어버리고 

애기동백 내려앉은 차디찬 빈 의자 두 개 
당신만을 사랑하는 붉은 동백의 뜰로 
손 꼭 잡고 같이 오라고 속삭인다 
늦게 와도 괜찮다고 
꼭 같이 오란다 

최명숙 시인은 2019년에 등단하여 4년 만에 첫 시집 ‘동백의 뜰에서’를 출간했다. 최명숙 시인의 시정신으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생명성이다.

최명숙 시인이 접하는 장소와 풍경은 모두 살아 숨 쉬는 생명성으로 충만하다. 이는 참된 발견으로부터 출발한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한다. “참된 발견의 항해는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라고. 인용의 시에서 보면 최명숙 시인은 우주의 소리를 듣는 특별한 귀를 갖고 있다. “바람이 한 차례씩 소리 내어 울면” “마무글은 몸으로 답례를 한다”. 바람과 나무의 소통이다. “눈이 눈꽃을 허공에 날리면” 눈꽃이 “애기동백 노란 꽃술에 사뿐히 내려 앉”는다.

눈꽃과 애기동백 꽃술의 합일이다. 블랑쇼의 말퍼럼 사물을 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부재를 환기하는, 이러한 시쓰기는 최명숙 시인을 시인답게 하는 힘이다. 

허형만 시인  hhm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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