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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리아 길 위의 세브란스관
황인자 한국외대 초빙교수 / 젠더국정연구원 대표 | 승인 2023.10.11 10:22

[황인자 칼럼=여성소비자신문] 서울 종로의 골목길 역사탐방코스에 독립운동가 김마리아의 길이 조성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그 길 위에 근대 여성 교육의 산실인 ‘세브란스관’이 서 있다. 세브란스관은 미국의 자선사업가인 세브란스의 기부와 캐나다의 유명한 건축가인 헨리 고든의 설계로 세워졌다.

옛 정신여학교(현 정신여고)의 연지동 교사로 1910년 건축된 세브란스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르네상스식 벽돌 건물로 당대 서울에서는 드물게 볼 수 없는 방대한 건물이었다.

수세식 화장실과 침대방을 갖추고 전기와 수도 시설, 가스 설비가 완비된, 학교 시설 또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처음에는 기숙사로 쓰이다가 점차 학교 본관으로 사용하였다.

세브란스관은 김마리아를 비롯하여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하였다.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항일여성 독립운동의 본거지가 되었다.

모교 교사로 있던 김마리아는 전국 최대조직으로 결성된 여성 비밀 항일단체인 대한민국애국부인회를 이끌다가 3·1운동의 배후 주동자로 지목돼 세브란스관에서 두 번이나 체포·연행되었고 당시 애국부인회의 비밀문서 등 귀중한 독립운동 자료들을 마룻바닥을 뚫고 숨겨놓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근대 건축물로 110년이 넘은 세브란스관은 사라져서는 안 될,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역사적인 건물이다. 정신여고가 1970년대 말 연지동에서 잠실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개인 소유로 넘어가 일반 회사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면서 우리의 소중한 역사문화자원을 보존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황인자 한국외대 초빙교수 / 젠더국정연구원 대표  eqhw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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