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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붕괴, 학부모의 가치관과 교사의 권위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9.20 11:15

[여성소비자신문] 일본 식민통치 이후 6.25 전쟁으로 모든 것을 다 잃은 우리나라가 70여년만에 자유민주 국가로 세계 10대 강국 대열에 서게 된 바탕은 성공적인 교육에 있다. 효율적인 제도와 과감한 교육투자는 선진국들의 부러움을 사오기도 했다.

2023년도 우리나라 교육 예산 및 기금이 102조에 이른다. 그러나 외적인 성공의 이면에 움트고 자라온 내적인 질적 저하가 최근 들어 그 실상을 드러내고 있다. OECD 국가 중 8위의 교육투자에도 교육시스템의 질은 75위라는 보도가 말해주듯이 우리교육의 불편한 진실이 교사들의 장외투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초 아동복지법 상 ‘정서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광주의 어느 교사를 위해 1800여명의 교사들이 연명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기사가 일간지의 사회면에 보도되었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싸움을 하며 책걸상을 넘어뜨리고도 ‘잘못한 게 없다’고 쓴 학생의 반성문을 찢었다는 이유로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의 검찰 수사를 받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잘못을 하고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학생이 있어도 ‘아동학대’ 신고가 두려워   훈육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경험한 교사들이 나선 것이다. “학생 싸움을 말리다 욕을 듣고 대신 맞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교실 붕괴는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서울의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근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올해 들어서만도 국내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및 교권 침해 사건이 연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한 교사들이 진상규명과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와 대규모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절망한 상당수의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으며 교권침해보험에 가입을 하는 수가 늘고 있고 보험금 지급 건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보험금 지급 사례를 보면 교사들에 대한 폭언, 폭행, 성희롱, 명예회손 등 다양한 교권 침해가 행하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교사의 권위는 밑바닥까지 추락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유교 전통이 있어서 스승의 은혜는 부모나 임금과 동일하게 여겨질 만큼 스승인 교사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지식은 물론 삶의 지혜를 가르치며 인생의 멘토가 되기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며 교사는 존경과 권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로 한자녀 가정의 사회구조 속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그릇된 교육 가치관을 지닌 학부모의 민원이 넘쳐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기원전 4천여년 전 수메르(Sumer) 기록에도 있듯이 교육 훈련을 좋아하는 학생은 없다. 그런데 학교의 교육과 훈육을 ‘정서학대’로 여기고 교사를 향한 법적 대응하려는 학부모들이 있는 한 교실붕괴는 피할 수 없다. 교실붕괴 현상은 담임 기피에서 시작된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2월초에는 교사들의 담임 배정이 시작된다. 교사들은 담임 맡기를 싫어한다. 담임 배정을 받으면 아예 휴직하는 교사들도 있다고 한다. 특히 학교 폭력을 담당하는 부장은 기피 대상이다. 학생들의 거친 행동과 함께 교사에 대한 거부 반응이 심할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로부터 민원들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즉 교실붕괴의 일차적인 원인은 감정조절이 어려운 학생들의 난폭성과 이를 수습하려는 교사들을 ‘정신학대’로 모는 부모들의 그릇된 교육 가치관에서 시작된다. 학생이 교육훈련을 싫어하는 것을 본능적인 것으로 치부한다면 교실 붕괴는 일차적으로 부모의 그릇된 교육 가치관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교육을 ‘내 자녀 성공’을 위한 제도이며 교사를 제도에 필요한 도구 정도로 여긴다면 올바른 교육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 과학자들을 배출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교육 가치관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모든 자녀에게는 타고난 재능과 소질이 있어서 교육은 이들을 계발시켜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잘 쓰도록 창의력을 키워 주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랍비나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이들을 존경하고 권위를 인정한다.

유대인 어린이들은 남자13세, 여자12세가 되면 성인식을 갖는다. 이때 성인식을 주례하는 랍비와 문답을 한다. “사람은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티쿤 올람(tikkun olam)” 즉 “세상을 고치기 위하여”라고 답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선하게 가꾸어 나가는 것이 자신이 태어난 이유이며 사명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과 유사하다. 우리나라에도 홍익인간 사상을 담은 국민교육헌장이 있었으나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라며 1994년에 폐기됐다.

교사의 권위 추락 원인은 교사 자신들에게도 있다. 지금은 사라진 관행이지만 한 때는 학부모가 교사를 만나 촌지(돈)나 선물을 주는 것이 예의로 여긴 적이 있다.

최근에는 교사들의 정치적 이념이나 개인 취향을 학생들에게 강요함으로서 사회 정의나 윤리를 훼손하고 부모들의 원성을 사곤 한다. 학생들을 데리고 빨치산 추모제에 참석하며 잘못된 역사교육을 시키는가하면 대기업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행을 한다면서 견학을 기피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게다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성소수자 축제(퀴어축제)를 소개하여 어린 학생들에게 그릇된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교육은 한 개인은 물론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러기에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수메르에서 기원전 4000여년 경에 이미 학교가 세워지지 않았는가? 2천여년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며 정치가, 작가인 플루타르코스(L. M. Plutarchus)도 “아버지로부터 생명을 받았고 스승으로부터는 삶의 지혜를 받았다”라는 말로 스승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진정한 교육은 전문가인 교사의 권위를 높여주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의 올바른 교육 가치관과 함께 스승으로서 존경과 권위를 잃지 않기 위한 교사의 노력이 우선 되어야 하겠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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