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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읽기] 김명수 '가을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9.19 12:32

[여성소비자신문] 치르륵 치르륵

풀벌레 소리

 

풀숲에 숨어 우는

풀벌레 소리

 

소리 없이 강물은

흘러서 가고

 

밤하늘 은하수도

흘러서 가고

 

치르륵 치르륵

풀벌레 소리

 

소리 없이 가을밤도

깊어만 가고

 

바람이 서늘 불고 하늘이 높아져 가는 가을 들판은 적막하다. 풀숲을 베러 부모님 산소를 찾아가는 길, 풀벌레들이 폴짝폴짝 튀어 오르며 반긴다. 너희들은 조금도 다치지 않게 웃자란 풀만 베고 돌아갈 거라고 약속한다. 풀은 여름내 무성해져 길을 막고 뒤엉켜 있다.

그날 밤 조용한 시골집에서 풀벌레 우는 소리를 구슬프게 들었다. “풀숲에 숨어 우는/풀벌레 소리” 일까?  “치르륵 치르륵” 적막한 가을밤을 노래하고 있다. 왠지 서러운 풀벌레 울음소리가 오래도록 창문을 두드린다.

너의 별, 나의 별도 함께 떠 있고 푸른 달빛도 내려와 풀벌레의 친구가 되어 준다. 시간은 가을 속 깊이 흐르는데 풀벌레는 폴짝폴짝 어디로 가려나. 김명수 시인의 시 「가을밤」을 나직이 읊으며 여기저기 제초제로 뒤덮여 흐느끼는 풀숲을 도도한 강물로 씻어내 본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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