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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상의 그 노래 그 사연] 한해 12가지 달 모습 재미있게 묘사한 신민요 '달타령'신선지 작사, 오영원 작곡, 김부자 노래...1972년 음반 발표 ‘대박’ 중장년층 노래방애창곡 ‘리메이크 0순위곡’ 외국동포들에도 인기
왕성상 언론인 / 가수 | 승인 2023.09.18 12:40

[여성소비자신문]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이월에 뜨는 저 달은 동동주를 먹는 달

삼월에 뜨는 달은 처녀 가슴을 태우는 달

사월에 뜨는 달은 석가모니 탄생한 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오월에 뜨는 저 달은 단오 그네 뛰는 달

유월에 뜨는 저 달은 유두밀떡 먹는 달

칠월에 뜨는 달은 견우직녀가 만나는 달

팔월에 뜨는 달은 강강수월래 뜨는 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구월에 뜨는 저 달은 풍년가를 부르는 달

시월에 뜨는 저 달은 문풍지를 바르는 달

십일월에 뜨는 달은 동지팥죽을 먹는 달

십이월에 뜨는 달은 님 그리워 뜨는 달

 

대중가수 김부자가 부른 ‘달타령’은 흐름이 빠르면서도 따라 부르기 쉬운 곡이다. 우리나라 순수민요로 알려졌지만 현대적으로 만든 신민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창작곡이다. 신선지 작사, 오영원 작곡으로 1972년 발표됐다. 4분의 4박자 디스코리듬의 경쾌한 흐름이다.

‘달타령’ 발표 때만 해도 신민요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부자도 이 노래가 크게 히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노래는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작곡가가 어느 날 김부자에게 “민요와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며 취입을 권해 태어난 것이다. 아기를 가진 임신부 몸으로 열심히 연습해 음반으로 나왔지만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임신 8개월이어서 평소 잘 입지 않았던 한복을 입고 녹음한 일화가 있다.

 노래반응은 대박이었다. 1년 열 두 달(1~12월) 12가지 달의 모습을 각기 다른 의미와 절기로 재미있게 묘사해 크게 히트한 것이다. 노랫말은 3절까지 나간다. 첫 소절(‘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은 모두 같지만 그 다음 소절부터는 열두 달을 4개월씩 나눠 가사를 지었다. 흥겨운 리듬, 맛깔스러운 김부자의 목소리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달타령’ 정치현장에도 등장

‘달타령’은 김부자의 대표곡이자 빅히트곡으로 꼽힌다. 그가 ‘신민요의 여왕’으로 불리는 것도 이 노래 덕분이다. 구성지고 간드러진 음색, 리드미컬한 멜로디로 음반이 나오면서부터 모든 세대에게 친근히 다가갔다. 중·장년층 노래방애창곡이자 가수들 ‘리메이크 0순위 곡’으로도 인기다.

특히 김부자의 베스트음반(CD)과 한국대중가요사의 히트곡모음집에 실리면서 1960~70년대를 대표하는 창작신민요로 평가받고 있다. 이영화, 김용임, 김소희, 김민경, 이박사, 나운도 등 여러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명절 때면 자주 들을 수 있다. 2000년 초반 휴대전화 기본벨소리로도 ‘달타령’이 흘러나왔다.

김부자는 이 노래 취입을 계기로 신민요를 많이 불렀다. 그의 민요메들리도 덩달아 상종가였다. 올 2월 ‘미스트롯2’ 출신 김다현, 김태연과 송가인, 임영웅 등 트로트후배가수들이 ‘달타령’을 불러 젊은 세대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달타령’은 정치현장에까지 등장했다. 2017년 3월 29일 오후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충청권 경선장에서다. 안정적인 승리를 노리는 문재인 후보지지자들이 ‘달타령’을 불렀다. 문 후보의 성인 ‘문(moon)’이 달을 뜻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지지자들은 “4월에 뜨는 저 달은 후보확정 되는 달, 5월에 뜨는 저 달은 대통령이 되는 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사는 중국 길림성, 흑룡강성, 요령성에서도 ‘달타령’이 불리고 있다. 조선족학교 8학년의 ‘의무교육 조선족학교 교과서(상권)’에 실려 학생들이 애창한다. 내용은 김부자 노래와 비슷하다. 1월부터 12월까지 한민족의 명절, 절식(節食), 놀이를 주제로 엮은 것이다.

선율은 떠는 목, 평으로 내는 목, 꺾는 목의 3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굵고 극적으로 부르는 게 특징이다.

1960~70년대 신민요열풍 일으켜

이 노래주인공 김부자는 여고 1학년 때인 1964년 동아방송(DBS) 프로그램 ‘가요백일장’에서 대상을 받고 가요계에 발을 디뎠다. 그의 나이 16살 때다. 그해 김세레나, 조미미 등 신인가수들과 함께 낸 데뷔음반에서 그는 ‘강화아가씨’, ‘떠나갑니다’를 발표했다.

1968년 오아시스레코드가 내놓은 영화주제가 ‘팔도기생’(허헌 작곡)이 그의 첫 히트곡이다. 스크린 최고스타 김지미, 태현실, 윤정희, 문희, 남정임 등이 출연해 영화흥행과 더불어 주제곡이 히트해 이름을 본격 알렸다.

김부자 취입곡들 중엔 국악풍이 돋보인다. ‘금수강산에 백화가 만발하구나’, ‘달과 함께 별과 함께’, ‘사랑은 이제 그만’, ‘일자상서’, ‘당신은 철새’, ‘카츄샤’ 등이 히트하면서 김세레나와 함께 1960~70년대 신민요 열풍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아마추어가요대회에서 상을 받으며 같은 소속사에 들어가 경쟁자이자 친구가 됐다.

김부자는 월남, 중동, 독일 위문공연을 통해 우리교민들(군인, 근로자, 광부, 간호사 등)을 즐겁게 하면서 향수를 달랬다. 한일국교정상화 이후부터는 일본 각지를 돌며 교포위문공연을 가졌다. 베트남전쟁 땐 파월장병들에게 최고인기가수로 꼽혔다. 그는 군용비행기를 타고 현지로 가면서 “공연 중 전사해도 좋다”는 각서까지 쓴 후일담이 흥미롭다.

‘달타령’ 취입 때 입기 시작한 한복은 그의 ‘상징 옷’이 됐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무대에 설 땐 한복차림이다. 그는 “한복이 체형에 잘 어울리고 입으면 마음이 편하다. 드레스를 입으면 가벼운 느낌이 든다”며 공연 땐 꼭 한복을 챙긴다.  

아담한 키(158cm)에 복스러운 얼굴로 늘 웃는 표정인 김부자는 노래반세기 삶을 살면서 각 방송사 10대 가수상을 두루 받았다. 수상기록 500회, 음반취입 2500여 곡, 외국교포위문공연 200여 회 기록도 세웠다. 그 공로로 1997년 YMCA총재 감사패, 1996년 한국연예협회장최다봉사 공로패를 받았다.

그는 2001년 한민족염원인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칠천만의 아리랑’을 선보였다. 구성진 민요가락의 ‘무등산아’, ‘명성황후’ 등 신곡과 2014년 가수데뷔 45주년을 맞아 취입한 ‘사는 날까지’를 발표해 눈길을 모았다.

김부자, 30억원 사기 당해

그렇게 잘 나갔던 김부자는 돈을 많이 벌었다. 2023년 2월 19일 오후 방송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 지난날 자신의 수입에 대해 흥미 있는 얘기를 해 화제였다. “당시는 금융실명제가 아니어서 도장만 있으면 최대 50만원 한도로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 수 있었다. 현찰이 계속 들어와 여러 이름의 통장을 만들어 50만원씩 계속 입금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1992년 ‘큰돈’을 잃은 것이다. 30억원을 사기당해 한 달 이자만 400만~500만원을 냈다. 그는 “매니저였던 전 남편과 이혼 후 주위사람을 잘못 만나  힘든 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김부자는 1944년 2월 5일 황해도 옹진군 신장에서 1남4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경찰관 집안의 그의 부모가 딸이 많은 집이라 이름을 ‘부자’로 지었다. 그는 남편과 이혼, 자녀(딸 2명)를 홀로 키웠다. 딸 중 한 명은 미국 뉴욕에서 무용을 전공했다.

왕성상 언론인 / 가수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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