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가까운 사람들이 

내 가슴 속에 꽃잎으로 앉은 사람들이 
가슴 쓸며 한숨 짓지 않도록 
빗장을 걸고 숨지 않도록 
부디 오늘 하루 평화롭게 해주소서 

삶의 갈피마다 둘레길 향기로 스며 
고마운 사람들이 
정겨운 사람들이 
병들거나 지치거나 울지 않게 해주소서 
부디 그렇게 해주소서 

몇 걸음 뒤졌다고 앞섰다고 
절망하거나 오만하지 않게 
어리석음으로 서둘지 않게 해주소서 
부디 별고없이 은총을 살게 하소서 
“언제나 나의 눈은 주를 향해 있나이다”

송미란 시인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미사를 드리면서 모든 사람이 부디 오늘 하루 평화롭기를, 병들거나 지치거나 울지 않기를, 부디 별고없이 은총을 살기를 기도한다.

시인은 현재 한국가톨릭문인협회 사무총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이 시집으로 올해 제5회 경암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은 “밥 안친다는 말을 들은 어느 날, 어떻게 밥을 안칠 수가 있는지 온종일 궁금하던 그 날부터 詩는 그렇게 왔습니다. 지금도 안친다는 말을 들으면 가을볕 붉은 석류처럼 눈꼬리 물결지며 낯꽃으로 웃습니다. 저는 사람이 좋습니다. 우연이 들고 온 점 하나는 사람으로 우뚝 섭니다. 사람은 詩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시에 대한 믿음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 못지않게 깊다. 하나님과 시에 대한 믿음은 마침내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귀결되면서 시적 성취를 이루고 있는 이 시집에서 우리는 꽃진 적이 없는 시인의 마음을 본다.    

허형만 시인  hhm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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