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사랑의 이야기 담뿍 담은편지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하늘이 푸른지 마음이 밝은지
즐거운 날도 외로운 날도 생각해 주세요
나와 둘이서 지낸 날들을 잊지 말아줘요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함께 못가서 정말 미안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안녕 안녕 내 사랑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꽃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어보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예쁜차를 타고 행복을 찾아요
당신과 함께 있다 하며는 얼마나 좋을까
어울릴꺼야 어디를 가도 반짝 거릴텐데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함께 못가서 정말 미안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안녕 안녕 내 사랑
안녕 안녕 내 사랑
안녕 안녕 내 사랑

길옥윤(본명 최치정) 작사·작곡, 세샘트리오 노래 ‘나성에 가면’은 1978년 9월 세샘트리오 1집 음반에 실려 선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미국 나성(羅城, LA)으로 떠나보내면서 함께 못 가 미안하고, 그래도 잊지 말고 꼭 연락하라는 대중가요다.

보사노바(Bossa Nova)스타일의 곡으로 이별의 노래다. ‘보사노바’란 브라질 삼바(samba) 음악형식이다. 4분의2박자 리듬의 빠르고 정열적인 맛이 난다. 재즈와 접목돼 격렬하면서도 달콤한 느낌도 든다. 느긋한 코드 변화, 은근한 리듬, 자연스러운 멜로디가 특징이다.

‘나성에 가면’은 밝고 경쾌해 그냥 들으면 이별노래란 느낌이 안 든다. 가사를 새겨들어야 이별이 떠오른다. 노래가 선보인 1978년에만 해도 이민은 영원한 헤어짐으로 여겨졌다. 외국여행이 쉽지 않았던 때로 먼 나라로의 떠남은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이별로 생각된 것이다.

1970년대 ‘이민 1세대’는 주로 가난 때문에 떠났다. 노래에 나오는 사람도 그랬을 것으로 보인다. 노래주인공은 “함께 떠나자”는 이민자의 말을 거절, 그냥 남은 것이다. 이민을 축복하면서도 오지 않을 편지를 기다리겠다는 마음이 가사에 엿보인다. ‘나성에 가면’는 그런 시대상이 담긴 추억의 가요다. 그래서 해외교포들 애창곡이기도 하다.

미국 갈 수 없는 안타까움에 만든 노래

노래를 만든 길옥윤은 ‘나성에 가면’ 작사·작곡 때 미국에 연인이 있었다. 그는 가수 혜은이의 히트곡 ‘당신은 모르실거야’(길옥윤 작사·작곡) 음반작업으로 미국에 갈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만든 노래가 ‘나성에 가면’이다. 이는 그가 살아있을 때 이 노래를 취입한 권성희에게 들려준 얘기로 언론인터뷰를 통해 밝혀졌다.

세샘트리오가 이 노래를 부른 건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길 씨가 어느 날 그들의 노래를 듣고 “세 사람이 노래를 잘 부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세샘트리오에게 작사·작곡을 해주겠다며 취입을 제의했다. 권성희는 2015년 YTN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업소에서 라틴음악을 연주하던 자신들을 보고 길 선생이 곡을 주고 싶다고 해 노래를 녹음하게 됐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그렇게 태어난 ‘나성에 가면’은 이국적인 맛이 나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 가요 최초의 라틴발라드 곡으로 세샘트리오를 스타로 만들었다. 노래멤버들이 미국음악투어를 할 정도로 짧은 시간에 히트곡이 됐다.

권성희의 풍부한 성량, 이국적인 얼굴, 시원시원한 스타일이 낭만적인 LA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인기의 날개를 달았다. 대학생으로 업소에서 노래를 부르던 그는 세샘트리오멤버 전항(1945년생)으로부터 합류제의를 받아 그룹가수가 됐다.

그룹리더인 전항이 미국음악그룹 트리오 로스 판초스(Trio Los Panchos), 멕시코 3인조 밴드인 로스 트레스 디아만테스(Los Tres Diamantes) 음악을 들려주며 “라틴음악을 할 계획이다. 하고 싶은 노래를 부르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에 1977년 세샘트리오에 들어갔다. 권성희는 노래를 부를 때 흔드는 타악기 카바사(Cabaça)를 처음 배울 땐 박자를 반대로 맞출 정도로 힘들어했지만 꾸준한 연습으로 잘 연주했다.

광고, 방송, 드라마, 영화 등에 삽입곡

노래가 히트하기까지 에피소드들이 많다. 원곡명은 ‘LA에 가면’이었다. 그러나 노래가 방송전파를 타자 제동이 걸었다. 제목과 가사에 영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정에 따라 공연윤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노래를 만든 길옥윤는 고심 끝에 ‘LA’를 ‘나성’으로 고쳐 다시 녹음했다.

재취입 때 ‘나성’이란 단어가 너무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음반이 나오자 반응이 왔다. “나성이 무슨 뜻이냐?”, “화성·목성과 같은 별을 말하느냐?” 등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대중의 궁금증들이 오히려 노래히트에 보탬이 됐다.

새로 나온 음반은 인기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광고, 방송, 드라마, 영화에까지 흘러나와 또 한 번 사랑받았다. 2005년 한혜진 등이 출연한 하이마트광고에 개사돼 실려 눈길을 모았다. ‘짱구는 못 말려’ 더 비기닝 ‘엄마와 아빠의 결혼이야기’편에서 짱구엄마와 친구가 이 노래를 불렀다.

MBC TV 주말특별기획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도 단골곡으로 나왔다. 영화 ‘서울대작전’ 후반부 추격전 도중 추돌사고로 자기 차에 갇힌 복남이 이 곡을 부르는 장면도 나온다. 2014년 황동혁 감독의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이 불러 노래가 젊은 세대에게까지 알려졌다. 이어 2015년 3월 28일 KBS 2TV ‘불후의 명곡-길옥윤 편’에서 S(강타, 이지훈)가 열창했고 T9(심상욱)이 그해 리메이크했다.

세샘트리오 멤버 전항-전언수 형제 이민

세샘트리오는 라틴음악을 주로 한 혼성3인조 그룹이다. ‘세샘’은 ‘3개의 맑은 샘’이란 뜻으로 길옥윤이 이름을 지었다. 멤버는 권성희·전항·홍신복. ‘나성에 가면’ 히트 후 내부불화로 홍신복이 나오고 전항의 친동생이자 남성듀오 ‘쉐그린’출신 가수 전언수가 합류했다. 하지만 세샘트리오는 더 이상 히트곡을 내지 못하고 해체됐다.

권성희(1954년 3월 서울태생)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낮엔 대학생으로 공부하고 밤엔 노래를 불렀다. 동덕여대 음대(성악전공) 재학 중 가수가 된 그는 ‘패티김을 이을 디바(diva : 인기 있고 뛰어난 여자가수)’란 평을 받았지만 빛을 못 봤다.

세샘트리오가 5년 만에 해체돼 1983년 솔로가수가 된 그는 방송출연이 뜸했다. 대신 디너쇼, 극장식레스토랑 무대에 자주 섰다. ‘사랑은 후회 없이’, ‘이별전야’, ‘추억하나’, ‘멀리 있기’, ‘부엌에서 로마까지’, ‘그 사람은 가고’, ‘허상’, ‘그 사람은 가고’, ‘하이난 사랑’, ‘사랑의 스타트’ 등의 취입곡이 있다. 2012년 제20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연예부문 공로상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 (사)한국연예인협회 한마음회 회장(2009년 10월~)으로 봉사 중이다. 1985년 결혼한 그의 남편은 탤런트 박병훈(MBC 공채 8기)으로 1994년 6월 교통사고로 연기생활을 접었다. 둘 사이엔 아들(박민우)이 있다.

가수는 노래내용을 따라간다고 했던가. 세샘트리오의 전항-전언수 형제가 이민을 갔다. 권성희 대신 들어간 김미수와 새 팀을 꾸렸지만 얼마 못가 해체돼 출국한 것이다. 전항은 1985년 파라과이로 이민 갔다가 미국 뉴욕, 캐나다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전언수는 뉴욕 한인거주지역 플러싱에서 카페(‘쉐그린’)를 운영하다 은퇴했다.

전항은 2남2녀 중 셋째로 장남이다. 서울고, 한국신학대 신학과 및 신학대학원을 나온 가수이자 작사가다. 1969년 단역으로 영화배우로도 데뷔했다.

‘나성(羅城)’은 미국 2대 도시 LA

‘나성’은 미국 서부지역도시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를 말한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카운티로 미국 도시들 중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문화적 다양성, 할리우드 영화산업 등으로 살기 좋은 곳이다. ‘대한민국 나성특별시’라 할 만큼 우리 동포들이 많다.

LA코리아타운은 서울의 작은 구에 가까운 크기다. 한국인들 미국이민사상 최초정착지가 하와이라면 본격적인 정착지이자 최대정착지는 LA다. 추자도, 거문도, 일본 시모노세키와 비슷한 위도에 있어 스텝기후에 가까운 지중해성기후지역이다. 연평균기온은 약 19도. 면적은 서울의 두 배가 넘는다.

왕성상 언론인 / 가수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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