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표성 강화 지방선거 모니터링 사업’에서 연구를 담당한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이진옥 부대표는 “여성이 공천된다면 남성에 비해 그 못지않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최로 여성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참여관찰·연구한 결과물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모니터링 사업은 정당공천제의 피해자이자 수혜자였던 여성후보자들이 무공천에 대응해왔던 방식과 무공천이 무효화된 이후 ‘새정치’의 명분으로 실행된 여성의 공천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 부대표는 “정당의 규정에 후보자가 맞추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에 따라 정당의 규정이 뒤바뀌거나 지도부 혹은 당내 세력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정당 공천 규정이 바뀌고 있었다”며 “이는 새로운 정치 충원이 기존 정치세력에 도전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선거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과 정당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요소”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정당의 공천제도가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의회진출의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공천인 만큼, 공천제도의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문경희 창원대학교 교수는 “당헌에 규정되어 있는 공천관리와 관련한 사항들이 모호해 이를 점수화하고 엄격 서류심사를 통해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심사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계파갈등 해소와 심사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또 중앙의 국회의원이나 당협 위원장의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철저한 지방분권식으로 도모함으로써 지방자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공직선거법 47조 5항,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한 명의 여성은 꼭 공천해야한다는 여성의무공천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광역의원 여성후보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는 이 제도를 ‘기초와 광역’으로 개정하거나 기초에서 반드시 여성은 ‘가’로 한다 등의 단서조항을 추가하는 것이 고려될 수 있다.

 

무엇보다 문 교수는 “공천심사위원회 위원들의 인원수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당내 사람들과 외부 사람들의 정보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낼 수 있는 목소리의 크기가 다른 만큼, 심사위원 인원을 대폭 늘려 각계각층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공천심사위원들이 자의적으로 공천심사를 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규정을 만들어 세분화된 항목으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세연 이 부대표는 “공천과정의 공정한 규칙과 투명성을 강제함으로써 기존의 정치세력에 균열을 내고 그를 통해 정당 민주주의의 실현과 더 나아가 정치개혁에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보물에서 살펴본 여성후보자의 전략을 살펴보면 꼼꼼한 여성적 자질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늘 한결같은 든든한 맏며느리’ ‘똑소리 나는 예산지킴이’라든가 ‘꼼꼼 정희, 행복 마을 디자이너’라는 표어를 통해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역량을 표현했다.

 

공약의 경우 아동, 노인, 장애인, 여성 등의 다양한 취약 계층에 대한 돌봄과 복지가 기초의회 출마 후보자들의 주안점이었다. 후보자의 의정활동 경력에 따라 공약의 범위 및 구체성 정도에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3선에 도전하는 후보자 의 경우 생활정치, 평등정치, 맑은 정치의 큰 범위에서 구체적인 의정활동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포괄하고 있었다. 이 부대표는 “재선일수록 공약이 구체화됐는데 소속 정당의 정책 및 강령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생활정치를 구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