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비바람 천둥 번개 벼락의 풍경을 비빈 과육의 겨울 단감은 안정적이다. 달콤하게 부르는 소리에 응답으로 윙크하듯 환상적인 자태가 맛있다. 

앙상한 가지에 겨울 식량으로 남겨두리란 새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다 먹으면 가지에 감꽃 피웠던 자리라는 걸 알고 초승달은 미소를 지었다. 

겨울이 오면 어머니는 담장 위에 단감을 올려놓는 가문의 세습을 존중했다. 밀화부리가 뜯어 먹고 가면 콩새, 박새, 딱새가 날아와 먹고 갔다. 

어머니 엉덩이 같은 단감이 담장에 걸리면 새들은 용케 찾아오는 것이다. 온새미로 노란 단감이 새와 눈 비바람까지도 겨울 동안 사육하고 있었다. 

나는 분명 김영진 시인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시집은 필명으로 출간되었기에 축하와 안부를 전하면서 어찌 된 일인지 물었더니 본명과 같은 분들이 많이 있어 필명을 썼다고 했다.

내가 인천의 시인으로 김어진 시인을 기억하는 것은 장종권 시인이 발간하는 인천의 계간 『리토피아』와의 인연 덕분이다. 이번 시집은 「그러니까 너야」라는 제목으로 쓴 100편의 연작시집이다. 이 100편 속에는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 나아가 한 몸을 이루는 서정의 깊이가 녹아 있다.

손현숙 시인은 김어진 시인의 시세계에 대해 “산수간에 절로 흘러가는 시간의 필법을 담담하게 종이 위에 받아 적는 방식으로 표면의 화려함보다는 깊이를 향한 부단한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무엇을 숨기거나 감추려는 애매나 모호함을 벗어나서 단순과 솔직을 무기로 삼아 사건과 관찰만으로도 시가 되는 지평을 열어 보인다”라고 평한다. 

허형만 시인  hhmpoet@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