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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붕괴 사고, 전관예우-철근만 문제 아니다순살아파트 아닌 마카롱 아파트 방지해야
한지안 기자 | 승인 2023.08.03 11:30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지난해 초와 올해 상반기 일어난 아파트 붕괴사고에서 기자가 주목하는 요소가 있다. 콘크리트 우중 타설과 '불량 콘크리트'다.

불량 콘크리트는 콘크리트 가루 및 모래, 자갈 비율을 낮추고 물과 콘크리트의 안정성·강도를 높이는 혼화제를 적정비율보다 과도하게 집어넣은 반죽을 말한다. 건설장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화학 안정제를 첨가해 꺼지지 않게 한 계란흰자 거품(머랭)'과 비슷하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 아파트 지하주차장 일부가 붕괴됐다. 조사결과 원인으로는 철근 부족과 콘크리트 강도부족이 꼽혔다. 지난해 초 붕괴된 화정동 아파트 단지 역시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LH와 국토부는 무량판 구조가 도입된 공공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철근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15곳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당 단지들의 철근 누락 원인은 ‘LH 퇴직자들이 근무하는 업체의 설계 오류 및 감리 능력 부족’ 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지하 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영입업체였다며 전관특혜 실태조사를 해 달라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LH는 의혹이 제기된 업체의 선정절차와 심사과정을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검단 단지의 콘크리트 강도가 적정치의 85% 수준이었던 원인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앞서 사고 발생 구역의 콘크리트 강도를 조사한 결과 붕괴부위 콘크리트의 강도는 16.9MPa로 설계기준 강도(24MPa)의 85%(20.4MPa)에 못미쳤다.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콘크리트 코어 공시체는 설계기준 강도의 85%를 상회해야 한다. 

정부와 국토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이 ‘LH 전관’들의 설계 및 감리 오류 뿐만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293개 민간아파트를 전수 조사 하는 동안 철근 부족 여부만 조사할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강도 역시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 무량판 구조가 아닌 타 구조 아파트의 불량콘크리트 사용 여부 역시 조사돼야 한다.

이번 LH가 공개한 15개 단지의 콘크리트 강도는 다행히 기준치를 초과했지만, 해당 단지의 발주처가 LH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건설 현장의 큰 발주 고객사로 꼽히는 LH가 맡긴 현장인데다 철근 대비 콘크리트는 강도 등 점검이 어렵지 않을 터인 만큼 공공단지의 콘크리트 강도가 적정치를 넘겼다고 해서 이점을 크게 강조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LH의 전관예우 관행이 사라져 기술적으로 적절한 설계와 감리가 이뤄져도 건설업계의 불량콘크리트 제조 관행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현장에선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불량 콘크리트를 사용해 △콘크리트·모래·자갈 구매 비용 절약 △고층 시공시 펌프 부하 저감에 따른 타설 장비 유지보수 비용 절약 △믹서 트럭 계약비 절약 △공기 단축 등 효과를 거두려는 이들이 계속해서 건물을 올리게 될 것이란 의미다. 

또 다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대한민국 아파트는 ‘순살아파트’라고 부를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어쨌든 순살 치킨은 뼈가 없을 뿐 근육으로 요리한 음식이다. 비오는 날 타설해서, 또는 다른 이유로 묽어진 콘크리트로 만든 아파트라면 ‘머랭 안정제를 넣은 마카롱 아파트’ 정도로 봐야 할 터다. 이름은 달콤하지만 붕괴된 후에도 달콤할까.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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