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 개장한 서울 용산 장외발매소 앞에서 학교 주변 개장을 반대하는 집회 현장.

한국마사회는 기존 용산역에 있던 시설을 용산전자상가 인근으로 이전하려고 하지만 지역주민과 여러 시민단체의 반발로 화상경마장 개장을 미루다 드디어 지난 29일, 일부 층을 시범적으로 개장했다.

마사회 측은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 반대가 연일 이어지자 우선적으로는 3~4개월 시범운영을 한 이후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운영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용산 화상경마장이 개장되는 것을 두고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는 합법적인 하우스가 세워지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연일 주민과 충돌 중인 학교 앞 화상경마장

지난해 마사회의 매출은 7조6000억원. 화상경마장 29곳의 매출이 70%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최첨단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실제 마권을 구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층마다 15대가 설치된 자동발매기 시스템에 따라 구매권과 구매표를 집어넣으면 마권 구입이 완료되는 '간편함'까지 갖춘 것.

이 때문에 시범개장 2주째에 접어든 화상경마장 앞에는 '용산구 도박경마장 입점 저지 주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개장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개장 반대 집회가 열리는동안 맞은편에서는 마사회 직원들과 일부 찬성 입장을 내비친 주민들이 오히려 개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에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이 6일 용산화상경마장 개장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 용산 장외발매소 개장 설명하는 한국마사회장과 맞은편 박영선 원내대표.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등과 면담을 가진 뒤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마사회가 화상경마장에 찬성하는 주민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어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르자고 제안했다"고 면담내용을 설명했다.

이어 "답변을 달라고 하니 현 회장이 생각해볼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마사회 쪽의 반응을 전했다.

박 원대내표는 "화상경마장에 가면 성심여중·고가 바로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화상경마장 건물이 너무나 정면으로 보인다"며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생각하면 그런 일을 할 수 없는데 왜 마사회가 도박장 같은 화상경마장을 만들고 고집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로 인해 마사회의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유은혜 원내대변인 역시, 이날 오후 현안논평에서 "현 회장은 일부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이전을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마사회가 1년에 세금을 1조7000억원이나 내고 교육세도 3000억원을 납부하고 있으니 간섭하지 말라는 듯한 시종일관 고압적이고 안하무인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 원내대변인은 이어 "현 회장이 '도심에 있는 장외발매소를 교외로 이전하는 것을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한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며 "만약에 그런 계획이 있다면 무리해서 용산에 화상경마장을 입점할 이유가 없다. 마사회는 신속히 판단해서 주민들과의 갈등을 최소화시키고 주민투표로서 이 논란이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을 찾는 소비자 전원에게 2만1000원 상당의 입장권과 2만원 쿠폰을 무료로 나눠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6월까지였던 무료 입장은 7월 한 달간으로 연장됐다. 마사회 측은 화상경마장에 대해 품격 높은 프리미엄 장외발매소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