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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추억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7.24 11:24

[여성소비자신문] 며칠 전 모 일간지에 ‘몰락의 길 걷는 미 샌프란시스코’라는 제목의 기사가 크게 실렸다.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는 미국 서부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이다. 경제 규모면에서도 미국 내에서 LA 다음으로 세 번째이다.

한때 전 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동경하고 가보기를 원했던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유의 도시 샌프란시스코가 이제는 마약거래, 절도, 폭력, 총기사고 등 온갖 범죄가 난무하고 경찰이나 공권력이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은 채 방치되고 있어 범죄 소굴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물론 기업까지 이 도시를 떠나고 있으며 폐업이 샌프란시스코의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는 현지 특파원의 보도였다.

내가 샌프란시스코를 처음으로 방문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이었다. 미국 북부에서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던 때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를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차를 몰고 꿈에도 그리던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건넜다.

바다사자들이 뒹구는 피셔맨스 와프(Fisherman’s Wharf)에서 갓구어낸 빵과 클램 차우더(clam chowder)로 주린 배를 채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덜거덕거리던 기동차를 타고 시내 구경을 하던 중 공원 벤치나 잔디밭에 남자끼리 여자끼리 나누는 거침없는 애정 표현의 진기한 모습을 처음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

이런 나를 향해 미국 친구들이 킥킥대며 이 도시의 역사적 변환기를 이야기 해줬다. 1960년대 중반 미국의 기성 질서를 거부하고 미국의 베트남 참전에 반대하며 대마초와 자유연애를 옹호하는 젊은이들이 이 도시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1967년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모여든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머리에 꽃을 꽂은 채 매킨지(S. McKenzie)가 노래한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를 부르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히피(Hippie)문화 형성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Flower Movement’라는 새로운 청년 문화운동은 미국 사회의 변화뿐만 아니라 문학, 음악, 그림 등 각 방면에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다. 즉 기존질서에 대한 반발과 사회적 불만에 대한 분출구가 되버린 히피문화의 중심지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따라서 자유와 보헤미안(bohemian)주의 숭배자들이 전세계에서 몰려들었다. 특히 보수적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성소수자와 동성애자들의 활동 중심지로 자리매김이 됐다. 그 후 미국에서 직장 생활하는 동안 이곳 출신 동료들을 통해 이 도시의 정치적 성향과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원래 스페인의 신민지로 멕시코의 도시이었으나 후에 캘리포니아주로 편입됐고 서부 개척시대에 들어온 중국계 아시아인들과 흑인들이 함께 다양한 인종 구성을 형성한 것이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진보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전통적인 민주당의 텃밭이 됐다. 시장은 민주당이 독차지 해오고 있음도 알게 됐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고인이 된 민주당 출신 박원순 전임 서울시장이 2014년에 이 도시를 방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동성애자들을 지지하고 이곳에서 열리는 동성애자들의 문화행사인 퀴어축제를 서울에서도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덕분에 신촌 등지에서 소규모로 열리곤 했던 우리나라 동성애자들의 모임이 서울광장으로 옮겨지고 성대한 퀴어축제로 격상됐고 전국적인 행사로 번지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10여년 전에는 딸이 이 도시에서 직장을 갖게 되어 가끔 딸을 보려 이곳을 방문하곤 했다. 안타깝게도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 아름답고 풍요롭던 도시 거리에는 노숙자와 지저분한 벽화가 늘어갔고 공중매체에는 증가하는 마약거래, 폭력, 총기사건 소식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샌프란시스코는 살기에 적합하지 않는 범죄 소굴이라는 오명으로 주민들과 기업들이 떠나는 몰락의 도시로 알려지게 됐고 미국내 정치적 논쟁으로 부각됐다는 것이다.

이 도시의 쇄락은 1964년 이후 시장직을 독점해온 민주당의 잘못된 정책 탓이라는 것이다. 즉 진보성향의 민주당 정책은 성소수자에 대한 지나친 보호와 마약, 범죄에 대한 관용으로 인해 범죄율의 증가를 가져왔다. 이러한 경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함으로 시민과 기업의 불만이 폭증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다국적 회사에 근무하던 때 직장 동료들과 나누던 토론 가운데 ‘민중은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라는 주제가 생각난다. 당시에는 범죄가 일상화된 콜롬비아와 멕시코 출신 동료들의 주장이었다. 진보적 사고를 지녔다는 정치 지도자나 단체에서 권력 쟁취와 유지를 위해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과 인권을 빙자한 관용이 결국은 국가나 사회 파멸의 단초가 됨을 이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욕망이 앞설 때 과학적 사실이나 논리적 사고는 발붙이지 못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정치적 선동을 위한 각종 가짜뉴스, 괴담과 루머들이 사회를 혼란 시키고 있다. 사람의 감성과 욕망을 자극하면 과학과 논리적 사고를 무력화 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그 결과는 샌프란시스코의 몰락과 유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십 년간 공부하고 연구해온 과학자 전문가들을 ‘돌팔이’라고 경멸하고 매도하는 나라와 사회에서는 과학과 논리적 사고의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며 성장이 없는 곳에도 퇴보와 도태의 길만이 있을 뿐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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