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허형만 시인과 함께 읽는 아름다운 시] 태라 '그 바닷길에서'
허형만 시인 | 승인 2023.07.14 11:35

[여성소비자신문] 내가 울면 

실팍한 등에 어린 나를 업고 바닷길을 걸었던 
양 갈래머리의 큰 언니 

모래 위에 앉아 먼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콧물 닦아주며 나를 달래던 
방파제를 닮은 큰 살림꾼 

치솟은 파도 위에서 시퍼런 마음이 포말 되어 부서져도 
맏이라서, 
아파도 아플 수 없었던 
거스를 수 없어 눈물은 가슴에 숨기고 바른 물길을 열어 보이며 
거울을 이고 산 여자가 

흐뭇한 어머니의 미소를 데려와 
구수한 생선구이 밥상을 차리는
하얗고 짧은 파마머리의 파도 꽃 여인 
그 바닷길에서 
굵어진 내 손을 만지고 있는 

휘어지고 가냘픈 큰 언니의 등에는 
오래된 가구처럼 아직도 내가 업혀 있다 

태라 시인의 첫 시집이다. 태라 시인은 제주도 출신이다. 시인은 어렸을 적 큰언니가 자기를 업고 바닷길을 걸었던 기억을 새롭게 오늘의 삶 속에 녹이고 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아파도 아플 수 없는", "휘어지고 가냘픈" "하얗고 짧은 파마머리의 파도 꽃 여인"인 큰언니가 그 바닷길에서 "굵어진 내 손을 만지고" 있다.

큰언니의 등에 "오래된 가구처럼 아직도 업혀 있는" 환상 속에서 큰언니의 시인에 대한 사랑, 시인의 큰언니에 대한 사랑이 참으로 눈물겹게 하는, 태라 시인의 첫 시집은 삶의 아픔이 제주 앞바다 바닷물에 젖어 있는 듯하다.

지금은 서울에 살면서 큰언니 대신 바닷길을 걷는 심정으로 매주 한 두 편씩 꼬박꼬박 시를 쓰고 있는 태라 시인을 보면 신인답지 않게 당차고 의지가 곧아 보인다. 임갈굴정(臨渴掘井)이라 했다. 앞으로 좋은 시를 쓰는 좋은 시인이 되기 위한 간절함이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 


허형만 시인  hhmpoet@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허형만 시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