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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행복한 교육이 불가능한 나라인가?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6.23 11:16

[여성소비자신문] 우리나라의 교육 목표가 마치 불행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인 듯하다. 5살 때부터 영어유치원 가방을 메기 시작하더니 7살에는 의과대학 진학 준비를 하는 교육 스트레스에 내몰리고 있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어린이 행복지수가 꼴찌인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지난 2년간 18세 이하 아동의 우울증 진료 건수는 약 19%, 불안장애는 40% 가량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마음의 병’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으로 학원 스트레스를 꼽고 있다. 자식의 명문대학 입학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버린 부모들의 고달픔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22년도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26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원 이상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한 것이다. 자녀 교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급기야 세계 최저 출산율 0.78을 기록했다.

서울 한복판의 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있으며, 전국 초등하교 가운데 4분의 1이 신입생 10명 미만이라고 한다. 현행 교육에 대한 불만은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이나 대학교수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의 인권보호 때문에 거친 행동을 보이는 제자들에게 야단 한번 치지 못하고 학생들의 눈치를 보아야하는 교사들의 자존감과 교육자로서의 사명은 잊혀진지 오래이다.

신입생의 감소로 텅빈 강의실을 보며 한숨짓는 지방대학 교수들은 처량하고 미래가 암담하다. 지난번 대입 정시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대학이 26개나 된다. 지난 15년간 대학 등록금 인상을 금지시켜온 탓에 국내 대학의 교수들과 종사자들의 사기는 바닥이다.

비수도권 사립대학 가운데 81.3%가 적자재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교원 및 학생수 기준에 미달인 11개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중단을 결정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학입시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출제되는 ‘킬러 문항’을 강의하는 ‘1타 강사’들의 인기와 수입은 하늘을 찌른다.

우리 정부는 책임부서인 교육부 장관을 사회부총리 겸임으로 승격시키고 문제가 발생하면 장관을 교체하곤 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75년이 지나 20번째 대통령이 선출되었는데 교육부 장관은 61번째로서 재임기간이 기껏해야 평균 1.2년에 불과하다.

현 정부에 들어서도 첫 번째 장관은 기껏해야 4개월 만에 사임하였고 현재 이주호 장관 또한 정원에 미달인 지방대학 문제와 대학 수능시험의 난이도 조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계의 명망과 능력을 구비한 전문가들이 교육정책을 이끌어 왔는 데도 냉소적인 표현으로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는 양자 컴퓨터로도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난제’가 되어 있다. 자원 빈곤국인 우리나라가 일본 통치에 이은 6.25 전쟁 탓에 세계 최빈국에서 반세기 만에 자유민주국가를 건설하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반열에 서게 되었고 이는 우리의 높은 교육열 덕분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미국의 오바마(B. H. Obama) 대통령도 재임 기간에 한국 교육의 우수함을 칭찬하고 부러워했다. 이러한 우리 교육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계점에 봉착하여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한번 우리 교육의 우수성을 드높이기 위해서는 ‘왜 우리가 자녀를 교육 시키는가?’라는 교육 목적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교육법에 나타난 교육 목표를 보면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유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덴마크의 교육 목표인 ‘행복’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두 나라 아동들의 행복지수가 크게 차이나는 것은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실질적인 자녀 교육 목적이 좋은 대학 입학과 성공에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의사가 되어 안락한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부모들은 부모가 짜놓은 프로그램에 자녀들은 성실하게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때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과거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분이 딸의 의학전문대학 진학을 위해 자행한 위법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족이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서는 비극을 겪고 있다.

나의 일본인 친구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교실 청소를 하면서 ‘내 일은 내가 한다. 남에게는 폐가 되지 않도록 행동 한다’라는 교육지침을 익혀온 것이다. 덴마크 방문 중에 덴마크 어린이들을 관심있게 보았다. 새벽 5시경, 7살과 5살 난 형제가 집집마다 신문 배달을 하며 자신이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 했다.

학교 제도가 다양하지만 어느 학교에서나 친구들과의 경쟁보다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즐기는 모습에서 행복 교육의 모델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기 교육으로 유명한 유대인의 자녀교육 또한 경쟁보다는 자신의 정체성 확립과 독립적인 인격체로서의 성장이 교육 목적이다.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들을 결코 자신의 종속물로 보지 않고 평등한 인격체로 보며 13세가 되면 성인 대접을 해준다. 미국의 부모들도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세까지 시민의식 함양과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자유민주 국가에 있어서 교육은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와 사회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교육기관을 제도화 해주고 필요시 재정적 지원을 충분히 하되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기관의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어 그들의 창의성을 극대화 할 때 우리나라도 모두가 보람을 느끼는 행복 교육을 향해 진일보 할 수 있을 것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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