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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시인과 함께 읽는 아름다운 시] 문순태 '홍어를 먹다가 울었다'
허형만 시인 | 승인 2023.06.23 12:26

[여성소비자신문] 고향 마을 숲에 들자 눈물이 났다

고목들이 와락 달려들었을 때

빗장 풀고 온몸으로 끌어안았다

도시에서는 늘 마음이 묶여 있어

한 번도 소리 내어 울어보지 못했다

시멘트 바닥에 날카롭게 서 있는

빛깔 현란한 플라스틱 나무들은

창끝처럼 나를 겨누고 있어

상처 날까 두려워 몸 도사린 채

숨어서 칼날을 갈아야만 했다

고향에 돌아와 늙은 친구들과

홍에 막걸리를 퍼마셨고

나는 계속 시울이 펑 젖었고

친구들은 칡넝쿨처럼

한 줄기로 길게 얼크러졌고

숲과 술에 만취한 우리들은

땅에 나란히 누웠고, 마침내

홍어가 되어 높이 날아올랐다

 

문순태, 하면 먼저 『고향으로 가는 바람』 『인간의 벽』 『징소리』 등의 소설집, 특히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로 기억된다. 그러나 1965년에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미 시인이 살고 있는 무등산 뒷자락 생오지를 소재로 두 권의 시집을 출간한 바 있고, 이번 시집은 전라도를 대표하는 홍어를 주제로 시집 한 권이 모두 홍어에 관한 시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의 말대로 홍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남도의 대표적 전통 음식의 하나로 문화와 정서가 깃들어 있는 정신적 가치가 되었다. 다시 말해 홍어는 백성의 물고기이자 민초들의 고통과 눈물이 오롯이 배어 있는 정신적 가치라는 말이다.

시인은 “나는 80 평생 살아오면서, 홍어의 수줍은 듯 복사꽃 같은 분홍빛 속살이며 소름 돋게 하는 날카로운 향기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고 고백한다. 좋아하는 음식 하나 마음속 깊이 품고 살 수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 아니겠는가.  

허형만 시인  hhm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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