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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는 더 이상 재개발 재건축 조합에 사업비를 무이자로 대여할 수 없나
김택종 변호사 | 승인 2023.06.22 18:22

[여성소비자신문] 재개발 재건축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야기일 것 같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배경 설명을 하자면, 재개발 재건축, 간단히 정비사업은 넓은 구역의 집을 허물고 새로 아파트를 짓는 것이므로 막대한 건설비용이 발생한다.

이처럼 정비사업에 막대한 돈이 투여되므로 속칭 ‘1군 시공사’들이 정비사업의 시공권을 따기 위해 경쟁을 하고, 이러한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정비사업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공정한 일반경쟁입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쟁입찰을 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적절하지 않은 물밑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자기 업체를 선정해주면 어떤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등 입찰서에 제시하지 않은 조건을 제안하거나, 심하게는 관광버스에 단지 주민들을(시공사 선정에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조합원들이다) 실어 휴양을 시켜주면서 서면결의서를 미리 받기도 하였다.

지금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그에 따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 시공사의 개별 홍보를 금지하고, 시공사 선정을 위해서는 조합원 과반수 이상이 총회에 직접 참석하여 서면결의서를 줄이는 등으로 위와 같은 부적절한 물밑 작업을 입법적으로 방지하였다.

한편, 과거 시공사가 정비사업조합이나 조합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는 이익으로는, 사업비를 무이자로 대여해주겠다거나 조합원들의 이주비를 무이자로 대여해주겠다는 것이 있었다.

정비사업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주민들이 돈을 모아 정비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초기 사업비는 일단 정비업체나 시공사 등을 통해 대여하는 방식으로 마련한다. 이때 사업비를 무이자로 대여한다는 것은 조합 입장에서 큰 유혹이 될 수밖에 없다.

무이자 사업비 제안의 관행 탓인지, 시공사가 조합에 사업비를 대여할 때는 무이자 사업비와 유이자 사업비로 구별하고, 특히 시공사가 정비사업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납입하는 입찰보증금은 통상 무이자 사업비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시공사가 선정되어 조합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함께 사업비 대여에 관한 소비대차계약도 체결하는데, 조합원들에 대한 이주비 대출을 무이자로 마련해주도록 하는 조항을 넣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관행은 최근에도 계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2022년 6월 10일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당해 12월 10일 시행되면서, 시공사는 더 이상 사업비나 이주비를 무이자로 대여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유는, 개정법 제132조 제2항에서 시공사가 조합에게 이주비 등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정한 대통령령을 살펴보면, 이사비 등 시공과 관련이 없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무이자로 대여하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시공사와 조합이 무이자 사업비 또는 무이자 이주비에 대하여 약정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관행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 대하여, 필자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개정법 제132조 제2항을 보면, 시공사와 조합 사이에 이사비 등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지 않고, 시공사가 ‘제안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과거에 시공사가 입찰 단계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가 있기 전에 조합 또는 조합원들에게 종종 무이자 사업비나 무이자 이주비에 대해 언급을 하며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부적절한 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이를 근절하기 위해 무이자 사업비나 무이자 이주비에 대해서 ‘제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개정법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개정이유를 살펴보더라도, “정비사업의 과열경쟁을 억제하고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가 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을 ‘제안’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미 시공사가 선정된 이후라거나 혹은 시공사가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이 요청하여 시공사가 이에 응하여 무이자 사업비 또는 무이자 이주비에 대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애초에 개정법이 규제하려는 영역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사실, 법이 어떤 행위를 규제한다고 할 때, 규제가 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보다, 그에 위반한 행위가 효력이 있는지, 그리고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는지가 실질적으로 더 중요할 수 있다. 보통 위반행위에 대해 제재 규정이 없는 경우보다는 무거운 형사처벌이 규정된 경우, 상대적으로 더 나쁜 행위라고 할 수 있으므로 법적인 효력도 부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시공사가 개정법 제132조 제2항 위반하여 무이자 사업비나 무이자 이주비에 대해 제안을 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별도 형사 처벌 규정이나, 조합임원들에 대한 제재 규정도 없다. 그렇다면, 무이자 사업비나 무이자 이주비에 대한 계약 자체가 금지된다는 입장에 의하더라도, 이미 체결된 계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 있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 개정법 제132조 제2항이 금지하려고 하는 행위는 시행사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이익 제공을 ‘제안’하여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과열경쟁이 발생하거나 투명한 입찰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시공사는 더 이상 정비사업조합에게 무이자로 사업비를 대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개정법을 다소 오해한 것이다.

다만, 시공사가 사업비든 이주비든 무이자로 대여한다고 하여, 반드시 조합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시공사가 포기한 대여금에 대한 이자가 어떤 식으로든 공사대금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합원이 무이자로 이주비를 빌리면, 이주비 이자 상당액이 배당금이 되어 세금과 관련하여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아니므로,  법무법인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기 상황에 맞게 정확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김택종 변호사  tjkim00@centr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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