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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시인과 함께 읽는 아름다운 시] 신달자 '허공 한 줌에 파닥거리는 생'
허형만 시인 | 승인 2023.06.16 10:30
허형만 시인

[여성소비자신문] 허공 한 줌을 주워 올린다 

가벼웠는데 점점 무게를 느끼게 하는 빈 주먹

그래 살아 보니 안 보이는 것이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나
안 보이는 것이 얼마나 발등을 찍어 내렸나

내 뼛속에 내 살 속에 내 핏속에
꿈틀거리며 난장으로 살아 내려 발버둥치는
소리 소리 소리

허공 한 줌 주웠다가
후딱 손을 터니 내 생이 훌렁 비워지는구나
비웠다고 생각하는 그 빈손에 찰거머리처럼 붙어 있는
아직은 살아 있는 생

작은 조각일지 몰라도
너무 할 말이 많고 너무 쓸 것이 많다는
그냥 손 털고 비 맞고 서 있는 오후

보이지 않는데
무진장이라

고요하게 아무것도 스치지 않는
느낌으로 조여 오는 파닥거리는 이 무엇

신달자 시인이 팔순에 펴낸 시집이다. <자서>에 의하면 이 시집은 내 몸과 앓는 몸을 가진 분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시집이다. 이 시집을 끝까지 읽노라면 누군들 허공 한 줌에 파닥거리는 생이 아닐까 싶어진다.

신달자 시인은 <산문>에서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야생의 생각을 보탠다. 나 혼자 저지른 일은 하나도 없다. 방해이면서 구원일 것이다. 나는 감사하며 하늘이 땅이 바람이 내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을 방치한다. 은밀히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고요하게 아무것도 스치지 않는/느낌으로 조여 오는 파닥거리는 이 무엇“처럼. 그러기에 시인은 ”시는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그날 그 시간에 반드시 필요한 동력자였으며 내 일상의 정신적 빛이었다. 창 사이로 가늘게 스미는 빛살무늬 그것이 나의 시였는지 모른다“고 고백한다. 

허형만 시인  hhm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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