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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상의 그 노래 그 사연] 6.25전쟁 후 학생들 정서순화 위해 만들어진 예술가곡 ‘사월의 노래’1953년 ‘학생계’ 잡지사 요청으로 박목월 작시(作詩), 김순애 작곡 희망, 꿈 부르는 내용...괴테 편지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접목
왕성상 언론인 / 가수 | 승인 2023.04.08 09:24

[여성소비자신문]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후렴)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사월의 노래’는 박목월 작시(作詩), 김순애 작곡의 예술가곡이다. 바리톤 오현명 등 여러 성악가들이 이 노래를 불러 사랑받았다.

1953년 국민음악연구회가 발간한 ‘김순애 가곡집’에 실려 널리 알려졌다. 그해 ‘학생계(學生界)’ 잡지 복간호에도 처음 실렸다. 1920년 창간된 ‘학생계’는 1924년 종간됐다가 다시 발행됐다.

이 노래는 6·25전쟁이 끝나갈 무렵 희망과 해방감에 젖은 시대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복간된 ‘학생계’ 잡지사 요청으로 태어난 노래다. 박목월 시인, 김순애 작곡가가 피난살이에서 돌아와 학생들 정서순화를 위해 시를 짓고 곡을 붙인 것이다.

박목월이 이화여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다. 꽃다운 젊은이들이 희생된 전쟁의 폐허를 딛고 다시 올 봄을 그린다는 희망과 꿈을 부르는 내용이다. 박목월은 언론인터뷰에서 이 노래와 관련된 사연을 들려줬다.

그는 “6·25전쟁 직전 목련꽃나무 밑 잔디밭에서 책을 읽는 여학생들의 인상적인 모습과 지루했던 피난살이, 구질스러운 생활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고 싶은 유혹들이 떠올라 가사(詩)에 담았다”고 말했다.

서정적, 낭만적 느낌의 노래

1960년대부터 학생들이 즐겨 부르는 이 노래는 서정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느낌이 든다. 한국적인 선법(旋法)을 바탕으로 간단한 음절이 질서 있게 펼쳐져 동경어린 가사와 잘 어울린다. 선법이란 음계를 음정관계, 으뜸음위치, 음역에 따라 나눈 음열(音列)과 그 개념을 말한다.

노랫말엔 생동의 계절 봄과 외국문학작품 속 주인공의 슬픈 사연이 스며있다. 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은 1절 첫머리의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다. 독일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만든 작가 괴테의 편지글형식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년)과 내용이 닿아있다.

소설 속의 남자주인공 베르테르(Werther)는 감수성 많고 재능 있는 젊은 법률가였다. 그는 고향을 떠나 다른 고장으로 옮겨 살게 됐다. 그곳에서 어쩌다 갔던 파티자리에서 약혼자(알베르트)가 있는 아름다운 처녀 샤롯테(Charlotte)를 알게 돼 사랑에 빠진다. 롯테 또한 베르테르를 존경하며 따른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벗으로서 대하는 것이지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롯테가 결혼을 하자 베르테르는 슬픔을 참을 수 없어 권총으로 목숨을 끊고 만다. 롯테는 그의 자살소식을 듣고 실신했다. 알베르트와 롯테의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베르테르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의 유언대로 보리수나무 두 그루가 있는 곳에 묻어준다.

작품에 나오는 여성 샤롯테는 롯데그룹의 상호로 쓰이고 있다. 신격호(1921년 11월 3일~2020년 1월 19일) 롯데그룹창업자가 젊은 시절 읽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영감을 받아 ‘롯데’를 회사명으로 쓰기 시작했다.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아레나광장엔 ‘괴테’동상이 있다. 독일 베를린 티어가르텐공원에 있는 괴테상을 3D스캐닝(3차원의 컴퓨터그래픽스)과 컴퓨터커팅기법의 작업을 거쳐 5m 크기로 만든 것이다.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에 가면 샤롯테동상도 볼 수 있다.

롯데호텔 객실엔 손님들이 볼 수 있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책이 놓여있는 등 롯데그룹의 괴테사랑을 느낄 수 있다. 롯데이름엔 만인의 연인 샤롯데처럼 롯데그룹도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기업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멜로디에 기승전결 흐름 담겨

‘사월의 노래’는 멜로디와 리듬이 멋지다. 4마디의 피아노전주(前奏)와 2마디의 짧은 후주(後奏)를 합쳐 31마디로 이뤄졌다. 전·후주를 빼면 25마디다. 노랫말은 1절, 2절로 길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멜로디엔 기승전결(起承轉結) 흐름이 담겨있다.

클라이맥스에서 작곡가가 나타내려는 주인공마음이 잘 드러난다. 앞부분에선 편지를 읽듯 말하듯이 부드럽게 나간다. 가운데 대목에선 따뜻한 봄이 와닿는 느낌이, 후반부에선 꿈결에 잠들듯이 마무리된다.

노래는 가요형식을 벗어난 마디로 이뤄졌다. 내림마장조, 4분의 3박자, 못갖춘마디형식이다. 두 마디의 동기가 선율이나 리듬이 되풀이되는 식이다. 곡 후반부는 1절, 2절 가사가 되풀이된다. 앞부분에선 단순한 리듬을 반복해 서정적이면서도 담담한 분위기다.

그러나 후반부의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에선 부점(附點)을 쓴 리듬과 긴 음표를 되풀이해 강한 효과를 낸다.

이 부분에선 곡 전체를 통해 가장 높은 음이 쓰인다. 부점이란 음표나 쉼표 오른쪽 옆에 점을 찍어 그 음표나 쉼표의 본디 길이의 2분의 1 길이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작곡가가 리듬과 높낮이를 통해 가사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음악적 절정으로 나타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박목월, 우리나라 시문학 대표작가

박목월(1916년 1월 6일∼1978년 3월 24일)은 우리나라 시문학의 대표적 작가이자 교육자다. 경남 고성군 고성면 수남리에서 공무원인 아버지 박준필, 어머니 박인재 씨 사이의 2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영종(泳鍾). 건천공립보통학교, 계성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모교인 대구 계성중학교와 이화여고 교사를 거쳐 서울대 음대, 연세대, 서라벌예술대에 출강했다. 1956년 홍익대 전임강사가 된 뒤 조교수로 승진했다.

1959년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조교수로 영전해 부교수, 교수, 문리과대 학장서리 및 학장을 지냈다. ‘문학의 기술’, ‘실용문장대백과’ 등의 책을 썼다. 그는 1939년 ‘문장(文章)’에 시가 추천돼 시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집’을 내고 자연을 바탕으로 한 시풍(詩風)에 따라 자연파·청록파시인으로 불리며 토속적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어머니(육영수 여사)의 시 선생노릇을 한 적 있다. ‘육영수 전기’를 지었고, ‘대통령 찬가’노래도 작사해 권력에 아첨하는 시인이란 비판을 들었다. 경주시 건천읍 행정길61(모량리 664-4)에 있는 그가 자란 집엔 관광객들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작곡가 김순애(1920년 12월 22일∼2007년 5월 6일)는 우리나라 최초 여성작곡가다. 1953년부터 31년간 이화여대 음대교수를 지낸 그의 데뷔작은 1938년 이화여전 재학 때의 자작시에 곡을 붙인 가곡 ‘네잎 클로버’다.

‘그대 있음에’, ‘첫사랑’, ‘꽃샘바람’ 등의 가곡과 기악곡, 오페라 ‘직녀, 직녀여!’ 등을 작곡했다. 그는 1920년 황해도 안악군 초청리마을에서 김성노 목사의 6남매 중 3녀로 태어났다. 배화여고, 이화여전 작곡과(1941년 졸업), 1957년 미국 이스트먼음악대 대학원을 거쳐 1966년 플로리다주립대 음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46년 제1회 작곡발표회, 1951년 제2회 김순애 가곡의 밤을 열었다. 서독 DAAD(독일학술교류처) 초빙교수(1962년), 네덜란드 문교부 초빙교수(1962년), 한국작곡가협회 부회장(1981년)을 지냈다. 1989년 4월 예술원 회원이 된 그는 서울시문화상, 제1회 한국작곡상, 보관문화훈장, 국민훈장 모란장, MBC제정 제9회 가곡공로상을 받았다. 별세 전까지 미국 워싱턴 타코마에서 살았다.

목련은 ‘나무에서 피는 연꽃’이란 뜻

‘사월의 노래’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도 ‘목련꽃 그늘 아래서~’라고 하면 “아~ 그 노래”라 할 만큼 목련(木蓮, Magnolia kobus)이 곡의 상징나무로 나온다. 목련은 ‘나무에서 피는 연꽃’이란 뜻이다. 꽃눈이 붓을 닮아 목필(木筆), 꽃봉오리가 필 때 북쪽을 바라본다고 해서 북향화(北向花)라고도 불린다. 원산지는 제주도지만 전국 곳곳에서 자란다.

낙엽교목으로 흰색, 자주색 꽃이 핀다. 봄을 빨리 알리는 전령사다. 2월부터 꽃망울을 터뜨려 3~4월에 핀다. 꽃말은 숭고함, 고귀함, 우애, ‘이루지 못한 사랑’.

왕성상 언론인 / 가수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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