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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K케미칼의 플라스틱 재활용 원료로 생산한 원단으로 제작된 가방 |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세계 패션 시장에서 친환경 섬유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EU 등 선진국의 환경규제 강화와 소비자의 친환경 인식 확산 등으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중이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친환경·리사이클 섬유패션산업 육성 전략’에 따르면 전 세계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섬유 시장은 연평균 4.9% 성장해 2026년 약 37억 달러(한화 약 4조8000억원)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2026년 글로벌 의류 시장 규모가 1조9500억달러(한화 약 2528조원) 규모로 확대되고, 이 중 지속가능한 의류 시장이 6.1%인 1190억달러 (한화 약 154조원) 규모로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도 친환경 섬유 사업이 활발하다. 그간 플라스틱 원료 및 플라스틱 섬유를 제조해왔다면, 앞으로는 ‘화학적으로 재활용한 플라스틱’ 사업에 뛰어들어 시대 흐름에 맞춰가겠다는 전략이다.
화학적 재활용이란 폐플라스틱을 분해시켜 순수한 원료 상태로 되돌려 고분자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제조한 플라스틱을 폴리에스터 등 섬유로 가공할 경우 미세 이물질이 적어 정장, 캐쥬얼, 기능성 스포츠 의류 및 커튼, 침구류 등에 사용되는 고품질의 원단를 생산할 수 있다.
최근 SK케미칼은 친환경 패션 소재·제품을 생산하는 아트임팩트, 프로젝트1907과 공동으로 개발한 재활용 소재 섬유 원단을 출시했다. SK케미칼이 화학적 재활용 페트를 원료로 공급, 아트임팩트와 프로젝트1907가 ‘폴리에스터 100%’와 ‘스판 혼방’ 등으로 상업화한 것이다. SK케미칼의 플라스틱 순환생태계 플랫폼 ‘이음’을 통해 판매한다.
이번 원단 출시는 SK케미칼이 지난해 9월 아트임팩트,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체결한 '화학적 재활용 섬유(원사·원단)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에 따른 것이다. 앞서 3사는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소재인 '스카이펫(SKYPET) CR'을 사용해 높은 품질 수준의 재활용 섬유를 개발하고 판매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케미칼이 원사·원단 개발에 필요한 '스카이펫(SKYPET) CR'을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공급하고,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이를 원료로 다양한 원사를 생산, 아트임팩트는 원단으로 만들어 활용 및 판매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번 제품 출시로 SK케미칼의 그린 소재 제품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이 확장된 가운데, 사측은 향후 화학적 재활용 섬유의 공급망(서플라이 체인)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B2B2C(기업간·소비자간거래)’ 형태 판매망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케미칼은 최근 1300억원을 투자해 중국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 생산기업 ‘슈에’를 인수했다. SK케미칼이 인수하는 슈에는 중국의 그린 소재 기업으로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활용 원료를 생산하는 해중합 공장과, 여기서 생산된 '화학적 재활용 원료(r-BHET)'를 다시 페트로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SK케미칼은 화학적 재활용 페트의 투명성과 외관, 안정성 등을 앞세워 국내외 식음료병과 식품포장 필름용 시장에 소재를 공급할 계획이다. 물리적 재활용 페트 사용이 어려운 산업용 특수 섬유와 같은 고부가 가치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효성그룹 효성티앤씨는 나일론, 스판덱스 등 섬유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으로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 △100% 재생폐기물로 만든 리사이클 스판덱스 ‘크레오라 리젠’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을 재활용한 리젠오션 나일론 △고강력 리사이클 나일론 리젠 로빅·리젠오션 로빅 등 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3대 대표 화학 섬유인 나일론·폴리에스터·스판덱스를 친환경 섬유 ‘리젠(regen)’ 브랜드로 공급하는 것이다.
리젠은 재생을 뜻하는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에서 따왔다. 기본형 리젠 폴리에스터의 원료는 폐페트병이다. 페트병을 수거한 뒤 작게 조각 내고 칩으로 만든 뒤 실로 추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리젠 나일론의 경우 효성티앤씨가 지난해 말 울산공장에 구축한 해중합 설비 체제를 통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울산 해중합 설비는 부산광역시, 전라남도 등 지자체가 공급한 폐어망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는다. 어망의 불순물을 제거해 순도를 높인 원료를 만들고, 이를 다시 나일론 섬유로 만드는 일체의 생산 체계를 갖춰 본격 섬유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효성티앤씨는 친환경 섬유를 알리기 위해 원단 및 패션기업들과 협업 중이다. 지난달 개최된 2023 대구국제섬유박람회(Preview in Daegu; PID)에서 효성티앤씨는 글로벌 백팩 브랜드 오스프리, 미스터리랜치 등이 리젠 로빅을 적용해 만든 가방을 전시한 바 있으며, 영원무역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와도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지난 전시회에 마련된 노스페이스 콜라보레이션 존에선 효성티앤씨의 대표 친환경 섬유 ‘리젠코리아’로 만든 티셔츠, 스웻셔츠, 스웻팬츠 등 30여벌의 친환경 패션 제품들이 전시됐다.
울산2공장에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화학적 플라스틱 재활용 설비를 11만톤 규모로 구축 중인 롯데케미칼은 2020년 1월부터 리사이클 소셜벤처 프로젝트 ‘루프’를 추진해 화학적 재활용 섬유를 적용한 제품의 제작 등을 지원하고 있다.
루프 소셜 벤처는 출범 첫해 12월 폐페트병을 수거 및 재활용해 친환경 가방과 신발, 자켓, 노트북 파우치를 출시했다. 지난해 루프를 통해 출범한 소셜벤처 1기 중 ‘포어시스’가 폐어망과 폐PP 로프를 수거해 원료화 및 상용 제품화를 시작했고, ‘플러스라이프’가 폐플라스틱 원단으로 의류와 함께 계절별 원단 제작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이외에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 유니폼, 롯데백화점 유니폼, 롯데리아·크리스피크림도넛·엔제리너스커피의 유니폼에 효성티앤씨의 재활용 원단을 도입했다. 롯데케미칼의 화학적재활용(C-rpet)기법을 적용한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에 효성티앤씨의 섬유 원단 생산 기술력을 접목했다.
각각 엔제리너스의 친환경 앞치마는 폐페트병 20개를 투입해 만들어졌으며, 매장 직원의 근무 시 커피 또는 액상 등의 침습을 방지하기 위한 발수 기능을 추가했다. 롯데백화점은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MVG라운지, VIP 바, 안내 데스크, 발렛 라운지 15개 직군 직원들의 유니폼에 리젠 폴리에스터를 적용했다. 전 점포 직원 유니폼을 위해 약 16만개의 페트병이 사용됐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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