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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다이렉트 뱅킹 역마진 의혹시중은행 “산은의 다이렉트 뱅킹 역마진 가능성 있는 덤핑상품”
김희정 기자 | 승인 2012.06.28 18:16

산업은행이 내놓은 KDB다이렉트 뱅킹이 은행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강만수 산업금융지주 회장이 개인 고객을 잡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이 상품은 출시 7개월 만인 지난 3일 1조원을 돌파했다. 산은은 발상의 전환 덕에 성공한 것이라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중은행들의 시선은 차갑다. 시중은행들은 개인 수신을 늘리기 위해 손해를 보며 파는 덤핑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산업은행 “개인 원화 예금 비율 1%에 불과…시장교란 아니다”

KDB다이렉트 뱅킹은 무점포 온라인 상품이다. 계좌 개설을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산은 직원이 고객을 찾아가 본인 확인을 해주는 식이다. 점포 개설과 운영 비용을 절감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하이어카운트(수시입출금식 상품) 금리는 3.5%, 하이정기예금은 4.3~4.5%로 시중은행보다 각각 2.5%, 1% 가량 높다.

이 상품은 두 가지로 나뉜다. 수시입출식 예금인 하이어카운트는 금액, 예치기간 등 까다로운 조건 없이 무조건 연 3.5% 금리를 준다. 정기예금인 하이정기예금은 1년 기준으로 기본금리가 연 4.3%인데, 신규고객은 우대 금리 0.2%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

다른 시중 은행들의 수시 입출식 예금이 연 1% 안팎이고, 정기예금도 4%대 전후인 걸 감안하면 금리 경쟁에서 산은이 멀찌감치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초 다이렉트 뱅킹은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기존 고객들의 항의 때문에 모든 고객으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여기에 신청자가 늘면서 실명 확인을 해주는 산은 직원과의 면담 대기 기간이 2, 3개월이나 늘어나자 산은은 고객이 직접 지점에 가서 본인 인증을 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사실상 일반 은행의 인터넷뱅킹 절차와 같아진 것이다. 산은측은 애초 무점포 영업으로 비용을 줄여 고객에게 금리를 더 주겠다고 강조해 왔다. 산은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의 금리도 많이 올랐다. 수시 입출금의 경우 최대 4.5%의 고금리를 적용하는 곳도 있다”면서 “산은의 개인 수신율은 전체 시장 규모에서 큰 규모는 아니다. 1년에 예금이 85조원씩 늘어나는 시중은행도 있으며 1년 수신예금이 수백조인 시중은행들의 규모에 비해 산은이 다이텍트 뱅킹으로 1조원 상승한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 개인 예금 규모는 5조원 규모로 KB금융의 5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또 애초 다이렉트 뱅킹의 금리는 초기 고객의 경우 3.5%를 적용했으며 VIP 고객에 한해 4.5%를 적용했으나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그 범위를 확대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한 목소리로 산은을 향해 “언제 빼 갈지 모르는 수시입출식 예금에 고금리를 주는 건 역(逆)마진을 각오한 전형적인 덤핑 전략”이라고 맹비난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은측은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타 금융도 마찬가지로 수시입출금에 대해 비슷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측은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공세에도 불구하고 2015년까지 다이렉트 뱅킹을 1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이를 위해 올해 다이렉트 뱅킹의 실명확인 직원을 60명 더 모집해 100명까지 확충할 방침이다.

김한철 산은 수석부행장은 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는 2015년까지 KDB다이렉트 상품이 예수금 10조원, 100만 고객을 가진 중요한 재원조달 채널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이렉트 상품은 지난 3일자로 예수금 1조원을 돌파했고 연내에는 2조원 유치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 부행장은 지점 운용비용을 낮추고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덕에 금리를 높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 교란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산은의 예수금이 5조원밖에 안돼 작년 국내은행 원화예수금 규모(445조원)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개인예수금을 20조원으로 늘리더라도 전체 중 4% 수준인데, 이 정도의 점유율을 시장교란이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산은 건전성 악화 지적

산은은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산은 관계자는 <시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산은의 포트폴리오는 국책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살려 여전히 채권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측은 연간 운영비용이 22억원 수준인 강남지역 점포 1곳당 개인예수금이 1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2조원을 유치하기 위해선 440억원이 필요하다며 다이렉트 뱅킹을 통해 2조원을 유치한다면 약 440억원의 점포 신설 비용이 절감돼 금리를 더 줄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또 다이렉트 상품의 평균금리는 3.9% 수준인 반면 이 자금으로 운용되는 파이오니어(Pioneer) 프로그램을 통한 대출은 5~6% 초반으로 실시돼 적정 마진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산은측은 또 지난해 말 기준 산은의 명목 순이자마진(NIM)은 1.46%로 시중은행(2.4%)보다 90bp(100bp=1.0%) 가량 낮은 수준이라면서 관리업무 비용을 감안한 실질NIM은 시중은행과 유사한 수준이며 총자산이익률(ROA)도 0.96%로 시중은행 평균(0.67%)보다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공공기관이란 타이틀을 벗은후 일반 시중은행과 경쟁한 지 꼭 100일여만에 이 같은 구설에 오르자 금융 당국도 당황하고 있다. 금감원은 덤핑으로 인한 부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이렉트 뱅킹 상품의 구조와 실적 등에 대한 자료를 산은에 요청하고 집중 검사를 위한 사전 점검에 들어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KDB다이렉트의 역마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산은 측에서는 NIM이 1.46%이라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이렉트 뱅킹만 따져봤을 때 어떤 수준으로 나올지는 알 수 없으며 대차대조표만 봐서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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