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가 있는 33대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 420곳이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재벌 총수 일가의 엇나간 배당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3대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 1천98개의 작년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총수와 친인척들이 적게는 1인당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배당을 챙겼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장남 이성훈 전무는 비상장사 광영토건으로부터 배당금 100억원을 받았다. 광영토건이 지난해 올린 순이익 7억7000만원의 13배가량 되는 규모다. 상장사 배당성향이 통상 20%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다분히 비정상적인 수치다.
 

조현준 효성 사장과 정몽익 KCC 사장에게 각각 44억원과 40억원을 배당한 효성투자개발과 코리아오토글라스도 배당금이 순이익보다 컸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경우 아이팩으로부터 순익의 6배인 150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지난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이 13%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얼마나 많은 배당을 받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러한 총수 일가의 비상장사 배당잔치는 결국 상장사 주주의 피해로 귀결된다. 또 대기업들이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중견기업이나 강소기업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점도 문제다.

 

하지만 비상장사의 기업정보가 잘 공개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재벌들은 부의 대물림을 유지하고 있다.
 

정상적인 경영을 통해 순익을 낸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은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준 대가로 적자기업에게서조차 거액의 배당금을 뜯어가는 것은 법적 책임을 물어야하는 사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회사의 생존과 발전은 안중에도 없이 사리사욕만 채우고 일반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대주주의 일탈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