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전자 이영희 사장, 11번가 안정은 사장, LG생활건강 이정애 대표, 지투알 박애리 대표, CJ올리브영 이선정 대표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재계 주요 그룹들이 여성 CEO 등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SK, LG, CJ 그룹이 오너가 일원이 아닌 여성 전문 경영인을 처음으로 발탁한 가운데 향후 ‘여성 CEO’들의 존재감이 커질지 관심이 모인다.

삼성전자,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선임...‘갤럭시S 시리즈 주역’

삼성전자는 5일 사장 승진 7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선 DX(디바이스 경험)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영희 부사장은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해 주목됐다. 지금까지 삼성 계열사 사장 중 여성은 오너가 일원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다.

이 사장은 1964년 출생으로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광고마케팅학을 공부했다. 이후 부레오버넷코리아, 유니레버코리아, SC존슨코리아, 로레알코리아 등 주로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다.

2007년 삼성전자에 임원으로 영입된 뒤 DMC연구소 전략마케팅팀에서 휴대폰 마케팅을 담당했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와 웨어러블 '기어' 등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끄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신화'를 일궈낸 주요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를 극복하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며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의 브랜드 안착과 흥행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10년간 ‘삼성전자에 최초 여성 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이번 인사에 따라 승진한만큼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등의 역량 발휘와 함께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영희 부사장 승진과 관련해 “역량과 성과가 있는 여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여성 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사장 승진 후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등의 역량 발휘와 함께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11번가 첫 여성 CEO 안정은 사장, 야후·네이버·쿠팡·LF 거친 전문가

SK그룹 이커머스 계열사 11번가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11번가의 첫 여성 CEO가 될 안정은 내정자는 향후 이사회를 거쳐 하형일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11번가 측은 “각자 대표 체제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e커머스 시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며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신성장동력 확보, 서비스 고도화, 강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1번가의 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안 내정자는 야후코리아를 거쳐 네이버 서비스기획팀장, 쿠팡 PO(Product Owner)실장, LF e서비스기획본부장을 역임한 e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다.

11번가에는 2018년 신설법인 출범시기에 합류해 이후 서비스 총괄 기획과 운영을 담당했다. 지난해 출시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연간 500만 건의 동영상이 리뷰로 쌓이는 ‘꾹꾹’ 서비스까지 11번가의 경쟁력 있는 차별화 서비스들 모두 안정은 내정자의 손을 거쳤다.

올해 초 하형일 사장의 취임과 함께 11번가에서 COO를 맡으며 11번가의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 e커머스 최초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한잔’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서비스 기획에 집중했다.

안정은 11번가 CEO 내정자는 “11번가는 고객 경험을 최우선에 두고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11번가만의 장점을 극대화해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 월 1000만에 달하는 11번가 고객들이 최상의 쇼핑경험을 얻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번가는 앞으로 신규사업 전략 전문가인 하형일 사장이 다양한 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11번가의 기업가치 증대에 전념하고, 안정은 내정자가 사업 전반의 성과와 차별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게 된다.

LG생활건강, 그룹 최초 여성 대표 2인 선임...이정애·박애리

LG생활건강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현재 음료(Refreshment)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을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CEO로 내정했다. 지난 18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끌었던 차석용 부회장은 후진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애 신임 사장은 생활용품사업부장,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 음료사업부장을 역임해 LG생활건강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1986년 입사해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한 이후 헤어케어, 바디워시, 기저귀 등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해 왔다.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 선임 이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어려운 사업환경을 헤쳐왔으며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생활용품시장 일등 지위를 확고히 강화한 성과를 인정받아 LG그룹 최초의 공채출신 여성 부사장이 됐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2015년 말부터는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 LG생활건강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2019년 이후로는 음료 사업을 맡아 소비트렌드에 발맞춘 제품 육성과 적극적인 마케팅, 유연한 채널 전략을 통해 ‘코카콜라’, ‘몬스터에너지’, ‘씨그램’ 등 주요 브랜드들을 지속 성장시켜왔다.

LG생활건강 외에 LG그룹 광고지주회사 지투알 신임 대표이사에 박애리 부사장이 선임되기도 했다. 박 대표이사는 광고 마케팅 전문가로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사업 환경 변화에 요구되는 데이터 기반의 통합 마케팅 실행에 높은 역량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7년생으로 서울 무학여고, 연세대 영어영문학과(학사), 미국 인디애나대 교육학과(석사)를 졸업했다. 대우자동차판매㈜를 거쳐 2005년 부장으로 LG애드에 입사, HS애드 광고1사업부장 겸 OTR전략담당(상무), HS애드 어카운트 서비스1사업부문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경영전략부문, 경영지원부문 체제를 유지하고, 각 계열사의 미래준비를 지원하는 역할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 올리브영 이선정 신임대표 발탁...라이프스타일 전환 이끈다

CJ그룹은 올리브영 신임대표에 기존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선정 경영리더를 선임했다.그는 1977년생 여성으로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이자 그룹 내 최연소 CEO다.

이선정 신임대표는 2006년 올리브영에 MD로 입사해 15년 이상 MD 전문가로 일하며 올리브영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올리브영이 최근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로 거듭나기 위해 주류, 요가복, 심리스 브라 등 취급 상품군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만큼 관련 영역에서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산업계 일각에선 주요그룹들의 여성 사장 선임이 국내 경영계에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1000대 기업 내 대표이사급 CEO 1350명 중 여성은 32명으로 전체 대표이사 중 2.4%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 가운데 오너가 25명을 제외한 ‘여성 전문 경영인’은 7명이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4명이 더해지면 총 11명이 되는 셈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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