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눈이 오면 눈 맞을 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사랑땜에 울먹일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회초리 치고 돌아앉아 우시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바람 불면 감기 들세라

안 먹어서 약해질세라

힘든 세상 뒤쳐질세라

사랑땜에 아파할세라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는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울 엄마가 보고파진다

 

나훈아(본명 최홍기) 작사․작곡․노래 ‘홍시(紅枾)’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대중가요다. 어느 날 홍시를 보자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떠오른다는 사모곡(思母曲)이다. 가사가 심금을 울린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엄마와 어릴 적 기억이 나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사람들이 적잖을 것이다. 감이 제사상에 오르는 설, 추석 등 명절이나 기제사날, 어버이날에 들으면 가슴에 와 닿는 가요다. 평소 잊고 있었던 ‘효(孝)’를 생각하게 만든다.

노래소재인 홍시는 가을이면 집이나 밭 주변의 감나무에 빨갛게 익어 매달려 있는 계절과일이다. 그래서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주렁주렁 달린 홍시는 계절의 정취와 풍성함을 느끼게 한다.

홍시는 글자그대로 붉은 홍(紅), 감 시(枾)자다. 생감의 떫은맛이 없어져 단맛이 강해지고 말랑말랑해진 것을 말한다. 연시(軟枾), 연감이라고도 부른다. 숙취를 풀어주고 소화를 돕는다.

우리 조상들은 늦가을에 감나무에서 감을 따고 ‘까치밥’이라며 몇 개를 남겨뒀다. 홍시가 되면 까치가 먹으라는 배려이자 기쁜 소식을 전하는 길조(吉鳥)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나훈아 New Free Style’ 음반에 실려

‘홍시’ 노래는 나훈아가 가요계 데뷔 40주년은 앞둔 2005년 9월 ‘나훈아 New Free Style’ 음반에 실려 발표됐다. ‘사내’, ‘또래야’, ‘아리수’ 등과 함께 담긴 그의 자작곡이다.

1989년 ‘갈무리’, 1993년 ‘어매’, 1999년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등에 이어 수년간의 공백을 깨고 꾸준히 음악작업을 해 낸 2000년대 그의 첫 발표작이다. 결과는 히트곡으로 떴다.

어머니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이 노래는 전형적인 트로트곡이다. 노랫말이 긴 편이지만 부르기 쉽게 되풀이되는 내용에다 멜로디도 단순하게 이어진다. 몇 번 듣고 따라 부르다보면 금방 익힐 수 있다.  

나훈아 노래엔 ‘고향’, ‘어머니’에 대한 게 많다. 지방출신이라 그런지 자작곡을 만들면서 고향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자주 담아낸 것이다. 그가 1971년에 부른 ‘감나무 골’(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도 감(홍시)과 고향, 연인과 연관 있는 노래다. ‘산 제비 넘는 고갯길 산딸기 피는 고갯길~’로 나가는 가사가 정겹다.

노래소재 홍시에 얽힌 얘기도 꽤 많다. 효성이 지극한 자녀가 부모를 위해 구해 드시도록 한 먹을거리에서 빠지지 않는 게 홍시다.

전설, 민담, 설화, 고담, 야화 등이 많다. 김천시  봉산면 곤천리의 ‘홍시 전설’, 부산시에 ‘동지섣달 호랑이 도움으로 홍시를 구한 효자’ 얘기가 전해져오는 등 전국 여러 곳에 전설이 많다.

감나무는 장수식물이다. 200~250년쯤 산다. 삼성그룹창업자 이병철(1910. 2. 12~1987. 11. 19) 회장이 태어난 고향엔 국내 최장수감나무가 있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 백곡리에 있는 것으로 450년이 넘었다. 땅, 공기, 물 등 환경이 좋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그곳엔 ‘인물’이 많이 나왔다.

나훈아, 무대카리스마 대단한 만능음악인

‘홍시’ 노래를 만들어 부른 나훈아는 트로트, 팝송, 록, 힙합 등 어떤 장르의 곡도 소화해내는 대형가수다. 무대카리스마가 대단한 만능음악인이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 부리부리한 눈, 다부지게 다문 입, 뒤로 묶은 은빛머리카락과 수염이 예사롭지 않다. ‘하늘이 준 음색’이라할 만큼 간드러지게 꺾이는 목소리도 대중을 사로잡는다.

70대 중반 나이임에도 자기만의 색깔로 노래를 잘 녹여내 인기다. 관객들을 능수능란하게 울렸다가 웃긴다. ‘가수왕(歌王)’, ‘트로트 제왕’으로 불리며 ‘물레방아 도는데’, ‘고향역’, ‘영영’, ‘무시로’, ‘갈무리’, ‘잡초’ 등 많은 히트곡들을 쏟아냈다.  

나훈아는 1947년 2월 11일 부산시 동구 초량동에서 외항선 마도로스(선장)이자 무역상이었던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2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부산 초량초등학교, 대동중학교, 서울 서라벌예술고를 나왔다.

그는 1965년 서울로 와 ‘약속했던 길’을 취입했으나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공식 가수데뷔는 19살 때인 1966년에 했다. 대중가요 ‘천리 길’을 불러 이름을 알렸다.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음악기초도 다져 1971년 취입한 ‘가지 마오’가 크게 히트했다.

KBS 음악대상(1972년), MBC 10대 가수 특별가수상(1981년), 제3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특별상(1996년) 등 상을 휩쓸며 탄탄대로를 걸어 오늘에 이른다. 히트곡만 120곡이 넘고 자작곡이 800곡 넘는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다. 작사, 작곡, 노래를 잘 한다.

3번의 이혼 등 우여곡절 삶, 올해 신곡 발표

하지만 나훈아의 개인사는 순탄치 않다. 결혼과 이별, 헛소문까지 화제인물이 됐다. 공연 중 피습, 3번의 이혼, 10여년의 칩거는 큰 관심을 끌었다. 2017년 7월 KBS-2TV ‘연예가 중계’에서 그의 우여곡절 삶이 소개됐다.

인기가수로 잘 나갔던 그는 1972년 공연 중 얼굴에 78바늘을 꿰맬 정도의 큰 상처를 입었다. 팬이 악수하러 무대로 올라오는 줄 알고 손을 내미는 순간 흉기로 공격당한 것이다. 이후 가수활동을 멈추고 1973년 일반여성과 결혼했다.

그러나 3년 만에 갈라섰다. 얼마 뒤 그에게 ‘새 사랑’이 찾아왔다. 7살 많은 영화배우 김지미와 1976년 결혼식을 올린 것이다. 숱한 화제를 뿌렸지만 둘은 6년 만에 헤어졌다. 1983년 그는 14살 아래 여성과 세 번째로 결혼, 또 한 번 눈길을 모았다.

그 후 그는 방송출연을 자제했다. 2006년 ‘가수데뷔 40주년 기념공연’을 끝으로 칩거에 들어갔다. 2007년 3월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취소하고 자신의 기획사(아라기획)까지 문을 닫은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폭력조직 관련설’, ‘투병설’, ‘신체훼손설’ 등에 휘말렸다. 그러자 2008년 1월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루머에 대해 해명한 뒤 다시 칩거를 이어갔다. 2011년엔 아내(정수경)가 이혼소송을 내 법원이 2016년 10월 청구를 받아들이자 부부생활을 정리했다.

나훈아는 2017년 음악 삶을 다시 시작했다. 그해 7월 신곡을 내는 등 옛 인기를 되찾고 있다. KBS-2TV의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프로그램에 출연, 화제를 모았다.

‘테스형’, ‘공’ 등의 노래는 뉴스거리가 됐다. 올 6월 11일~9월 24일엔 가수데뷔 55주년기념 ‘Dream 55’ 전국투어콘서트를 가졌다. 부산, 대전, 창원, 인천, 대구, 안동, 고양, 서울, 천안, 광주에서 펼쳐졌다. 새 음반(‘일곱 빛 향기’)에 담긴 ‘맞짱’, ‘누망’, ‘친정엄마(아내의 엄마)’, ‘사랑의 지혜’, ‘매우(梅雨)’, ‘끈(미련 곰탱이)’, ‘체인지(Change)’ 등을 포함한 히트곡들을 불러 박수가 쏟아졌다. 그의 또 다른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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