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코오롱그룹이 이웅열 회장의 장남 이규호 부사장을 승진시키는 등 총 55명에 대한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기업 승계 작업 및 코오롱그룹의 모빌리티 사업 확장이 본격화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오롱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오너가 4세인 이규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룹은 “이 대표는 2년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을 맡아 ‘과감한 체질 개선으로 1등 DNA를 심는다’는 전략 아래 사업포트폴리오 확대 등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견인해왔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온라인 플랫폼 구축, 새로운 트렌드 변화에 따른 브랜드 가치 정립 등으로 실적 반등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1984년생으로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 공장에 차장으로 입사,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2017년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 2018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전무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0년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부사장 자리에 오른 뒤 이번 인사로 2년 만에 사장 직위에 오르게 됐다.

이 부사장은 이에 더해 전철원 BMW본부장 부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아 내년 1월 출범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끌게 된다. 전철원부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코오롱그룹은 지난 7월 코오롱글로벌에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인적분할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으로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그룹은 2023년 1월 1일 보유자산 가치 기준으로 기존 코오롱글로벌 75, 신설법인 25의 비율로 인적분할하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신설 및 재상장할 계획이다. BMW와 아우디, 볼보, 지프, 롤스로이스 등 수입차부문은 신설법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 기존의 건설과 상사부문 및 코오롱스포렉스 등 자회사는 존속법인 코오롱글로벌에 소속된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12% 이상 성장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기존 오프라인 수입차 유통판매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확장한다. 실적 안정성을 기반으로스포츠유틸리티차(SUV)·전기차(EV) 영역에서 멀티브랜드를 구축하고, 프리미엄 구독서비스, 온라인 플랫폼 구축, 중고차 사업 등 관련 벨류체인을 확대해 종합 모빌리티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신설법인은 특히 그룹 내 비즈니스 간 시너지를 통해 고객가치 향상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룹 내 호텔·골프장 등 다양한 레저 비즈니스와 연계한 상품·서비스를 개발하고 차별화된 고객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한다는 목표다.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을 맡아왔던 이 사장은 분할 후 신설법인 각자대표로서 미래성장전략 수립 및 신사업 발굴, 재무역량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기존 사업 중심의 판매 및 A·S네트워크 관리 분야는 BMW부문장을 지낸 전철원 부사장이 또 다른 각자대표로서 신설법인의 영업 기반을 다진다. 전철원 대표는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BMW본부를 이끌었던 오랜 업력과 성과 등을 인정받았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그룹 주력 제조사업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전면 교체됐다. 

코오롱글로텍 대표이사로는 코오롱플라스틱의 방민수 대표이사 부사장이 내정됐다. ㈜코오롱 전략기획실장을 역임한 방 대표는 코오롱플라스틱에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차량 경량화 소재를 적극 키워왔으며 사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통해 높은 성장을 이끌어온 능력을 인정받았다.

코오롱플라스틱 대표이사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허성 부사장이 내정됐다. 허 대표는 화학회사 악조노벨사와 삼화페인트 등을 거쳐 2021년 그룹에 영입된 뒤 코오롱인더스트리 CSO(최고전략책임자)로 전략적 변화를 추진해왔다. 향후 미래 자동차에 특화된 소재 개발과 신사업 발굴 등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베니트 대표이사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강이구 부사장이 내정됐다. 강 대표는 과거 코오롱그룹의 ERP 도입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IT서비스 전문기업인 코오롱베니트를 디지털 대전환(DX) 시대에 걸맞는 선도기업으로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강 대표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에는 지주사인 ㈜코오롱 사업관리실장과 코오롱플라스틱, 코오롱글로텍 등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김영범 사장이 낙점됐다.

이외에 이번 인사에서는 상무보 22명에 대한 인사도 이뤄졌다. 신임 상무보 22명 중 16명이 40대로 70% 이상이며,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에서 ESG를 총괄하며 코오롱스포츠를 담당하고 있는 한경애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총 5명의 여성 임원이 승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오롱 그룹이 이번 인사를 통해 제조업 강화, 임원 세대교체 등 4세 승계 발판을 마련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며 “이규호 사장의 경영 능력 증명과 그룹 지배를 위한 지분 확대는 과제로 꼽히지만 그룹의 핵심 미래 사업을 총괄하게 된 만큼 우선 승계의 초석을 닦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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