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면세업계가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국내 면세점들은 외국인 이용객 수 증가에 힘입어 올해 월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내국인 이용객 수가 줄어들면서 총 이용객 수가 다시 100만 명 아래로 줄었다.

내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온 주요 면세점들은 매출은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가운데 그간 지연돼 온 인천공항의 면세사업권 신규 입찰이 이뤄질 예정이다. 면세 사업장 임대료 산정 방식에 따라 임대료 부담이 증가할 수 있어 업계 안팎의 시선이 모인다.

31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7682억원으로 전월(1조5701억원)보다 12.6% 증가했다.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매출은 1조6527억원으로 전달(1조4308억원)보다 15.5% 늘었다.

​외국인 이용자수는 16만4700명으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출 및 이용자 수 증가는 입국 후 유전자증폭(PCR) 검사 폐지와 일본·대만 등 무비자 입국 재개로 내한 관광객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내국인 매출은 1천155억원으로 전달(1천393억원)보다 17% 감소했고, 내국인 이용자 수도 73만3천110명으로 올해 최다였던 전월(88만9천910명)보다 줄었다. 9월 총 이용객 수는 89만 7810명으로 전월(103만5773명·내국인 88만9910명, 외국인 14만5863명) 대비 13만 7963명 줄었다.

전체 매출은 증가하고 이용객 수는 줄어든 만큼 이용객 1인당 객단가는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면세점업계의 실적 반등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면세점(TR) 부문 매출은 1조19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7% 급감한 6억원에 그쳤다. 시장점유율 확보 전략을 펼치면서 판관비 등이 증가한 가운데 내국인 매출이 감소한 탓으로 풀이된다.

신라면세점의 1155억원으로 전달(1393억원)보다 17% 감소했다. 내국인 이용자 수도 73만3110명으로 올해 최다였던 전월(88만9910명)보다 줄었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은 3분기 매출 8566억원, 영업이익 5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229억원 대비 대폭 감소했다. 매출은 공항 출국객 수가 늘어난 영향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23년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3분기에 선반영한 영향으로 감소했다.

롯데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 매출이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들의 실적 하락 원인으로는 ‘강달러’ 지속세가 꼽힌다. 전날 환율을 적용해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면세업계 특성상 환율이 오르면 시중 판매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게 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돌파한 상태다. 3분기(7·8·9) 마지막 달인 9월에는 13년 6개월 만에 144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면세업계가 달러 고환율 대책으로 원·달러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포인트를 증정하는 ‘환율 보상 이벤트’를 벌이고 있지만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에 더해 면세 업계 주 수익원인 따이궁의 방문이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도 실적 부진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편 최근 면세업계는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 공고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공항면세점 입찰에 대한 공고는 6개월 전께 이뤄지지만 올해는 제1여객터미널(T1) 매장이 수 개월 째 공실 상태인데도 입찰 공고가 지연된 탓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매장 총 21개 중 T1 매장 9개, 제2여객터미널(T2) 매장 6개를 대상으로 사업권 입찰공고를 내야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T1 사업장은 앞선 사업권 공고가 세 번 유찰된 후 비워져있고, T2 사업권은 두 달 뒤인 내년 1월 중순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인천공항 T1 면세사업자 선정이 유찰된 것은 사업장 임대료 산정 방식 때문이다. 공사는 2020년 사업자 선정 공고에서 임대료 산정방식을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한 ‘고정형’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실적이 99% 감소하는 등 충격을 입은 면세업계가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사업권 입찰에 나서지 않으면서 지난 2020년 2월 처음으로 입찰공고가 유찰됐고, 같은해 공사가 9월 임대료 납부 방식을 기존 고정형에서 연동형으로 바꾸는 등 계약 조건을 변경하고 사업자를 모집에 나섰지만 재차 유찰됐다. 유찰 다음날인 9월 23일 같은 계약 조건으로 재모집 공고를 냈으나 10월 세 번째로 유찰됐다.

‘입찰공고 재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면세업계에서는 “매출연동형 요금제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3월부터 6개월 간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을 대상으로 임대료를 50% 감면해주고, 당 해 9월부터는 임대료 산정 방식으로 면세점 ‘매출’과 연동하는 영업 요율제를 적용해왔다.

만약 이번 입찰에서 인천공항공사가 기존 고정요율 방식이나 ‘면세점 이용객 수’ 연동 방식을 채택할 경우 인천국제공항 T1, T2 임대료도 급증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가 면세 사업권 구획, 스마트 면세서비스 등을 포함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신규 입찰공고 협의를 완료했다고 하는 만큼 연내에는 입찰 공고가 날 것으로 보고있다”면서도 “중국 따이궁 방문이 회복될 때까진 업황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면세점 이용객 수 증가가 업황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매출이 증가했다고 해도 영업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투입하는 판관비도 함께 증가한 상태라 새 임대료 산정 방식이 어떻게 정해질지 주목하며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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