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이 미국, 일본 등 시장 진출을 통해 ‘탈중국’ 전략을 추진 중이다. 

최근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전체의 30%, 50%에 달하는 대중(對中) 매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숙제를 받아 든 상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그동안 성장세를 유지해왔던 국내 화장품의 중국 수출은 현지 2030세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궈차오(國潮·애국소비)' 열풍이 확산되면서 상반기에만 20% 이상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도시 봉쇄령이 내려진 여파도 컸다. 

이 가운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창립 77주년을 맞아 ‘뉴 뷰티’와 ‘위닝투게더’를 강조하며 생존수단을 모색 중이다. LG생활건강은 미국 내 영업 강화를 통해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 뉴뷰티·위닝투게더·강한브랜드·디지털 대전환 추진

올해 창립 77주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뉴 뷰티(New Beauty)’와 ‘위닝투게더(Winning Together)’를 강조 중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은 지난 8월 창립기념사를 발표하며 “현재는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을 고객에 두고 비즈니스를 재정의, 재조정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국가와 지역의 경계를 넘은 무한한 가능성의 시대에 국내외 고객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자”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뉴 뷰티는 ‘모든 존재가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며 그 잠재력에 주목하는 아름다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전통적 뷰티의 영역을 넘어 일상 전반을 포괄하는 라이프 뷰티영역에서 디지털 기술로 개개인에 맞춘 최적의 아름다움을 찾아나간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올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위닝투게더(Winning Together)’의 경영 방침 아래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의 3대 추진 전략을 실행 중이다. 

‘강한 브랜드’의 완성을 위해서는 엔진 상품 육성, 데이터 기반의 고객 대응 강화, 더마(Derma)와 웰니스(Wellness) 등 잠재력 있는 비즈니스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를 리뉴얼하며 브랜드 캠페인 ‘설화, 다시 피어나다’를 전개했다. 4년 만에 브랜드 모델을 배우 송혜교에서 블랙핑크 로제로 교체, 주 고객층을 글로벌 MZ세대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라네즈는 ‘메종키츠네’와 협업한 두 번째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는 등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고, 헤라와 바이탈뷰티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신제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에스트라의 경우 국내 최초로 소아 사용 의료기기 인증 제품을 출시하며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

디지털 대전환과 관련해서는 커머스, 콘텐츠, 커뮤니티의 역량을 강화하고 디지털 기술을 통한 미래성장 기반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말 직영 자사몰 AP몰을 론칭 10년만에 ‘아모레몰’로 리뉴얼하기도 했다. 3분기 국내 e커머스 채널의 화장품 매출이 10% 이상 증가한 점도 ‘디지털 대전환’의 성과로 보인다. 

서 회장은 올해 신년사 발표 당시 디지털 대전환과 관련해 “디지털 세상 속 커머스, 콘텐츠, 커뮤니티를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MZ세대 고객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강한 팬덤을 구축해야 한다”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방문판매 등 오프라인 채널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맞춤형과 비대면 솔루션 등 미래 성장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 소비 시장의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글로벌 업황 악화에 따른 영향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면세 등 수익성이 높은 채널의 매출이 하락한 것도 중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그룹은 올해 북미와 일본 등 시장을 공략하며 탈 중국 전략을 실행중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9월 초 미국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타타 하퍼 브랜드의 운영사인 ‘Tata’s Natural Alchemy’의 지분 100%를 인수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인수를 위해 유상 증자로 약 1681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타타 하퍼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다. 2010년 탄생한 이래 네타포르테, 컬트 뷰티 등의 온라인 채널 및 세포라, 니만마커스 등 8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인수를 통해 북미 뷰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타타 하퍼와 함께 마케팅 활동을 펼쳐 북미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 시장은 라네즈 ‘네오 쿠션’을 새롭게 출시하며 현지 소비자 공략에 나선 상태다.

한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실적 공시를 통해 2022년 3분기 1조 218억 원의 매출과 3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5.9%, 영업이익은 36.2% 감소했다.

그룹 전체의 화장품 부문 매출은 9499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국내 사업은 면세 채널 부진의 영향으로 18.6% 하락한 587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은 중국 소비 둔화의 여파로 아시아 지역 매출이 하락하며 12.8% 감소한 334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을 제외한 기타 아시아 시장에서는 약 20%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북미 시장에선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전체 매출 확대의 성과를 올렸다. 앞서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66% 성장했으며, 3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97% 성장했다. 

LG생활건강, M&A시너지 앞세워 북미시장 적극 공략

LG생활건강은 최근 수년간 북미 지역 업체를 인수하는 M&A(인수합병)를 하며 현지 시장 진출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0년에는 미국 화장품·생필품 판매 회사 뉴에이본(New Avon)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의 지분 56%를 사들였다. 올해는 미국 화장품 브랜드 크렘샵의 지분 65%를 1500억원에 인수했다. 

2012년에 설립된 크렘샵은 미국 MZ세대를 겨냥한 색조, 기초 화장품 브랜드다. 2020년 기준 매출 규모 470억 원에 달한다. 

크렘샵은 현지 고객들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 트렌드 센싱 역량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헬로키티, 디즈니, BT21 등 다양한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트렌디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SNS 마케팅을 펼쳐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통해 MZ세대 고객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며 온라인 시장에서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를 키우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LG생건 인수 이후 더크렘샵은 미국에서 신제품 출시와 채널 확대를 통해 관심 고객수(인스타그램 팔로워 46만명)를 늘려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이 북미 시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앞서 차석용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뷰티 사업에 역량 집중, 북미 시장 중심의 해외사업 확장, 디지털 역량 강화를 2022년 중점 추진사항으로 제시한데 따른 것이다. 

차 부회장은 “사업 확장 가능성이 큰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필두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대표 브랜드 ‘후’를 집중 육성해 럭셔리 포지셔닝을 더욱 강화해나가고, ‘후’ 브랜드의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 브랜드 컨셉과 헤리티지는 유지하면서 북미 고객들이 선호하는 향과 용기 디자인을 적용한 신규 라인을 강화한다. 채널면에서는 REACH 인수를 통해 확보한 오프라인 리테일러와의 관계를 확대하는 동시에 지난해 인수한 알틱폭스(Artic Fox)의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차 부회장은 중국 시장 상황의 악화를 예상하고 북미시장공략을 선제적으로 주문 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후 등 브랜드의 럭셔리 이미지로 중국 소비자를 공략해왔던 LG생건은 올해 초 시작된 중국 봉쇄정책이 3분기까지 지속되며 현지 경제 전반 침체로 이어진 영향을 받고 있다.

‘왕홍(網紅)’ 등 현지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제재 강화로 온라인 매출도 타격을 받았다. 현재는 중국 시장 정상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럭셔리 화장품을 강화 중이다.

일본에서는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현지 감성을 반영한 제품을 출시 중이다.

한편 LG생활건강은 3분기 전사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7.0% 감소한 1조 8703억원, 영업이익이 44.5% 감소한 190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화장품사업은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3.1% 감소해 7892억원으로 나타났고, 영업이익은 676억원으로 같은기간 68.6% 감소했다. 홈/데일리뷰티 사업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8% 성장한 5873억원, 영업이익은 11.8% 감소한 561억원을 기록했다.

음료사업은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1.3% 성장해 493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4.9% 증가한 663억원을 달성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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