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국인 어머니가 자녀들과 미국으로 출국한 뒤 자녀들이 영주권을 취득하였다. 이후 어머니는 자신의 계좌에 보유한 미화로 미국 내 부동산을 매수하여 각 자식들 명의로 등록하였다.

이에 대하여 국내 관할 세무서장은 어머니가 미국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자금을 자식들에게 증여하였다고 보아 자녀들에게 증여세부과처분을 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위 증여세부과처분이 위법하다며 전부취소하면서, 자녀들은 국내에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영주권을 취득한 자녀에게 현지 부동산을 사 주는 경우 참조할 판례이므로 소개하고자 한다.

상속세와 증여세 부과대상의 차이점

상속세의 경우와는 달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한다)상 비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국외’에 있는 재산을 증여한 경우 증여자, 수증자 모두 증여세 납세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설령 증여자가 (국내) 거주자라 하더라도 비거주자인 수증자는 증여세 납세의무가 없다(상증세법 제4조의2 제1항 제2호).

좀 더 쉽게 설명하여 본다. 상속세와 관련하여서는 사망한 부모를 기준으로 (국내)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를 판단한다. 돌아가신 부모가 (국내) 거주자인 경우에는 미국 내 부동산을 포함하여 모든 국 내·외 상속재산에 대하여 자식들에게 상속세를 과세하고, 부모가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에 있는 재산만을 상속세 과세대상으로 본다.

따라서 국내에 거주하는 부모가 사망한 경우, 미국에 거주하는 자식들은 미국에서 상속받은 부동산에 대하여도 상속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증여세의 경우에는, 수증자(자녀)를 기준으로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를 구분한다. 즉, 자녀가 미국에 상주하여 상증세법상 (국내) ‘비거주자’요건을 충족하면, 증여한 부모가 (국내) 거주자라 하더라도 수증자인 자녀는 미국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에 관하여 국내에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상증세법상 “비거주자” 인정 요건

국외에 거주 또는 근무하는 자가 외국국적을 가졌거나 외국법령에 의하여 그 외국의 영주권을 얻은 자로서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없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다시 입국하여 주로 국내에 거주하리라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국내에 주소가 없는 것으로 본다(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제4항). 즉, 자녀가 외국국적자이거나 영주권을 가진 자로서 국내에서 부모와 동일세대를 구성하여 함께 살 계획이 없고, 직장 등이 외국에 있는 경우 세법상 “비거주자”로 볼 수 있다.

이 사안의 경우, 자식들은 과거 국내 거주자인 부모들로부터 생활비, 학비 등을 지급받은 사실은 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자식들이 미국 토지를 취득할 당시 미국 소재 주택을 소유하며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고 있고, 미국 국적자인 딸을 낳고 미국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실로 볼 때 상증세법상 “비거주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자식들은 상증세법상 ‘비거주자’이므로, 수증자인 자녀는 미국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에 관하여 국내에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증여세 납부 의무가 있는지와 관련 고려해야 할 사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들이 비거주자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이다. 상술한 것처럼 자식들이 분가하여 실질적으로 외국에서 살고 있고, 다시 입국해 부모와 생계를 같이 하며 생활하지는 않을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면, 일응 비거주자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자식들의 현지이주로 주민등록표가 말소되었다거나, 외국에서 근무하거나 창업하여 외국에 소득세를 신고·납부한 사실이 있다면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

미국 내 부동산 매수하는 방법, 에스크로

사안의 경우, 어머니는 미국 은행에 보유하고 있던 본인 소유의 미화 계좌에서 토지 대금을 현금으로 인출하여 부동산 양수도 거래를 위임받은 미국의 에이전트에게 에스크로 형식으로 지급하였다.

에스크로는 북미에서 주택을 판매하거나 구입할 때에 오픈하여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에서 대금지급과 등록 등 거래완료를 중립적으로 도와주는 행위 및 에이전트를 말한다. 에스크로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이미 충분히 대중에 공개되어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도록 한다.

에스크로 방식에 의한 지급의 경우 위 법원은 상증세법상 ‘자금’을 증여받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으므로, 해외에서 증여시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절세가 가능할 것이다.

원호경 변호사  wonhk@centr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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