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기준금리 3% 시대에 접어들며 고금리 여파가 빚투와 영끌로 투자를 이어온 개인투자자들에게 미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예탁금을 빼내고 거래대금을 줄이는 등 방어하고 있고, 증권업계는 융자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어 투자자 이탈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 하락과 시장 불안정이 커지자 당국은 ‘증안펀드’를 통한 안정화 카드를 꺼냈다.

증권업계, 신용융자금리 10%대로 인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4월부터 5월, 7월과 8월에 이어 이번 10월까지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실시됐다.

이에 증권업체도 금리를 끌어올리며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증권사는 신용융자 금리를 정할 때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금리 등을 기본금리로 하고, 가산금리를 더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최고 10%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증권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90일 초과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연 10.5%로 올렸다. KB증권도 지난달 1일 신용융자(일반형) 최고 금리를 9.50%로 0.50%포인트 인상했고 다음 달 1일 9.80%로 올릴 예정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91일 초과 신용융자 금리는 이전 연 9.50%에서 지난 4일 연 9.75%로 올랐다. 유안타증권도 주식을 담보로 151~180일 융자를 받은 투자자들에게 연 10.3%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주식을 담보로 7일 이하 자금을 빌려 쓴 고객에게 금리 7.50%를 적용 중이다. 90일 초과 융자 금리는 9.50%다. 메리츠증권은 7일 이하 융자 금리는 6.37%, 90일 초과 융자 금리는 9.36%를 각각 적용하며 유지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15일부터 신용융자 금리를 최저 4.9%(1∼7일 기준), 최고 9.0%(61일 이상 QV 기준)와 9.9%(61일 이상 모바일 기준)를 적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월 29일부터 다이렉트 고객 신용융자 이자율을 최고 연 9.3%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 29일 영업점 기준 60일 초과 신용융자 이자율을 최고 9.00%로 인상했다.

개미들 주식투자도 소강…예탁금‧거래대금 등 감소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을 가진 투자자예탁금은 12일 49조64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준으로 40조원대를 기록한 것도 코로나 여파가 극심했던 지난 2020년 10월 7일(47조7330억원)이후 처음이다.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돈을 넣어두거나 주식을 팔고 계좌에 남아있는 돈을 의미한다.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연초 23조1000억원 수준에서 지난달 13일 19조2729억원, 지난 13일 기준 16조4374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6조원대로 내려앉은 것도 지난 2020년 11월 11일 이후 2년만이다.

코스피 거래대금도 줄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하루 평균 코스피 거래대금은 7조6438억원으로 지난 8월말(7조7893억원) 대비 1455억원 감소했다.

외국인투자자 감소도 뚜렷하다. 올해부터 이달 14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10조7855억원 규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 잔고는 주가 급락기에 대표적인 악성 매물로 작용한다. 주가 하락으로 외상으로 산 주식이 담보유지비율을 밑돌면 반대매매가 될 수 있고 이에 시장에 매물이 늘면 증시의 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증안펀드’로 시장 안정 기대

증권업계는 시장 불안정을 이번 달 증권시장안정화펀드(증안펀드) 시행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12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중 증권시장안정화펀드(증안펀드) 투입 방식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증안펀드는 주가지수 급락 등 증권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투자심리 악화로 인한 투매와 과매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융업권 등이 기금을 조성해 지수를 사들이는 방식을 뜻한다.

금융회사와 증권 유관기관 등 23개사가 마련하는 기금 규모는 10조로 예상되며, 이 중 금융지주가 5조원을 맡는다. KB와 신한, 하나, 우리, NH지주가 각각 1조씩 분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으로 증안펀드 투입과 관련해 필요한 준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안펀드가 코스피와 코스닥 악성 매물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큰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10조원 규모 증안펀드를 운용할 것이라고 하는데, 별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공매도 세력이 그것을 다 받으면 10조원 규모는 금방 소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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