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주말동안 발생한 사상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로 국민들 일상 전반에 큰 불편이 발생했다. 이번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사태로 미흡한 시스템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국도 입장을 내고 철저한 원인 검증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사태는 16일 오후 3시30분께 발생했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접속 불능 등의 장애가 발생한 이후 포털 다음, 카카오맵, 카카오페이, 카카오 모빌리티,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의 서비스와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에도 오류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감식 결과, 발화지점은 판교 SK C&C데이터센터 지하 3층 UPS(무정전전원장치) 3E-1 랙 주변인 것으로 조사됐다. 발화 원인은 배터리 또는 랙 주변 전기적인 요인으로 추정 중이며 정밀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정부, 예방 및 사후조치 실시할 것”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17일 카카오가 사실상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는 평가와 함께, 사고 원인 검증은 물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약속했다.

같은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해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발생했을 시에도 즉각 보고와 안내, 신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과기장관에게 직접 상황을 챙기게 하겠다”며 “정부가 예방과 사후 조치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검토시켰다. 국회와 잘 논의해 국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불거진 독과점 문제에 대한 우려 의견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자율시장경제 사고를 개인적으로는 갖고 있으나 시장 자체가 공정한 경쟁 시스템에 의해 자원과 소득이 합리적으로 배분된다는 전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과점 등의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고 이것이 국가의 한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다면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국가가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 현재 그런 문제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주문대로 사고의 진상을 면밀히 파악할 예정이다. 카카오 뿐 아니라 SK C&C도 포함해 서비스 안정성 확보 조치를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법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책임을 묻는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6일 경기 성남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을 점검한 다음 “카카오, 네이버 등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서비스에 장시간 장애가 발생해서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으셨다.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며 모든 데이터가 집적되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운영관리와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정보통신 서비스의 안정성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장관은 이어 “그동안 카카오 등의 서비스들은 법률상 부가통신서비스로서 기간통신서비스에 비해 중요도가 낮은 것처럼 여겨졌으나 앞으로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국민의 일상과 경제·사회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발생한 만큼 정부도 이번 상황을 엄중히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각 사에서는 모두 자사 서비스가 갖는 대국민적 파급효과를 통감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막중한 책임을 갖고 기본을 튼튼히 해주길 바란다”며 “정부도 향후 이러한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중요한 부가통신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필요한 제도적·기술적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어느 정도의 위반이 있는지 조사해 원인 분석을 상세하고 정밀하게 한 후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접수해 부가통신사업자도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보완사항 여부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카카오 금융계열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카카오 금융계열사들이 화재로 인해 전산센터에 문제가 생긴 15일부터 16일까지 시간대별로 어떤 대응을 했는지 살피고 비상 대응계획 매뉴얼과 시나리오를 제출받아 그대로 이행했는지 등 증빙 자료를 요구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전산센터가 상암에 따로 위치해 이번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전산상 손상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페이는 판교 주전산센터 화재 사고 직후 송금·결제 서비스가 중단됐으나 가산디지털단지의 재해복구센터 전산망을 즉시 연계해 현재는 정상 운영 중이다.

카카오증권 서비스는 고객계정을 클라우드서비스로 관리하고 있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판교에 위치한 일부 주전산센터 관련 데이터는 즉시 가산 재해복구센터로 이관했다.

카카오, 사고 안내 미비…팔로워 3만명 트위터에 공지

사고 후 불편을 겪는 국민을 상대로 사고 안내가 부족했던 점도 지적됐다. 카카오는 서비스 접속 장애가 발생한 당시 약 3만명이 팔로우 중인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현재 카카오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현상이 있어 긴급 점검 중”이라며 연이어 안내문을 게시했다. 는 안내를 시작으로 사고 현황 안내를 지속적으로 트위터에 게시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을 비롯해 박성중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간사를 비롯한 여야 과방위원들은 16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를 찾아 간담회를 진행하며 안내 미흡 등을 지적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다양한 홍보수단이 있는데 팔로워가 몇 만명에 불과한 트위터로 안내가 됐다. 이런 사고는 과기정통부에서 행안부와 협의해 즉시 전국민에 문자서비스가 갔어야 하는 것”이리고 질타했다.

박성중 의원도 “과기정통부나 네이버, 카카오 모두 대국민 서비스 안내를 충분히 했다고 하지만 나 역시도 몰랐다. 홍보 수단이 얼마나 많은데 자신들이 운영하는 계정과 시스템만으로 공지하나, 대국민을 향해 한번쯤 알리고 사회적 책임을 약속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래 의원도 “카카오톡과 메일 등이 다 막혀 안내 수단이 없었다면 과기정통부랑 협의한 뒤 행정안전부에 요청해서 통신3사 망을 통해 ‘카카오톡이 불통 중이니 언제까지 복구하겠다’는 등의 긴급문자 안내를 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카카오 비대위 출범…피해보상 약속

카카오는 16일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주요 서비스 장애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 출범한다. 내주 중 보상 대책 소위를 통해 피해 신고 채널을 마련하고 신고 접수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원인 조사 소위를 비롯해 재난 대책 소위, 보상 대책 소위 등 3개 분과로 구성된다. 원인 조사 소위는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의 원인 및 전원 공급 지연, 복구 과정 등 정확한 사실을 규명한다. 재난 대책 소위는 이를 기반으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시행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보상 대책 소위는 이번 장애로 피해를 경험한 이용자들, 파트너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보상 정책을 수립한다. 다음 주 중 자신이 입은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 피해 신고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고 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보상 대상 및 범위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 센터장은 “이번 사고로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현재 서비스를 정상화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관계 당국의 우려를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며 조사와 요청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한 보상 정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데이터 관리책임 SK C&C에 책임 묻나

화재가 발생한 곳은 카카오가 총 3만2000여대의 서버를 맡긴 판교 SK C&C 데이터센터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피해보상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관리 부실로 화재를 야기한 책임을 물어 SK C&C에 보상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사한 사례인 지난 2014년 발생한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를 보면, 삼성SDS 데이터센터 입주사였던 삼성 계열사들이 고객들에게 피해보상을 마무리한 뒤 삼성SDS에 구상권을 청구한 바 있다.

아울러 카카오는 SK C&C측과 먼저 피해보상을 위해 협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17일 “2022년 10월15일, 카카오가 입주해 있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카카오와 카카오 공동체는 원인 규명, 단계적인 복구, 재발방지대책 마련 및 실행, 이해관계자를 위한 보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시스템 이중화 장치 미비…예방 가능했던 사고”

한편 국회에서는 카카오의 시스템 구축 미비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제도적 미비로 인해 참사로 이어졌다”며 “부가통신사업자들의 원활한 서비스 제공 의무를 규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넷플릭스법)은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만 담고 있을 뿐 이중화 조치를 비롯한 실질적인 대비 의무는 제도 안에 들어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 때 이중화 조치를 비롯해 재난 상황에 대비해서 준비해야 할 지점 등을 담은 법안이 제출됐지만 법사위에서 업계의 부담 호소를 이유로 통과되지 않았다.

정청래 의원은 “사고에 대비해서 다른 전원 공급 장치를 해놨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고 결국 이런 이중화 작업을 하지 않아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사고 원인과 대책, 대국민 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국회로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의 입장은 다르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이번 판교 외에도 안양 등 총 4곳에 데이터를 분산했다는 것이다. 다만 판교 센터가 메인 데이터가 위치해 피해가 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데이터 분산 현황 등을 밝히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관리 중인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가 데이터 관리 투자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12만대 규모의 자체 데이터센터 두 개를 내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 6조1천억원, 영업이익 5천9백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뤘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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