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면세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실적 부진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면세점 이용객이 코로나19 확산이후 처음 100만명을 넘겼지만 고환율 흐름에 전체 객단가는 감소했다. 특히 중국 따이궁(현지 보따리상)들의 방문이 회복되지 않은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서는 따이궁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수익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면세업계는 지난해에도 따이궁 유치를 위한 송객수수료로 약 3조8000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면세업계는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중이다.

지난달 말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의 8월 이용객 수는 총 103만5773명(내국인 88만9910명, 외국인 14만5863명)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에 따른 8월 면세점 매출은 1조5701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은 여름 휴가철로, 해외로 나가고 들어오는 여행객이 많은 달이었지만 매출 증가 폭은 전년 동기 대비 2.8%에 그쳤다.

8월 외국인 고객 수는 14만5863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직후인 5월 대비 64% 늘었지만 객단가는 980만원으로 34% 감소했다. 내국인 고객 수는 5월 대비 14.3% 증가한 88만9910명으로 집계됐지만 객단가는 15만 6592원으로 5월(15만7000원) 대비 외려 낮아졌다. 

면세업계는 지난 6월 8일 인천국제공항의 항공 규제가 모두 해제된 이후부터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물가와 금리의 동시 상승, 변종바이러스 확산 등이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에는 강달러 현상의 영향도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환율을 적용해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면세업계 특성상 환율이 오르면 시중 판매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게 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돌파하고 지난달 말 13년 6개월 만에 1440원을 돌파했다.

중국 보따리상에 기대는 면세업계...송객수수료 급증

이 가운데 중국인 위주의 매출 구조도 면세업계의 고민거리다. 앞서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면세업계는 지난해에도 따이궁을 상대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관광객은 지난 2015년부터 코로나19 확산기간을 포함한 2021년까지의 방한 외국인 수 8014만 명 중 37.3%를 차지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 국내 면세점 총 매출 16조4554억원 가운데 약 14조 1372억원이 따이궁 매출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이 매출이 국내 면세점 업계가 따이궁 유치를 위해 지불한 ‘송객 수수료’로 만들어낸 것이란 점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동안 면세점들이 송객수수료로 지출한 비용은 3조9000억원에 달했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구매를 알선한 여행사와 관광객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연도별 송객수수료는 2017년 1조 1481억원, 2018년 1조 3181억원, 2019년 1조 3170억원, 2020년 8626억원, 2021년 3조 874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대기업 면세점이 지불한 송객수수료가 3조 843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이는 면세업계가 코로나19로 쌓인 재고품의 판매를 위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을 벌인 영향이다. 따이궁들이 면세점간 출혈 할인경쟁을 유도하거나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격리 비용을 청구했다는 지적이다. 

면세업계, 자구책으로 환율보상·할인 행사 펼쳐

한편 면세업계는 침체기 자구책으로 고환율 부담을 낮추는 환율 보상 프로모션 등 각종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4월부터 매장 기준 환율 및 구매 금액에 따라 롯데면세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LDF PAY(엘디에프 페이)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이 이어지면서 ‘1450원 이상’ 구간을 신설했다.

앞서 면세 한도가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하고, 주류 면세 한도도 1병(1ℓ·400달러 이하)에서 2병(2ℓ·400달러 이하)으로 확대하면서 주류 품목 할인 행사도 진행 중이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에선 발렌타인, 로얄 살루트, 조니워커, 헤네시 등의 제품을 3병 이상 구매 시 최대 3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시내점에서는 발렌타인 21년산 골든제스트와 수정방을 각각 50%와 40% 할인해 판매한다.

신라면세점은 환율이 1440원을 넘어서자 환율 보상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에 나선다. 서울점에서는 11월 14일까지 당일 면세 환율이 1400원 이상인 경우 구매 금액의 최대 7%에 달하는 ‘환율 보상 혜택’을 추가로 지급한다. 이로써 ‘환율 보상 혜택’은 구매금액의 최대 14%에 달하게 된다.

인천공항점은 방문만 해도 사용 가능한 1만 S리워즈 (1000포인트당 1달러 가치로, 현금처럼 사용 가능) 포인트를 지급한다. 또 150달러 이상 구매 시 추가로 1만 S리워즈 포인트를 지급하고 500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신라면세점 에코백을 증정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환율 보상 행사와 패션 뷰티 상품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우선 환율이 1450원 이상일 경우 300달러부터 1만 달러 사이 구매에 대해 9만원부터 320만원까지 보상한다. 10월 한 달간 온라인몰에서 에스티로더, 조말론, 라메르, 포레오 등 화장품부터 시계, 패션까지 약 150개 브랜드를 30%에서 최대 90%까지 할인한다.

한편 면세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매출 구조가 다변화 되는 게 옳지만 중국 관광객의 객단가가 높다보니 송객 수수료를 지급하고서라도 초청하는 구조가 이어졌다”며 “올해는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면세점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업계 내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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