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제일제당 홈페이지 갈무리.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창립 50년을 넘긴 장수 식품 기업들이 100년 기업을 향한 준비에 나고 있다. 한국 문화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 K-푸드를 앞세워 진출하는 한편 내수시장에서는 MZ세대 소비자를 공략하고 트랜드를 선도하기 위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한국의 지속가능 식품기업' 시리즈를 통해 주요 식품 기업들을 집중 조명한다.

식물성식품·마이크로 바이옴 미래먹거리로 육성

1953년 삼성그룹 산하의 제일제당 공업주식회사로 설립된 CJ제일제당은 최근 식물성식품과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B2B(기업간 거래), 대체육 시장을 개척하며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CJ그룹의 4대 성장엔진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로서 그룹의 해외 진출을 위한 첨병으로도 나섰다. 글로벌 경영계의 핵심 화두가 된 ESG와 관련해서는 PHA를 활용한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식물성 식품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 규모로 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식물성 식품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달성한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이 회사의 미래먹거리로 식물성 식품을 겨냥한 것은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식물성 식품은 고기, 생선, 우유 등 동물에서 유래한 모든 식품을 식물성으로 대체한 것을 지칭한다. 글로벌 전체 시장 규모는 26조4000억원으로 추정되며, 매년 평균 두 자리 수 이상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식물성 식품 중 대체육 시장 규모도 크다.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4조4712억원에서 2020년 7조4372억원으로 4년 간 약 70% 성장했다. 향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비건육 시장의 전망도 밝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2020년 1740만 달러(216억원)로 2016년 대비 23.7% 증가했다. 2025년에는 2260만 달러(약 28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2016년부터 식물성 식품 사업을 준비한 CJ제일제당은 최근 수년간 관련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대체육의 맛과 풍미를 보완하기 위한 차세대 조미 소재 ‘테이스트엔리치’와 ‘플레이버엔리치’를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갑각류 배양육을 연구하는 ‘시오크밋’과 대체 단백질 전문 펀드 ‘우노비스’ 등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미국 대체 유제품 기업 ‘미요코스 크리머리’에도 투자하고 대체 버터·치즈 함유 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체적으로도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인 ‘플랜테이블(PlantTable)’을 출시하고 비건 만두와 김치를 시작출시하며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동남아 진출을 위해 인도네시아의 식물성 식품 개발 스타트업 '그린레벨'에 투자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의 식물성 사업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3년 내 식물성 식품 사업을 2000억원 규모로 키우고, 이중 70%를 해외 사업에서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지역에 진출하고, 독일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폴란드 등 인근 지역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우선 플랜테이블브랜드는 첫 제품 비비고 만두로 해외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비비고 만두는 출시 6개월 만에 미국, 일본, 호주 등 20개국 이상으로 수출됐다.

CJ제일제당은 이에 더해 식물성 식품 라인업 확대를 위해 플랜테이블 떡갈비·함박스테이크·주먹밥 2종도 선보였다. 인천2공장에 연 1000t 규모의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했으며 향후 국내는 물론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추가 증설도 검토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대체육을 넘어 배양육을 포함해 지속 가능한 미래 식량을 확보하는게 목표다. 이를 위해 버섯 등 균사체를 이용한 발효단백 및 배양육 연구개발도 지속할 예정이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에 더해 바이오 사업도 미래 먹거리로 육성중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7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을 인수하고 레드바이오 사업부문과 합병, 올해 초 레드 바이오 전문 자회사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시켰다. 

CJ제일제당은 이 회사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사람의 몸 속에 존재하는 수십 조 개의 미생물과 유전자를 일컫는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장내 미생물 생균을 이용해 장 질환·간 질환 치료제,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파이프라인 10건, 기술수출 2건을 보유해 ‘글로벌 No.1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제일제당이 보유한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발굴 역량 및 빅데이터를 접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019년 800억 달러에서 2023년에는 1100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정부가 최근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향후 10년간 1조원을 투입키로한 만큼 향후 본격 성장이 기대된다. 

사진=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

CJ그룹 C·P·W·S 성장 '핵심 엔진' 담당

한편 CJ제일제당의 이같은 행보는 CJ그룹의 중기 성장 방향과도 맞닿아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문화(Culture)·플랫폼(Platform)·웰니스(Wellness)·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를 4대 성장 엔진으로 삼고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화’ 분야에서 그룹은 CJ가 만드는 음식, 음악, 영상 콘텐츠, 뷰티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와 제품을 세계인이 즐기도록 한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은 식품 사업으로 문화영역의 한축을 담당하는 한편 CJ바이오사이언스의 레드바이오 사업을 통해 ‘웰니스’ 분야의 성장을 맡는다. 식물성 식품 사업과 세계 최초로 제품화에 성공한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PHA)으로 ‘지속가능성’ 확장에도 나선다. 

CJ제일제당은 고무와 비슷한 부드러운 물성을 지닌 비결정(非結晶)형 ‘aPHA’를 대량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로, 지난 5월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공장에서 PHA 본생산을 시작하고 생분해 소재 전문브랜드 ‘PHACT(팩트)’를 론칭했다. 

현재 연간 PHA 생산규모는 5000톤으로, 오는 2025년까지 6만500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소비자 밀접 제품에 PHA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이크업 브랜드 ‘바닐라코(BANILACO)’와 PHA 등 생분해 소재를 활용한 화장품 용기 개발에 나섰고, 노보텔 등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의 호텔 체인 기업 아코르와도 PHA소재를 활용한 객실 어메니티 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유한킴벌리와도 최근 손잡고 ‘그린 액션 얼라이언스’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린 액션 얼라이언스는 친환경 소재와 제품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간 협력체로 유한킴벌리가 출범시켜 운영하고 있다.

양사는 CJ제일제당의 그린액션 얼라이언스 참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속가능 소재를 개발, 이를 활용한 물티슈 및 기저귀 등 제품화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증권업계 “3분기 호실적...식품부문 성장 지속할 것” 전망

이 가운데 CJ제일제당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양호한 사업 성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식품사업 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성장도 이어갈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의 3분기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 7조5980억원, 영업이익 5090억원이다. 앞서 2분기엔 전년대비 19.1% 늘어난 매출 7조5166억원, 영업이익은 7.4% 늘어 5043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선 판가 인상과 전략 제품의 점유율 상승이 지속되면서 CJ제일제당의 국내 가공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리 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오 사업의 경우 최근 아미노산 판가가 하락한 만큼 지난 분기와 비교해서는 감소하고 지난해와 비교해선 확대된 성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내년 연결 매출액 및 영업이익은 각각 30조7521억원(전년 대비 4.7% 증가), 2조82억원(전년 대비 12.4% 증가)으로 추정한다. 바이오 부문은 감익이 불가피하나 식품 사업부 매출 규모가 바이오 사업부의 두 배임을 감안하면 바이오 감익을 상쇄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견조한 이익 개선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도 “주요 원재료 투입단가 상승 부담에도 불구하고 주력 제품 가격 인상과 글로벌 판매량 확대에 힘입어 CJ제일제당 식품 부문의 증익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와 미국 시장에서 주력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면서, 높은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이 지속되고 있고 미국 메인스트림 채널에서 만두·치킨·냉동레디밀 등을 중심으로 입점률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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