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와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의 세포라가 국내 화장품 유통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H&B로드숍 업계에서 홀로 살아남은 CJ올리브영이 최근 ‘옴니채널’을 앞세워 온·오프라인 영향력을 확대하는 반면 시코르와 세포라는 코로나19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요 매장을 폐점하는 모양새다.

시코르·세포라 오프라인 주요매장 폐점...코로나19 직격탄

시코르와 세포라는 각각 2016년과 2019년 ‘K-뷰티편집숍’, ‘글로벌 뷰티편집숍’임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했다.

뷰티편집숍은 2030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백화점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맥·어반디케이·메이크업포에버 등 브랜드의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매장이다. 각 브랜드 제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데다 특징적인 체험형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코르는 론칭 이전부터 '한국형 세포라'로 알려지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가성비 제품보다는 명품 화장품에 집중한 콘셉트로 젊은 여성들을 공략하며 2018~2019년 지점수를 30곳까지 늘렸다. 

2019년 세포라가 국내에 상륙하고 나서부터는 양사 간 경쟁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의 원조격인 세포라는 유럽·미국·중국 등 34개국에 26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다.

인도·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350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한국에는 2018년 국내법인(세포라코리아)을 세운 뒤 이듬해 1호점을 오픈하면서 LVMH 그룹 소속 명품 브랜드들의 뷰티제품 뿐 아니라 타르트·아나스타샤 베벌리힐즈·후다뷰티 등 ‘뷰티 유튜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해외직구’ 제품들을 국내로 들여왔다. 

세포라 출범 이후 시코르는 ‘정샘물’ 등 한국 브랜드를 50%이상 채운 K-뷰티 편집숍임을 내세우는 전략으로 고객 공략을 본격화했다.

맑은 피부표현, 옅은 색조화장, 아이돌 룩(Look) 등 한국을 찾는 동남아·중국·일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영역을 강조하며 국내·외 소비자들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를 보였다. 중국 따이궁(代工·중국보따리상)들이 왕래하던 시기에는 현지 유명 왕홍(网红·중국 온라인 인플루언서) 초청행사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이처럼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던 시코르가 명동점·가로수길점·동성로점(대구)·서면점(부산)에 이어 지난달 25일 문을 닫은 하남점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줄 폐점한 것은 코로나19 타격을 피하지 못해서다.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각국이 문을 닫아걸며 오프라인 유통가에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긴데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이후 화장품 수요가 급감해 로드숍 전반이 침체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매장을 폐점한 것은 세포라도 마찬가지다. 세포라는 올해 1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위치한 국내 2호점 매장을 철수시켰다. 국내 진출 이후 첫 폐점이다. 출범 당시 ‘2021년까지 7개, 2022년 14개’ 등 구체적인 목표를 밝힌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한국 진출 당시 세포라코리아는 2025년까지 매년 매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매출 142억원, 영업손실 124억원의 적자를 냈다. 영업적자 규모는 2021년 확대돼 매출 124억원, 영업 손실 145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침체 지나 마케팅 재개하는 시코르·세포라

한편 코로나19기간 침체를 겪은 시코르는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만큼 오프라인 매장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고 밝힌 상태다. 

시코르는 지난해 말 “MZ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해 2024년까지 1500억원의 매출을 거두겠다”며 2022년을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O2O(Online to Offline) 뷰티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0년 오픈한 시코르의 온라인몰 시코르닷컴은 올해 회원수 50만명을 기록했으며, YSL·바비브라운 등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들을 판매중이다. 

오프라인 채널의 경우 올해 5월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점을 리뉴얼하며 MZ세대 공략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3개 층으로 이뤄진 321평의 매장에 퍼스널 컬러 진단, 네일 케어 서비스, 럭셔리 니치 향수 존, 화장품 아울렛 코너 등을 마련했다.

세포라는 이렇다 할 온라인 전략을 드러내진 않지만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 종류 등으로 외국 화장품을 찾는 이들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선 MZ세대를 겨냥한 ‘클린뷰티’ 인증마크 부여, 팝업스토어 오픈 등 마케팅을 재개하고 있다. 

최근 세포라 코리아는 글로벌 세포라 자체 기준에 따라 선정된 클린 뷰티(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한 화장품) 제품에 ‘클린 앳 세포라’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온라인과 앱, 오프라인 매장에서 별도의 클린 앳 세포라 존을 구성해 캠페인을 홍보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세포라코리아는 또 고객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롯데 타임빌라스에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내년 1월까지 4개월간 운영하며 10월 한 달간 세포라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방문 인증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CJ올리브영, 화장품 유통 시장 독주 중

이가운데 현재 국내 화장품·생활용품 유통 시장의 강자는 CJ올리브영이다. 오프라인 매장 1294개, 국내 회원수 1100만명, 모바일앱 월간 순 방문자수(MAU) 33만명 등을 달성하며 독주 체제를 굳히는 모양새다.

앞서 CJ올리브영의 경쟁자는 시코르와 세포라 보다는 이마트의 부츠, 롯데쇼핑의 롭스, GS리테일의 랄라블라(구 왓슨스)로 꼽혔다. 실제로 시코르·세포라 출범 초기 일각에선 CJ올리브영이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대와 입점 브랜드 종류가 각각 달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었다.

다만 부츠, 롭스, 랄라블라가 지난 2019년부터 올해 사이 차례대로 시장에서 철수한데다 시코르·세포라·CJ올리브영 모두 주 타겟층이 MZ세대 여성인 점, 헤어제품·바디용품·향수·메이크업 툴 및 화장품 등 판매 품목이 동일한 점이 경쟁요소로 꼽힌다.

시장에서도 “H&B(헬스앤뷰티) 시장 경쟁자들이 사라진 만큼 CJ올리브영을 해당 카테고리에만 묶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있다.

CJ올리브영은 ‘오늘드림’ 배송 서비스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호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분기엔 오늘드림에 힘입어 별도 기준 매출액 6856억, 순이익 57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3.6%, 165.2% 증가했다. CJ올리브영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20년 17%에서 올해 1분기 25%로 증가했다. 상반기 오늘드림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4배 증가했다. 

해외 사업도 역직구몰을 중심으로 온라인 매출 확대에 힘쓸 계획이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하반기 해외 사업 매출은 2019년과 비교해 20배 가량 늘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현재 글로벌몰 매출 80%는 북미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온라인 매출 비중이 23%수준으로 오프라인 매출에 비해 낮은 점은 과제로 꼽히지만 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해 양 채널 모두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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