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지난 6일 포항제철소 침수피해를 입은 포스코가 사고 후 약 2주째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침수 피해 초기 출근 가능한 직원들을 총 동원해 복구한 덕에 고로와 일부 제강 공정은 정상 가동되고 있으나, 이번 침수로 예상되는 포스코의 피해액은 2조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산업계 일각에서 ‘냉천 범람 가능성을 살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영진을 문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한편 포스코와 본사 이전 등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던 포항시는 이번 사태에 “포스코와 태풍 피해 복구와 및 조기 정상화에 상호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20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일으킨 수해로 인해 발생한 포스코의 생산 차질 규모는 170만t에 달한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최대 생산, 재고품 판매 등을 통해 제품판매 감소량을 97만t 수준으로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매출액 감소는 2조400억원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측은 이번 침수 피해 원인을 ‘냉천 범람’이라고 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6일 입장문을 내고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포항지역에 시간당 최대 110㎜, 많은 곳은 총 505㎜의 폭우가 쏟아졌다”며 “기록적인 폭우와 이로 인한 포항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의 범람으로 제철소 상당 지역이 침수됐고, 생산과 출하 등 공장 가동도 현재 일시 중단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힌남노’ 태풍 당시 평소 만조 때보다 월등히 높아진 바다수위로 인해 범람한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기 어려웠고, 포항제철소 공장부지 확장을 위해 실시했던 냉천하구 도강공사로 강의 선형이 변경되고 유속 변화가 심해진 점 등이 복합 작용해 피해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냉천이 과거 수차례 범람 가능성을 보인 만큼 포스코가 태풍에 대비했어야 한다’며 ‘산업부가 포스코 경영진을 문책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태풍 산박, 2016년 태풍 차바 상륙 당시에도 냉천 둔치가 침수 피해를 입은 바 있고, 산업부가 14일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 TF’ 운영계획을 발표하며 “태풍 피해 발생 이유에 대해 중점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밝혀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포스코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를 면밀히 조사해 책임을 묻는 등 경영진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포스코) 경영진의 문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가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포스코를 문책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 같이 답했다.

이날 이 장관은 “추석 연휴 전에 포항지역 철강업체를 둘러봤다”며 “산업부는 오로지 하나밖에 없다. 포스코에서만 생산되는 강재가 있는데 생산 (차질)이 길어지면 자동차, 전기차 생산에 문제가 생겨, 수급에 어떤 영향이 있나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도 기업의 대응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언급했다. 이 장관은 수재 원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용선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세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태가 아닌가 싶다. 폭우가 많이 왔고, 만조 시간이 겹쳤고, 냉천 구조도 문제가 있다”며 “기업의 대응 측면에서는 태풍 예고가 많이 돼 사전 준비할 시간이 주어졌다. 더 강하게 준비했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간 포스코와 본사 이전 문제 등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었던 포항시는 이번 사태 복구와 포스코 조기 정상화를 위해 상호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스틸플레이션(스틸+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선 복구가 최우선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15일 오전 포스코 본사를 방문해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을 만나 이번 태풍 ‘힌남노’로 인한 피해 복구와 조기 정상화를 위한 공동 대응책에 대해 논의했다.

포스코는 이 자리에서 포항시에 흙탕물 제거를 위한 버큠카(준설차) 수급의 어려움을 전달했다. 이 시장은 주택 침수 등 긴급한 상황이 해결되는 대로 즉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포스코와 항구적인 재난방재대책에 대해서도 상호 협의키로 했다. 포항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냉천의 제방을 높이고, 하상을 낮추며 교량을 개량하는 등 물 흐름을 개선해 향후 기후 변화에 따른 냉천 범람에 대비하기로 했다. 포항시와 포스코는 특히 이번 태풍을 계기로 포항시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항시가 경제 대부분을 포스코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복구를 위해 협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철강이 산업의 쌀로 불리는 것은 가전제품,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주요 산업의 기초 재료가 되기 때문”이라며 “포스코 복구가 늦어지면 철강가격이 오르면서 철강제품이 투입되는 다른 산업군의 제품 가격이 도미노 인상되는 스틸플레이션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선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 10일 3고로, 12일에 4고로와 2고로를 순차적으로 정상 가동했다. 지난 10일 3고로, 12일에는 4고로와 2고로를 순차적으로 정상 가동했다. 지난 15일에 3전기강판공장을 가동했고 17일에는 2전기강판공장 일부도 가동했다. 포항제철소 압연공장의 배수작업은 마무리 단계이며, 압연지역 전력공급은 67% 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압연지역 지하시설물 진흙과 뻘제거 작업에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고 있으며 3개월 안에 복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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