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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원달러 환율이 5일 기준 1370원을 돌파했다. 이는 금융위기 사태 이후 최고치다. 특히 원화 가치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커진다.

환율 1370원 돌파...원화 가치 약세 두드러져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15분께 1370.1원으로 1370원을 돌파했다. 이날 환율은 1365.0원 원에 개장한후 주춤했다가 다시 상승폭을 높이더니 1370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63.0원)을 1거래일 만에 다시 경신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을 넘어선 것은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1일(139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긴축 통화 정책에 따른 것이다. 7월 2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약 8분간 지속된 잭슨홀 회의 기조 강연에서 물가가 확실히 잡힐 때까지 금리를 인상해 나갈 것이라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강조했다. 

문제는 달러 강세는 전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원화 가치 하락은 조금 더 가파르다는 것이다. 일본 엔화(-2.13%)나 중국 위안화(-1.28%) 보다도 원화 절하폭이 더 큰데다, 에너지 위기 사태로 2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인 유로화(-0.46%)보다도 더 큰 하락폭이다. 

이는 중국 경기 둔화로 우리나라의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원화가 '프록시 통화'로 통용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프록시 통화'란 유동성이 적어 주변 통화들과 동조화 되는 통화를 뜻한다. 

아울러 유럽발 에너지 위기 역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는 최근 유럽으로 송출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폐쇄를 연장해 이로 인해 달러 강세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다시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환율의 급등은 모두 금융위기 상황에서 나타났기 때문.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당시 모두 환율이 급등한 바 있다. 

1997년 12월 16일 '자율변동 환율제' 채택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단 두 차례였다.

정부 "금융위기 때와 다르다" 선 그어

정부는 아직 금융위기를 거론할 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달러에 비해 원화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질문에 "그 전에는 원화 가치가 덜 떨어졌는데 어떤 기간을 두고 보는지에 따라 답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이 총재의 지난달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자리에서도 "환율이 올라가고 있는 현상이 1997년이나 2008년 우려와 중복돼 나오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우리나라 통화만 절하되는 게 아닌 달러 강세로 다른 주요 국가의 환율이 같이 움직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한국은 채무국이 아니라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유동성이나 신용 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를 더 걱정해야 한다"며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하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 통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을 통해 "달러화가 20년 만에 최고치까지 상승한 영향으로 주요국 통화 모두 달러화 대비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원화만의 특이현상은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우리도 8월 들어 무역수지 악화, 위안화 약세 영향 등이 중첩되며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면서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하에 필요시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금융위기 발생할 수도 있어" 우려

전문가들은 원화가치 하락이 계속될 시 금융위기 발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글로벌 위험자산 부진 연장, 유로화를 제외한 주요통화 약세 지속, 역외 롱플레이 (매수) 유입에 장 시작부터 연고점을 넘었다"며 "환율이 1350원을 돌파한 이후 공격적인 역외 롱플레이가 원화의 나홀로 추락을 주도하고 있고 유로화를 제외한 주요 통화 약세, 위험선호 부진에 따른 주식시장 외국인 순매도 등으로 오름세를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경기의 영향이 크고 최근 반도체 업황도 좋지 않은데다 무역 적자폭 확대 등 악재가 쌓이고 있어, 이런 사태가 지속될 경우 '위기'로 갈 수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6일 오전 9시 10분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8원 내린 1366.6원에 거래중으로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2.4원 내린 1369.0원에 개장했다. 장 초반 1365.3원까지 하락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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