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지난 29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사장에 오른 이후 2년 만이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승계 방향이 공고해지는 한편 승계 속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와 함께 김 부회장의 승진을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김 부회장은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직에 더해 ㈜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직을 맡게 됐다. 한화그룹의 미래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책임 경영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 등 미국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고 유럽에서 활발하게 친환경에너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은 이들 지역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사업 역량을 집중한 김 부회장의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중요성이 더 커질 미국과 유럽 시장의 사업 추진에 있어 김 부회장이 가진 사업적 통찰력과 글로벌 사업 역량이 지속적으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화그룹이 미래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그린에너지와 우주항공 사업의 중장기 전략 추진은 물론 전략적 투자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어 해외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방산사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안정적 수익구조를 만들고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미국과 유럽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데도 기여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화그룹은 최근 방산사업 계열사 3개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는 사업 재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의 승계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김 부회장이 이번 승진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를 겸직하게 된 만큼 그룹 주요사업영역에서의 입지를 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전략부문·㈜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은 현재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사업 추진 및 기존 사업재편 진행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김 부회장은 각 사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아 중장기 전략 수립,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투자 우선순위 조율 등을 수행하게 된다.

김 부회장의 대표 선임에 대해 ㈜한화는 “한화건설 합병, 글로벌·모멘텀부문 신규사업 추진, 방산부문 분할 등 사업재편과 중장기 전략 사업 추진과 주주가치 제고 필요성에 따라 주요주주로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김동관 부회장을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책임경영 강화와 항공·우주, 방위사업 등에서 사업 시너지를 제고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김동관 부회장을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김동관 부회장의 승진을 계기로 한화그룹의 후계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을 맡고, 2남인 김동원 부사장이 금융업을, 3남인 김동선 상무가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맡는 승계 구조가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현재 2남 김동원 부사장은 금융업에서 입지를 키우고 있다. 김 부사장은 2016년부터 한화생명 디지털 사업을 이끌며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라이프 플러스 사업’ 등에서 두각을 보이는 상황이다. 2016년 한화건설에 입사한 3남 김동선 상무는 한화호텔과 한화리조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그룹 전면에 나서고 있다. 2010년 1월 차장급으로 한화그룹에 입사해 한화솔라원 기획실장과 한화큐셀 영업담당실장 등을 맡았다. 2020년부터는 ㈜한화 전략부문장과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2021년 3월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이스허브팀장을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이 지휘하는 한화그룹 우주사업은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선제적 투자로 관련 시장을 적극 공략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6월 누리호의 ‘심장’으로 불린 엔진 6기를 제작 및 납품했다. 지난해에는 인공위성 개발 전문기업 쎄트렉아이 지분도 인수하고 김 부회장이 무보수 이사를 맡아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나섰다.

이 외에 김 부회장은 공식 석상에서의 존재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에는 한화 대표로 공식 환영만찬에 참석했으며, 이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도 참석해 글로벌 리더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파견한 ‘다보스 특사단’ 유일한 기업인으로 참여해 민간 경제외교에 나서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에너지·국제관계 전문가 중 한 명인 대니얼 예긴 S&P글로벌 부회장을 만나는 한편 비즈니스 미팅도 이어갔다. 친환경 에너지·우주 등 한화의 핵심 사업에 집중해 인텔의 팻 겔싱어 CEO와 만나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다국적 광물·자원 기업 리오 틴토, 3D프린팅 로켓 제작기업 렐러티비티 스페이스 등을 만나 협력을 논의하고 글로벌 트렌드를 확인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그간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이스허브 팀장 등을 맡아 그룹 핵심사업을 이끌 역량을 키워온 만큼 이제는 그룹 주요사업 전면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편 공식 석상에서의 활동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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