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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이어령 ‘눈물 한 방울’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2.07.24 14:37

[여성소비자신문] 한 발짝이라도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걷자,

한 호흡이라도 쉴 수 있을 때까지 숨 쉬자,

한 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말하자,

 

한 획이라도 글씨를

쓸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자,

마지막까지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사랑하자,

 

돌멩이, 참새, 구름, 흙

어렸을 때 내가 가지고 놀 던 것,

쫓아다니던 것, 물끄러미 바라다 본 것,

 

그것들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었음을

알 때까지 사랑하자.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내 마음은 흔들린다.

살고 싶어서.

 

또 하루 간다. 눈물 한 방울.

아침 밥 먹고 점심밥 먹고

저녁밥 먹고

 

죽음이 서둘러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걷고 숨 쉬고 말하고 글 쓰고 사랑하자고 다짐한다. 이어령 교수의 시 「눈물 한 방울」에는 죽음 앞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숭고한 삶을 지탱해 가려는 강한 의지가 서려 있다.

하루를 잘 보내면서도 언뜻언뜻 돌멩이를 가지고 놀거나 흙장난 하고 물장난 치던 고향을 떠올린다. 장난감이 없던 어린 시절 강변의 조약돌을 줍거나 길가 뒹구는 돌멩이를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만지작거리다가 탑을 쌓기도 하고 물속에 던져보기도 한다.

그 뿐이랴! 참새들을 부지런히 쫓아다니고 하늘에 둥둥 떠가는 구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년의 모습도 보인다. 단조롭고 외로운 놀이들 속에서 미래를 꿈꾸었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본다.

순간순간 “한 획이라도 글씨를/ 쓸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자”고 다짐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글은 사람들과의 대화이고 세계와의 소통이고 삶의 증거다.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음을 느꼈을 때도 펜을 놓지 않고 한 획이라도 쓰려는 불꽃정신은 눈물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는 글을 쓰는 한 살아있다.

끝내는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내 마음은 흔들린다. /살고 싶어서”에서는 살고 싶다고 토로하는 간절한 절규에 뭉클해진다. 살고 싶다고 마음을 다잡는 순간에도 그의 마음은 흔들리고 만다.

이어령 교수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말이 ‘눈물 한 방울’ 이었다고 한다. 그는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준다고 단언한다.

나와 타인을 위해 흘리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눈물 한 방울’ 말이다. 알 수 없는 미래, 어느 시대이건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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