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하청 노조와 협력사(하청업체) 대표, 원청 노조, 원청 임직원 등 4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추산한 피해액이 7000억원을 넘어섰다. 협상이 이번주를 넘길 경우 하청지회가 사측에 입힌 피해 규모는 1조원에 달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노조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1도크 선박을 점거하는 등 불법파업을 48일째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그동안 선박을 점거하며 대우조선해양은 진수는 물론 다른 공정도 멈춘 상태다.

하청지회는 각 협력사별 개별 교섭이 아닌 집단 교섭, 임금 30% 인상, 노조전임자 대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각 협력업체마다 경영상황과 담당 직무 및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한데 묶어서 집단 교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는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한편 경제계에서는 하청지회에 ‘불법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조합의 파업으로 경제계 피해가 극심하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19일 전경련은 추광호 경제본부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48일간 지속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불법파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경련은 "이번 파업으로 인해 지역경제, 조선업, 나아가 우리 경제 전반에 심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1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일부 협력사들의 폐업을 초래했다. 대우조선해양에도 약 66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히고 나아가 모처럼 회복세에 있는 조선업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등 국가경제 전반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금번 하청노조의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도 이를 인정하여 즉시 퇴거명령을 내린 바 있으며 불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모든 노조활동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하청노조의 불법파업 즉시 중단을 촉구하며, 정부도 적극적인 개입의지를 표명한 만큼 법과 원칙에 따른 집행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금번 사건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 사태와 관련해 "회사의 존립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19일 "풍전등화같은 경제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사태가 한 달이 넘도록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불법파업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액은 회사의 경영정상화에 찬물을 끼얹을 뿐만 아니라 존립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그 피해는 원청 직원은 물론 협력업체와 하청근로자, 지역주민에게까지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하청노조는 원청의 정당한 생산활동을 가로막는 불법점거를 즉각 풀고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길 바란다"며 "정부는 노사가 사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게 노력하는 한편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도 이날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조 파업과 관련해 "정부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등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단호하게 대응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중기중앙회는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조의 파업이 오늘로 48일째다. 지난달 22일부터는 도크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 현재까지 손실액은 6000억원을 넘겼다"며 "추가적인 주문이 끊기면서 중소협력업체 7곳이 도산을 하는 등 협력업체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매우 극심하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의 원자재가 인상, 고환율, 고금리 등 3중고로 시달리고 있는 중소조선업체는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으로 치명타가 되고 있다"며 "전체 근로자의 1%에 불과한 일부 조합원들이 임금 인상 등의 목적 달성을 위해 불법적으로 생산시설을 점거해 힘겹게 일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근로자 8000여명과 사내하청 1만여명에까지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벗어나 이제 막 정상 궤도로 진입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불법행위는 그간의 경영 회복 노력을 일거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조선업의 국제경쟁력과 지역경제에까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 협력업체 노조원들은 다수의 무고한 근로자들과 지역민들을 볼모로 삼은 불법파업을 즉시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관련 관계장관회의 직후 '대우조선해양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 사태는 일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 행위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동료 근로자 1만8000여명의 피해와 희생을 강요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주요 업무 시설을 배타적으로 점거한 하청노조의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며, 재물손괴 등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사 자율을 통한 갈등 해결을 우선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가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데 불법 운운하며 노동자 때려잡기만 운운해 상당히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조선업이 호황 맞을 때는 하청 노동자를 고용했다가 어려울 때는 대거 해고하면서 지역사회가 붕괴된다. 일이 수주돼도 5년 전 임금으로 하청 노동자를 계속 저임금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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