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정부가 고유가에 따른 서민 부담을 덜기 위해 다음 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까지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유업계의 불공정 행위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최근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정유업계의 담합 등 불공정 행위 여부를 점검하고 주유업계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현재 정부는 휘발유, 경유, LPG부탄 등 유류세에 30% 인하 조치를 적용 중이지만, 유가 상승세가 계속되며 국민 부담이 늘어나자 이를 일반 세율로 조정하고 인하폭을 37%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기간은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다. 

이는 역대 최대 인하 폭으로 이를 적용하면 종전보다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ℓ)당 57원(247→304원) 더 내려가 ℓ당 516원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경유와 LPG부탄은 각각 38원(174→212원) 더 낮아진 ℓ당 369원, 12원(61→73원) 더 싸진 ℓ당 130원이 인하된다.

다만 그간 유류세 인하 후 기름값이 다시 급등하는 사례가 반복죄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 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내달 유류세 37% 인하 조치의 체감도도 낮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유류세 인하분을 상쇄하는 규모인데다 산업특성상 주유소별 재고를 소진한 후에야 유류세 추가 인하분을 반영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이번 합동점검을 통해 정유사가 유류세 추가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이 과정에서 정유사 간의 담합은 없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점검은 산업부가 주관해 정유사 공급가격 및 전국주유소 판매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현장점검 때는 공정위도 동행해 담합 여부 등을 확인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한석유협회는 “정부의 민생물가 안정대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오는 7월1일 유류세 인하 확대 시행일부터 인하 분을 즉각 반영해 공급하겠다”며 “국내 정유사 직영주유소들도 (당일)즉시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유통협회 및 주유소협회 등 석유사업자 단체들도 정부의 유류세 인하 확대 취지에 공감한다며 정유사의 공급가격 하락분이 대리점 및 주유소 판매 가격에 최대한 조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한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조치가 시행되는 엄중한 상황인 만큼, 석유업계는 정부의 유류세 확대 인하 효과가 조속히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영주유소 가격의 신속한 인하를 위해 가격 모니터링 강화 및 주유소 계도 등으로 기간 단축과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국회는 기름값을 더 내릴 수 있도록 유류세 인하 폭을 50%까지 확대하는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앞서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등 13명은 현행 30%인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50%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법정 최고세율을 최소한 50% 정도까지는 확대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리터)당 2140원, 경유 2162원을 기록한 가운데 서울 평균 가격은 각각 2209원과 2231원을 넘어섰다.

2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일 대비 ℓ당 3.04원 상승한 2140.34원,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4.01원 오른 2162.25원을 기록했다.

시도별로 휘발유 평균 가격의 경우 제주가 ℓ당 2217원으로 서울을 앞질러 가장 높았다. 이어 서울(2209원), 세종(2149원), 경기(2148원)가 그 뒤를 이었다. 경유 가격도 제주가 ℓ당 2276원으로 가장 비쌌고, 서울은 2231원, 강원 2180원, 세종 2172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26일 2000원대(2002원)를 돌파한 이후 이달 3일 2020원대, 6일 2030원대, 8일 2040원대, 10일 2050원대를 넘어서는 등 계속 상승했다. 이달 11일에는 2064.59원을 기록, 10년 2개월 만에 역대 최고가 기록(2012년 4월 18일 2062.55원)을 경신했다.

경유 가격은 지난달 12일 1953.29원을 기록하며 기존의 최고가(2008년 7월 16일 1947.74원)를 넘어선 데 이어 계속해서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4일 휘발유보다 먼저 2000원대에 진입한 경유는 이달 들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가격이 상승했다.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 유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 우려로 100달러대로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해 11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13.21달러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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