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운 좋게 74년 만에 개방 되었다는 청와대 관람을 다녀왔다. 수백만 명의 지원자들 가운데 입장권의 행운이 따른 것이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대통령은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국민 품에 돌려주고 다른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정부청사에서 집무해야 마땅하다는 글을 페북에 올렸다가 호되게 얻어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상의 이유로 대통령집무실 이전이 어렵다는데 윤석열 당선자의 편을 드는 것은 우파 꼰대임에 틀림이 없으니 그만 나가라는 것이다. 잘못하여 ‘재명이네 마을’ 개딸(개혁의 딸)들이 모이는 팬카페 중의 하나에 발을 들여 놓았던 것이다.

내로남불의 위선과 이념 편향적 사고에 젖어 비이성 집단 최면에 걸린 팬덤(fandom)정치 문화 속에서 논리적 판단이나 합리적 사고가 발붙일 틈이 있겠는가. 거짓 선전선동과 ‘맹목적인 닥치고 지지’라는 퇴보적 정치문화가 곧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이며 그 결과가 자유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참된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이성적 판단을 중시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반영한다는 여의도 국회의원들의 부당한 입법 활동은 여전하고 6월 1일 지방선거를 향한 정치인들의 거짓선동과 정치 팬덤화 작업이 난무하고 있다.

거짓말에도 색깔이 있어서 새하얀 거짓말도 있고 새빨간 거짓말도 있다. 누가 들어도 사실이 아닌 줄 알지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는커녕 들어서 기분이 좋은 것이 새하얀 거짓말이며, 반대로 사실을 은폐 하거나 왜곡하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고 상대방에게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히는 경우 새빨간 거짓말이 된다.

선거판은 정치인들의 황당한 선거구호와 상대방을 비방하는 흑색선전들이 나무하는 새빨간 거짓말의 경연장이라 할 수 있다. 평화주의자였던 챔벌린 영국수상을 속이고 세계2차 대전을 일으킨 히틀러 독일 총리에게는 천재적인 거짓말쟁이 선동가 요제프 괴벨스(P. J. Goebels)가 있었다.

그는 말했다. “거짓말도 100번 하면 진실이 된다.” “인민 대중이란 작은 거짓말보다는 더 큰 거짓말에 속는다.” 이러한 괴벨스를 두고 악마근성이라고 질타하면서도 괴벨스보다 더한 거짓말쟁이들이 활개치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나라 정치판이다.

사회학자들은 현대를 탈진실(Post Truth)의 시대라고 말한다. 온갖 허위 과장 선동을 일삼는 미국의 대통령 후보 트럼프(D. Trumph)의 참모들은 나중에 밝혀진 허위사실을 두고 거짓말이라고 말하지 않고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거짓을 미화했다.

그로부터 정치인들의 새빨간 거짓말이 ‘대안적 사실’이라는 신조어로 대체되면서 정치적 공약이나 언행들이 저속한 코미디 취급받고 있다. 히틀러와 괴벨스를 능가하는 위선자들이 온갖 교묘한 감언이설로서 대중을 선동하여 정치를 팬덤화하고 선거에 이겨 권력을 취득한 후 자신들의 이익을 취함으로서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다.

“언제 곧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겠습니다.”라는 실없는 겉치례 인사가 일상화 되어 거짓말에 비교적 관대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탈진실 정치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치의 팬덤화로 지지층은 자기들의 ‘지지자가 하는 것은 무엇이나 옳다’라는 지지자의 무오류(infallibility)를 주장하며 이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집단적이고 집요한 배타성과 공격성을 드러낸다.

그 결과 자유와 평등, 정의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법치주의가 무너지며 가치의 혼란을 가져온다. 미래지향적인 합리적 사고나 논리적 판단보다는 감정과 직감, 즉각적인 결과가 더 중요시된다. 지지층은 지지자를 통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는데서 정치적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느낀다.

이처럼 합리적이고 논리적 사고인 지성을 우습게 여기거나 적대시 하는 태도를 반지성주의 라고 한다. 20대 윤석열 대통령은 그의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위기를 힘주어 강조했다. 지난 정권에서 검찰 총장에 임명되어 정의와 법치주의의 퇴보를 몸소 겪으면서 느낀 고심의 발로였을 것이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해야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따라 권력 내부에 숨겨진 불법과 비리들을 수사하려다 수뇌부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외치는 여당 지지층의 강력한 저항에 부딛쳤다. 결국 그는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검찰 총장직을 버렸다.

상식과 정의가 무너져가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던 국민들의 부름을 받아 어렵게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마치 성경에 이름 없는 목동이었던 다윗이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으로 적장을 물리치고 명성을 얻어 왕이 된 것처럼 윤석열 검사는 반지성주의자들을 향한 ‘상식과 정의’를 무기로 승리한 것이다.

반지성주의는 이성적, 합리적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는 편향된 태도 즉, 자신의 감성이나 이념, 취향만을 고집하고 그 외의 것을 배척하거나 소통을 거부하는 자세나 태도를 의미한다. 지적인 사고와 논리적 고찰에는 불신과 적대감을 나타낸다.

따라서 전체주의, 파시즘, 사이비종교가 반대세력을 억누르고 자기들의 사상이나 세력을 키워 나가는데 유익하다. 그러나 결국은 국가나 대중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히는 자유민주주의 퇴조를 가져온다.

공수표로 끝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임시직의 정규직화로서 생기는 실업자 증가, 대책 없이 추진한 탈원전, 소득이 높아지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소득주도성장, 권력을 쥔 자신들에게는 대들지 말라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의 검찰개혁, 태양광 설치로 인한 산림 훼손, 서민들을 보호한다는 주택정책이 가져온 집값 폭등과 같은 것들이다.

달콤한 거짓을 배격하고 정치문화의 퇴보를 가져오는 팬덤정치를 멀리하는 정직하고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사고를 지닌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대안적 사실의 진위를 분별하고 정치의 팬덤화를 막아 반지성주의를 배격하자. 냉철한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사고의 소유자들이 우리의 뜻을 대표하고 국가를 운영하도록 하자. 독일 나치 선동가 괴벨스의 후예들이 발붙이지 못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국민 모두의 책임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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