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부모가 이혼을 하는 경우 법은 양육권을 가지지 못한 부 또는 모에게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부여한다. 문언 그대로 면접교섭권은 부모의 ‘권리’이나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면접교섭권의 주된 목적이 비양육친과 자녀의 정기적인 교류를 통하여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는데 있다고 하면서, 면접교섭권은 부모의 이혼 등으로 자녀가 부모 중 일방의 양육 아래 놓인 경우에도 부모와 자녀의 친밀한 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한 부모의 권리임과 동시에 자녀의 권리이기도 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면접교섭권의 행사가 자녀의 복리를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면접교섭권의 행사가 제한 또는 배제되므로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녀에 대해 면접교섭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문제는 과연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것이 어떤 경우인지 그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춘기 딸이 있는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엄마가 양육권을 가지고 아빠는 친권을 가진 경우, 아빠는 딸을 너무 사랑해서 자주 만나고 싶고 딸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사춘기라 아빠와의 관계가 서먹해진 딸은 아빠를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히 딸이 부부싸움을 자주 목격해왔고, 엄마와 밀접한 애착관계가 형성되었다면 아빠는 엄마를 괴롭히고 그로 인해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해서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을 할 수 있고, 불편한 아빠와의 주기적인 만남은 의무로만 느껴지고, 아빠를 만나는 것이 꺼려질 수 있다.

면접교섭은 보통 주말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한창 학업에 집중할 나이라 주말에도 공부를 하러 학원을 가거나, 주말에 친구들과 놀기 위해 약속을 잡고 싶어도 법원에서 정한 면접교섭권 때문에 내 사생활이 빼앗긴다고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빠들이 자녀와 잘 놀아주지 못한 경우에는 이렇게 면접교섭이 진행되는 때에도 어떻게 자녀와 시간을 보내야하는지 알지 못해서 자녀의 감정은 배제된채 물질적인 만족만 채워주려 한다든지 자녀의 의사와 달리 본인이 좋아하는 곳에 데리고 간다든지 하여 자녀와의 관계가 더 악화되기도 한다.

또한 양육권을 가진 배우자가 자녀와 상대방 배우자가 만나는 것이 싫어서 면접교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배우자와는 더 이상 연락을 하고 싶지 않고, 자녀를 너무 사랑해서 내가 온전히 키우고자 어렵게 양육권을 가진 경우에는 자녀가 부 또는 모에 대한 마음이 내 마음과 같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기도 한다.

양육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녀가 면접교섭을 하러 간 시간 동안 혹여라도 상대방 배우자와 살고 싶다고 한다든지 더 자주 만나고 싶다고 한다든지 그런 일이 벌어질까봐 불안해진다. 그래서 되도록 자녀에게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계속 심어주고 적대적인 감정을 갖게 하여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위 두 경우 모두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의 취지와 같이 ‘자녀의 복리 실현’임을 기억해야 한다. 자녀는 본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한 가정의 아이로 태어나고, 부모가 이혼을 하면 편부모 가정에서 자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녀가 엄마 아빠와의 애착관계를 통해 자녀의 심리적, 정서적 불안감이 없도록 그 의무를 다하는 것이 면접교섭권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어른의 감정을 자녀에게 주입시켜서 부 또는 모와의 관계를 단절시킨다거나,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내 권리만 내세우는 것은 결코 자녀의 복리를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혼을 선택하더라도 자녀가 부모와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혼을 했으니 더 이상 상대방과 엮이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고, 자녀를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내 감정과 내 상황이 우선이 되기보다는 자녀가 부모와의 친밀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정도의 노력은 최소한의 부모의 의무이다.

양육권을 가진 입장에서는 자녀가 면접교섭을 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경우 당장 면접교섭권을 제한하고 싶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면접교섭 자체를 배제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자녀가 그로 인해 왜곡된 이성 또는 부모에 대한 가치관을 갖고 성장한다면 그 역시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면접 교섭의 시기, 장소, 방법 등을 제한하거나 다른 방식을 시도하여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식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을 하고, 자녀의 연령과 건강상태, 면접교섭을 원하는 부모 일방과 자녀의 친밀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이혼은 결코 간단한 절차가 아니고, 그 과정에서 자녀에 대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면접교섭을 하고 싶은데 거부당하거나, 면접교섭권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행을 강제하는 방안 등은 협의이혼을 한 뒤에는 바로 강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혼을 고려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자녀에 대한 복리 등도 함께 생각하여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최혜진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choihj@centr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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