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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환율이 급등하면서 ‘1달러=1300원’ 시대가 도래했다. 치솟는 환율과 그에 따른 물가 상승, 경제 저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며 글로벌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화값 13년만에 최저 수준 하락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1275.3원)보다 13.3원 하락한 달러당 1288.6원에 거래를 마쳤다(환율 상승). 종가 기준으로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가 이어졌던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장중 저점 기준으로는 2020년 3월 19일(장중 저점 1296원) 이후 2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화가치 하락 속도도 가파르다. 원화값은 심리적 지지선으로 꼽던 1250원을 내준 지난달 26일(달러당 1250.8원) 이후 11거래일 만에 달러당 37.8원 하락했다. 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미국에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동월대비 8.3% 상승하면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망치(8.1%)를 넘어선 데 이어 생산자물가 역시 예상치를 넘어섰다.

아울러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5월 1∼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대비 1000건 오른 20만3000건으로 나타났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34만건으로 4만4000건 줄어 1970년 초 이후 최저 기록을 다시 썼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는 동시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환율이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커지며 원화값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달러값이 1290원을 뚫고 일시적으로 폭등해 1300원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달러값은 이미 많이 올랐지만 더 오를 여지가 있어 상단은 131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경색 우려에 위험자산 투매가 지속된다”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달러 선호 경향이 워낙 강해 달러당 1300원 선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인 1차 저지선으로 1310원 선에서 막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긴축을 시행하면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25~0.50%에서 0.75~1.00% 수준이 됐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이를 선반영했던 만큼 달러 강세 현상이 오히려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론 소폭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반적으로는 긴축정책 시행시 환율이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려 한국과의 금리차가 좁혀지거나 역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 통상 원화가치가 하락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국가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Fed가 이미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점도표에서 중립금리를 넘어선 강한 금리 인상가능성을 내비치고, 물가에 대한 우려와 강한 긴축 발언을 지속하면서 시장은 5월 빅스텝(50bp 인상)을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가 완화되면서 하락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주요 선진국 통화와 위안화의 약세,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미국 달러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이 유지되고 있어 원달러 환율 하락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봤다.

원화 약세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또 있다. 올해 에너지·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쌓이고 있기 때문. 지난 5월 10일까지 무역수지는 98억6000만달러(약 12조72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 편성이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정훈 신한은행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으로부터 인플레이션을 수입하며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추경까지 더해지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라며 “추경으로 인해 통화 가치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흔들리는 코스피...윤 정부, 거시경제 대응 긴급회의

코스피도 흔들렸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2592.27) 대비 42.19포인트(1.63%) 내린 2550.08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한때 2546.80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 10일(2553.01) 이후 이틀만에 연중 최저치다.

외국인들도 매도를 이어가면서 시총 상위 종목들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800원(1.22%) 내린 6만4900원에 장을 마쳤고, LG에너지솔루션(-0.89%), SK하이닉스(-1.36%), 삼성바이오로직스(-0.63%), NAVER(-3.23%), 현대차(-1.37%), 카카오(-5.5%), LG화학(-6.63%) 등이 하락했다．

윤석열 새 정부의 경제 수장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현재 위중 상황으로 진단하고 태스크포스를 가동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국제금융센터에서 추 부총리, 창용 한은 총재, 다수의 민간 전문가와 함께 ‘거시 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경제 충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 여파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물가 상승과 각국의 통화정책 대응으로 인해 금융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무역수지 적자 전환과 실물 경제의 둔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회의에서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으로서 위기 국면으로 진입할지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실물 경제는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는 상승하는 슬로우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금융시장은 주가가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달러화는 강세가 되는 전형적인 불안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상황이 더 심화되면 스태그플레이션과 금융 위기 국면으로도 진입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글로벌 경제의 불안한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 세 가지로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관련 문제, 국제 원자재 가격 등을 꼽았다.

최 원장은 이어 “모니터링 강화하는 것이 현재 최선”이라며 “관계기관 간에 지금 상황 공유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데 이를 적극 활용해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상황을 빠르게 논의 후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새 정부는 현장에서 답을 찾고 민간 전문가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더 나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경제 주체들의 정서와 판단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세밀하게 고려해야 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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