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 최종범 씨의 자살로 장례로 매듭이 지어지는 듯 보였던 노사문제가 결국 사상누각임이 드러났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파업에 대해 또다시 대체인력 파견으로 일감을 줄이는 등 생계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의 발단은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으로 발생했다.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김해분회는 21일 “올 들어 협력사 대표로 나선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이 실무교섭에 나오지 않았다”며 “지난 13일 하루 간 부산을 시작으로 김해센터에서 파업이 벌어지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는 직접 대체인력을 투입해 일감을 줄이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는 A/S수리 및 콜센터 업무를 거의 대부분 외주에 맡기고 있다. 

 

저임금에 시달리던 수리기사들은 삼성 측의 경영, 노무 간섭 등으로 인해 불합리한 대우가 벌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7월 노조를 설립하고 삼성과 교섭을 시도했으나, 삼성 측은 노조법에 근거, 수리기사들은 삼성과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라며 교섭에 나서지 않았다.

 

이 가운데 삼성과 서비스센터 간 노조탄압, 지나친 감사활동, 고의적 일감 줄이기로 인한 생계 위협 등이 발생했고 ‘전태일처럼 노조를 돕겠다’며 최종범 씨가 지난해 10월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씨의 죽음에도 거의 두 달이 되도록 협상의 여지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23일 협력사 대표로 나선 경총이 협력방안을 노조와 합의하고 추후 구체적 사항은 교섭을 통해 해결하기로 하면서 해법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약속된 교섭은 올 들어 이뤄지지 않았고, 노조는 다시 파업 등을 통해 경총에 교섭을 촉구했다. 그러자 삼성전자서비스는 재빨리 광주 쪽 직영센터 수리기사 약 25명을 김해로 파견, 김해 쪽의 일감을 처리하고 있다. 수리기사들은 월급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수당제인 만큼 일감이 줄어든 만큼 직접적으로 생계에 타격이 간다. 

 

삼성은 협력사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도급계약상 고객불편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노조법에 따르면 회사가 노조의 정당한 쟁의를 위해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그 회사는 직원들과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은 것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하청은 원청의 일감을 받아 일해도 독립적인 법인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이유지만, 국내에선 하청이 독립적인 위치를 갖지 못하고 철저히 원청에 종속되는 만큼 국내 실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김해센터는 20일 44명으로 시작해 21일 지회 조합원 1300명 중 480명(36.9%)이 파업에 참가했다. 

 

전국 센터 176곳 가운데 22곳(12.5%)에서 삼성전자 A/S 서비스가 부분 또는 전면 중단됐으며, 울산과 부산 해운대는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한편 서울 36개 센터는 현재 노동위의 조정 절차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찬반 투표를 통한 쟁의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