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추진하면서 원전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띄는 모양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앞다퉈 소형모듈원자로(SMR)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SMR은 증기 발생기 등 주요 기자재를 하나의 모듈로 일체화한 300㎿ 이하의 원자로다.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과 경제성이 뛰어나고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소형모듈원자로 시장은 오는 2035년까지 15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GS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삼성물산과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관련 행보를 보이고 있다. GS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삼성물산 3사는 SMR 발전소 사업 개발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 기술 보유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손잡는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2006년 설립한 테라파워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S에너지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3사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전세계에 SMR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26일 서울 강남구 GS에너지 본사에서 체결했다. 행사에는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나기용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 이병수 삼성물산 부사장, 김성원 GS에너지 부사장 및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사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은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수단이 SMR”이라며 “뉴스케일의 세계 최고 SMR 기술과 우리나라의 우수한 원전 및 발전사업 역량이 어우러져 전세계에 큰 기여를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나기용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은 “이번 MOU는 뉴스케일과 한국 전략투자사들의 협력으로 세계적으로 SMR 사업을 확대하는 초석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한미 간 원자력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러한 원자력 협력은 전세계 SMR 산업을 증진하고, 청정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병수 삼성물산 부사장은 “각사 지분투자협약에 이은 금번 MOU 체결로, 뉴스케일과 한국 전략적 투자사들 간 한층 더 강화된 협력을 통한 SMR 사업개발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라는 사업환경 속에서 SMR 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존 홉킨스 뉴스케일 사장은 “오늘 행사는 아시아 전역에 탄소 배출이 없고 안정적이며, 경제적인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면서 “뉴스케일은 한국 투자사들과 협력해 향후 10년 이내 청정 에너지를 전세계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케일파워의 SMR은 원자력 관련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NRC)로부터 2020년 유일하게 설계인증을 받아 앞선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력 생산뿐 아니라 고온 스팀을 활용한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및 산업단지에 공정열 공급 등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활용 가능하다. 뉴스케일 SMR을 사용한 발전소는 2029년 미국 아이다호 주에 건설돼 상업가동될 예정이다.

이들 4개 회사는 이번 MOU를 통해 뉴스케일의 SMR 기술, GS그룹의 발전소 운영능력,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력발전 기자재 공급능력, 삼성물산의 발전소 시공역량간 시너지를 낸다는 목표다. 특히 원전 기자재 제작부터 발전소 시공 및 운영까지 대부분을 국내 기업들이 담당해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 회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SK그룹도 SMR사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최근 재계에 따르면 SK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차세대 원전 벤처기업인 테라파워에 수백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재계에서는 그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SG경영을 강조해 온 만큼 차세대 탈탄소 수단으로 꼽히는 SMR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 지난해 최 회장이 "친환경 사업에 850억 달러(102조7000억원)를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점과 테라파워의 가치를 감안하면 최소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3500만달러를 출자해 2006년 설립했다. 기존 원전이 냉각재로 사용하는 물 대신 액체 금속 나트륨(소듐)을 사용하는 SMR을 개발 중이다. 액체 나트륨은 물보다 끊는 점이 높아 사고가 나도 과열될 가능성이 낮아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경수로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테라파워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에너지부가 40억달러(약 4조9000억원)를 투자해 2028년까지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345MW(메가와트)급 SMR ‘나트륨’을 건설, 60년간 가동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워런 버핏 소유의 전력회사도 참여한다.

최 회장은 지분 투자와 함께 테라파워 이사회에 합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은 빌 게이츠, 부의장은 마이크로소프트 CTO(최고기술책임자) 출신인 네이선 미어볼드 인텔렉추얼벤처스 공동창업자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탈원전 백지화’, ‘민간주도 시장성장’ 등을 내건 차기 정부의 공약을 염두에 두고 원전사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 사회가 강조하는 ESG경영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원전 수출 강국이었던 한국이 원전 시장에서 재도약 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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