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개최한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 토론회에서 여가부 폐지에 대한 찬성 및 반대, 여가부 업무의 타 부처 이관과 신규 부처 설립, 여가부 기능 강화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간 가운데 이번 논란의 배경을 지적하는 ‘쓴소리’가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 홍성걸 국민대학교 교수는 “여성들의 위기라는 것이 실제로는 ‘여성운동가들의 위기’ 아니냐”며 “여가부가 독립부처로 존재한 것은 수많은 여성 관련 이익 집단 먹여 살리기와 여성단체 리더의 정계 진출 및 장차관 등 자리 확보, 부처 공무원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여성인권은 아시아에서 1등인만큼 여성인권이 낮다고만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출생률 저하 등 다른 문제들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여가부 산하 이익집단이 640여개로 이들 집단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이 문제”라며 “국고 횡령과 지원금 유용이 발생해도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국민의 비판을 받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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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5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 토론회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과 공동 개최했다. 토론회에 앞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허명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1998년 국민의정부 당시 여성특별위원회로 출발한 지금의 여성가족부는 해바라기아동센터 설립,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설립 등 국민들의 삶에 큰 도움이 됐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불거졌고, 이는 대선 이후 현실화되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대한민국의 여성 권익향상과 세계 1위로 부상한 대한민국의 저출산문제, OECD 최하위 성별 임금 격차 극복을 위해 여성가족부는 발전적 방향으로 수선되고 개편돼야 한다. 저출산문제, 영유아 보육, 청소년, 여성, 노인, 가족 등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발전적 대안 모색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오늘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번 토론회는 여성가족부의 설립을 주도한 단체로써 직접 폐지와 대안을 다루는 토론회인 만큼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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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20년의 세월동안 여성가족부는 부처의 이름을 바꿔가며 명맥을 유지했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보다 국민들께 많은 실망만을 안겨줬다. 정부의 야당 역할을 해야 할 여성가족부는 ‘여당가족부’라는 오명까지 썼다”며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학습 할 수 있는 기회”라 망언하고, 정의연사태 때는 ‘보조금 배부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등 국민들의 시선에는 미달된 모습만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여성가족부가 해왔던 가족정책, 양성평등정책은 중요한 갈림길에 접어들고 있다”며 “여가부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양성평등 문제에 대해 미래지향적이고 규모있는 체제로 개편하는 독일식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에 앞서 발제를 맡은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성가족부와 관련한 핵심 이슈로 ‘여성정책의 기획, 총괄, 조정, 집행 기능을 맡아 인구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부처라고 하기에는 독립부처로서 규모와 위상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여성정책’ 주무부처가 존재하는 만큼 △가족정책, 청소년, 영유아 정책 등 인접 기능이 분리 배치되고 △타 부처는 월권행위 방지를 위해 여성관련 기능을 배제하거나 포기하게 되지만 △여가부가 가족정책 등 여성 정책외 연관 분야 업무를 전부 감당하기에는 규모나 예산이 ‘소규모’라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여성가족부의 현 구조는 △장·차관 △2실(기획조정실·청소년가족정책실) △2국(여성정책국·권익증진국) 등이다. 2022년도 예산은 총 1조 4650억원으로, 일부 유사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예산 62조 2729억원에 비해 규모가 작다.

여가부 예산 중 ‘여성 및 성 평등’ 관련 예산도 1055억원에 불과하다. 여성폭력 피해 보호지원 및 인신매매방지 등 ‘권익증진’ 예산 1352억원을 포함해도 2407억원에 그친다. 현재도 여가부 예산 중 대다수가 여성이 아닌 가족(9063억원)·청소년(2716억원)에 투입되는 만큼 현 ‘여성가족부’ 명칭을 유지하기보다 조직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 홍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또 “여성가족부 존폐 논란 뒤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며 이익집단 정치와 관료 이익의 연합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날 “여성들의 위기라는 것이 실제로는 ‘여성운동가들의 위기’ 아니냐”며 “여성관련 시민단체, 여성정책연구원, 양성평등교육원 등 유관기관과 수많은 여성관련 이익집단 먹여 살리기와 여성단체 리더들의 정계 진출 및 장차관 등 자리 확보, 부처 공무원의 이해관계에 부합하기 위해 독립부처로써 존재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쿼터를 나눠 갖는 소극적 여성정책에서 양성평등 정책으로 확대 돼 사회전반에서 동등한 위치를 점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여가부로는 어렵다”며 “여성정책은 종합정책 중에 어우러져야 하며 여성정책을 별도로 두는 것은 여성의 지위나 효과성을 떨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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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현재의 여가부를 폐지하고 ‘복지가족부’를 만들어 기능을 이관해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홍 교수는 이 외의 대안으로 대통령실 민관협력위 중 하나로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모든 부처가 양성평등 원칙에 의해 소관 정책을 사전 검토한 뒤 양성평등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양성평등위는 정부 정책 전반에 양성평등 원칙이 적절히 반영돼있는지 검토하고 문제가 있으면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홍 교수는 ‘성평등 정책 추진을 위한 독립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독립부처의 존재 여부와 정책 성과의 관계가 불분명하다”며 “여가부라는 명칭에 매달리기보다 ‘일 잘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복지, 노동, 출생, 가족 등이 종합된 정책 프레임 속의 여성정책, 양성평등 추진을 통한 성과 극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오늘날 여성 지위가 과거보다 나아진 게 없다고 여기는 건 올바르지 않다. 한국의 여성인권이 꼭 불평등한것만은 아니다. UN양성불평등지수(GII)에서 한국은 189개 조사 대상 국가 중 11위고 아시아에서는 1위”라며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상 한국의 성별격차지수(GGI)가 156개국 중 102위로 낮긴 하지만 20년 동안 세계 1위인 자살률만큼 심각한 지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 교수는 ‘여성 인권이 향상된 만큼 이제는 자살방지, 출산 증진 등 인구 감소 방지를 위한 정책을 발굴할 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를 위해 현 여가부를 폐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여성 인권만 높여달라고 하면 우리가 얻을 게 뭐냐”며 “여가부가 호주제·친고죄 폐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물 삭제, 청소년 보호 체계 구축, 모성보호 3법 도입 등 여러 성과를 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여성의 인권만을 생각하고 가부장주의 타파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임하는 미래에는 여성 인권보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는 부처의 신설이 필요하다. 성 평등 정책은 성 평등위원회에서 담당하는 대신 인구정책, 자살방지, 아동학대방지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어젠다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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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640개가 넘는 이익집단이 여가부 산하에 머물고 있으며, 이들 집단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도 문제”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여러 성인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보니 국가 보조 사업에서 횡령과 유용이 발생해도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국민의 비판을 받는 가장 큰 부분이다. 예산의 공정한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날 여가부 폐지 이후의 대안으로 △대통령 직속 성 평등위원회 설치 △여가부 업무의 고용노동부 여성정책과,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관, 법무부 피해자지원국 등으로의 이관 △미래가족부(가칭) 등 신규 부처 설치 등을 제시했다.

홍 교수와 이 교수가 제안한 위원회 설치 방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제기됐다. 차인순 전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여가부 기능 중 가족과 청소년, 여성고용은 각각 고용부,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여성 및 성평등 분야를 ‘대통령실 민관협력 위원회’로 개편하는 ‘위원회 형태’는 이미 1998년 여성특위로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2022년을 1998년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특히 민관협력위원회의 경우는 정부조직법상 기구도 아닌 만큼 1998년 여성특위보다 더 후퇴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또 타 부처로의 여가부 업무 이관도 “비효율을 초래한다”며 “이미 보건복지부 업무가 비대화돼 있으며 여가부 기능을 분리해 이관하면 ‘곁다리 업무’가 될 게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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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회정책은 통합적 관점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성평등정책은 주요 사회정책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개개인의 삶은 정부 기능처럼 나눠져 있지 않다. 여성·아동·청년·노인 문제는 동시에 내 삶에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며 “신설되는 부처에는 여가부의 4대 정책 기능(양성평등·젠더폭력방지·가족·청소년 정책)은 유지하되 성평등 일자리 정책 강화, 2030 젠더 갈등 해소, 돌봄 정책 강화, 저출생 대응 등 시대 문제를 포함하는 방안으로 개편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부터 2014년 여성가족부 업무를 맡았던 이복실 전 차관은 여가부 폐지 논란의 발단에 대해 “잘못된 오해와 2030 세대 젠더 갈등이 의도치 않게 번진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여가부 무능이 도화선이다. 여가부가 권력형 성폭력에 침묵했고, 오해에서 비롯된 여가부 폐지론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젠더갈등을 완화하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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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차관은 ‘여성가족부’라는 명칭에서 ‘여성’을 빼야한다고 말했다. ‘여가부 정책은 여성우대 정책이라는 오해를 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 전 차관은 “제가 여가부 업무를 맡게 된 후부터 ‘여가부 공무원은 대부분 여성단체출신’이라는 오해와 ‘여성계 출신이냐’, ‘왜 여가부로 왔느냐’ 등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현재 선거 시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외에 다른 할당제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음에도 ‘여성 할당제 때문에 남성이 피해를 입는다’는 식의 오해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더 채용되는 성별은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고, 한부모 정책, 양육비이행확보 정책도 남성과 여성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여성이라는 명칭을 왜 진작 양성평등으로 바꾸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차관은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명칭을 바꾸고 기능을 확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여가부는 아이 돌보미, 경력단절 여성지원, 양육비이행제도, 학교 밖 청소년지원 등 타부서에서 하지 않았던 사각지대 업무를 발굴해서 제도화한 성과가 있다. 이같은 업무가 다른 부처로 전면 흡수 땐 ‘마이너’ 차원으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며 “특히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피해자 보호 업무가 가해자 처벌에 방점을 두는 법무부로 이관되면 피해자 권익 보호가 소홀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윤상현 의원은 ‘독일식 모델’을 추진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하나 베커 독일대사관 1등 서기관에 따르면 독일의 연방여성가족부는 1994년 독일 헌법 개정 당시 ‘국가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의 실질적 관철을 촉진하고 현존하는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이를 근거로 설치됐다.

독일 연방여성가족부는 △민주주의와 참여국 △가족과 디지털국 △인구변화와 사회복지국 △양성평등국(구 여성국) △아동청소년국 5개국으로 구성되어있다. 독일은 연방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16개주가 각각 양성평등장관을 두고 있으며, 1만1000개 개별지자체별 양성평등담당관이 존재한다. 

하나 베커 서기관은 “독일에서도 여론 조사결과 남성보다 여성이 양성불평등, 임금격차 등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현재 독일의 성별 임금 격차는 1%수준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의 시급이 18% 적고, 특히 여성들이 받는 연금 수령액은 남성들의 연금 액수보다 49%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양성평등은 지속되는 프로세스로 봐야하는 것”이라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적극 참여해 양성평등을 위한 정책을 지속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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