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최근 산업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아온 대형 M&A 계약들이 차기 윤석열 정부의 과제로 넘어갔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업의 쌍용차 인수는 초기부터 제기돼온 '자금 여력'에 대한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모양새다. 쌍용차는 최근 에디슨모터스컨소시엄이 지난달 25일까지 잔여 인수대금 2743억원을 예치하지 못했다며 새 주인 찾기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과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도 과제로 남게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간 M&A도 주요국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쌍용차 "새 주인 모색" 에디슨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쌍용자동차와 에디슨모터스간 M&A는 법정 분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꼴'로 대표되던 양사간 합병 논의는 결국 쌍용차가 재매각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무산됐다.

당초업계에서 지적해온 대로 △에디슨모터스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쌍용차에 비해 미미해 인수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회생계획안에 담긴 회생채권 변제안에 대한 상거래 채권단의 반대 가능성 등이 발목을 잡았다.

회생계획안 법정인가 시한이 약 6개월만을 남긴 가운데 쌍용차는 복수의 인수 의향자들과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다. 우선 쌍방울이 특장차 제조 계열사인 광림을 통해 계열사 컨소시엄을 구성,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공식화한 상태다.쌍방울그룹 상장계열사는 광림, 나노스, 비비안, 인피니엔티, 아이오케이 등 7개다.

쌍방울은 쌍용차 매각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에 구두로 인수 의향을 밝혔고, 이번주 중 인수의향서(LOI)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전히 쌍용차가 '지나치게 덩치 큰' 매물이라는 점이 업계 안팎의 우려를 사고 있다. 쌍용차는 현대, 기아, 르노코리아, 한국지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5대 완성차 업체중 하나로 매출 2조원대에 달하지만 이를 인수할만한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아서다.

현재 인수를 적극 추진 중인 쌍방울그룹의 연간 매출은 4400억원이다. 그러나 핵심 인수 주체인 광림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계열사 나노스, 아이오케이는 순손실을 내고 있다. 지난해 각각 광림은 230억원, 나노스는 276억원, 아이오케이는 36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쌍방울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 참여를 위해 1000억원대 자금을 확보했으며, 추가 인수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관측하는 쌍용차 인수에 필요한 최소 자금은 5000억원이다.

한편 에디슨은 지난달 28일 쌍용차의 계약 해제 통보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쌍용차 관리인 정용원의 일방적인 계약 해제 통보는 무효이며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계약자 지위가 유지되므로 해제 통보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쌍용차 측은 "회생법원의 회생계획안 배제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없다는 것은 채무자 회생법에 명백히 규정돼 있다"며 "에디슨모터스의 특별항고는 민사소송법 제449조에 근거한 것으로 재판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될 경우에만 제기할 수 있다"고 잘랐다.

쌍용차는 오는 10월15일까지 새 주인을 찾아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 인가를 받는 '인가 전 M&A'를 추진할 수 있다. 시한이 지나면 법원이 M&A를 주도하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 절차를 밟게된다. 

HMM·대우조선해양 각각 매각해야

HMM·대우조선해양 매각도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HMM과 대우조선해양은 모두 산업은행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산업은행은 HMM의 지분 20.69%, 대우조선 지분 55.7%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으나, 지난 1월 유럽연합(EU)이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좌초됐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HMM 지분 매각에 대해 "원활한 M&A 추진을 위해 필요한 만큼은 단계적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지분이 70%가 넘는데 이를 모두 운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매각이 쉽게 되도록 지배주주 지분만을 내놓고는 단계적으로 시장에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올해 "국내 조선산업의 발전을 위해 '주인 찾아주기'는 반드시 다시 추진돼야 한다"며 "대우조선 향후 처리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3월에 경영컨설팅이 끝날 것으로 예상돼 그 이후 자세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HMM 인수에 나설 여력이 있는 그룹으로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 등을 거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선 포스코, 한화, 효성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인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HMM과 대우조선해양은 섣불리 인수 의사를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의 매물이다. 특히 HMM은 2021년 호실적을 거두면서 기업가치가 커져 인수자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HMM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52% 증가한 7조3775억원, 매출은 115% 증가한 13조794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5조3262억원으로 전년 대비 4200% 증가하면서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11년부터 9년 내리 쌓였던 누적 영업적자 3조8401억원을 해소하고 2015년 2499%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기준 73%까지 낮췄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가능할까

올해 항공업계의 최대 이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여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간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기업결합의 목적이 저해된다"등의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현재 공은 차기 윤석열 정부의 지원여부와  미국, 영국, 호주, EU,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 경쟁당국으로 넘어간 상태다. "대한항공이 그간 비필수 국가 경쟁당국 들의 승인을 받아냈지만 그보다도 사실상 이들 6개국 경쟁당국의 승인여부에 M&A 성사가 달려있다"는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방만경영에 따른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M&A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2019년 11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이듬해인 2020년 초 코로나19가 터져 실적이 급락했고, 같은해 9월 인수자 측에서 "실사 결과 당초 알련진 규모보다 부채가 상당하다"며 인수를 거부래 채권단 관리 체제가 됐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주도로 2020년 11월 대한항공이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2021년까지 기업결합신고를 모두 마치고 2023년께 통합항공사를 출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같은 계획은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주요국 경쟁당국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회의 일정 연기'를 사유로 들어 심사를 미뤄온 탓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올해 2월이 돼서야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며 운수권과 슬롯 제한등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국 중 어느 한 경쟁당국이라도 불허 결정을 내리면 M&A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특히 앞서 EU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을 불허한 점, 캐나다 1위 항공사 에어캐나다-3위 에어트랜샛 간 M&A도 무산시킨 점 등이 위험요소로 꼽힌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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