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나무는 종교가 없는데도 늘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여러 종교를 가져 보았지만

단 한 번 기도다운 기도를 드린 적이 없다

풀잎은 풀잎인 채로, 구름은 구름인 채로,

바람은 바람인 채로 이미 자신이 되어 있는데

기도도 없이 기도가 되어 있는데

사람인 나는 내가 까마득하다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타향살이다

제자리걸음으로 천만리를 가는 별이여

떠난 적도 없이 끝없이 떠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바위여

누가 세상 가장 먼 여행지를 자기 자신이라고 했던가

명소란 명소는 다 돌아다녀봤지만

흔들리는 꽃 한 송이 앞에도 당도한 적 없는 여행자

하여, 나는 다시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이 부끄러움이나마 잊지 않고 살게 해달라고

이 생에 철들긴 일찌감치 글러 먹었으니

애써 철들지 않는 자의 아픔이나마 잊지 않게 해달라고

손택수 시인의 시 「탕자의 기도」를 읽으면 “나도 탕자”라는 생각이 든다. 시를 읽을수록 ‘탕자’에 공감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삶을 음미하며 다시 추스르게 한다. 어깨에 멘 욕망의 짐이 너무 무겁지는 않았는지, 남의 탓으로 여기며 그늘진 곳을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자신이 뜻 한 바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여러 반성도 하게 된다. 흩어진 발자국을 모으고 새길을 찾아보려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꾸밈없이 늘 진심을 다해 기도드리는 나무는 종교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나는 여러 종교를 가져 보았지만/단 한 번 기도다운 기도를 드린 적이 없다”는 고백 속에 이미 진실한 기도가 들어있는 것 같다.

여러 종교를 가져보았다 함은 방황 속에서도 자신을 찾기 위해 무던히 애쓰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아파한 흔적이라고 생각된다. “명소란 명소는 다 돌아다녀봤지만/흔들리는 꽃 한 송이 앞에도 당도한 적 없는 여행자”는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타향살이”에 머물고 있다. 하여,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는 탕자 같이 보이지만 이미 무릎을 꿇고 뉘우치며 참 삶을 살겠다고 절절히 노래하고 있지 않는지?

시인은 “풀잎은 풀잎인 채로, 구름은 구름인 채로,/바람은 바람인 채로 이미 자신이 되어 있는데/기도도 없이 기도가 되어 있는데“ 우리 인간은 왜 그 자신 그대로 살아가지 못하는지를 성찰하고 있다.

“누가 세상 가장 먼 여행지를 자기 자신이라고 했던가” 자문하며 자신에게 도달하려 다시 일어섬은 저 혼자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에는 진실한 공생을 하고자 하는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며 우리는 한 번이라도 기도다운 기도를 드렸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보며 저마다의 마음 그 끝, 하늘에 닿을 때까지 기도를 드려야겠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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