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과 관련해 환경적 가치 외에도 신산업 선점에 따른 실익이 존재하는 만큼 한국도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최대액을 작년보다 100만원 축소시켰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주요국은 보조금 지급 시 특정 기술 우대, 탄력적 지급, 가격 기준 설정 등 실익을 추구한다”며 “당분간 시장에서 보조금 효과가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정책의 실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보조금은 정부가 차량 대금의 일부를 지원해 전기차의 실 구매가격을 낮춤으로써 보급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온실가스와 대기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이 기본 목표지만,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 축이 파워트레인 전동화로 옮겨가는 만큼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자국 내 신산업 육성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게 한자연의 지적이다.

한자연에 따르면 △보조금을 통해 자국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내수 판매가 증가하면 생산단가가 줄어들면서 대외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고, △부품·인프라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한자연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서 특정국가의 제품을 명시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국제규범상 어렵다”면서도 “자국산 제품의 특성을 고려한 보조금 지급 방식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세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요국이 전기차 보조금으로 자국의 실익을 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 일본 등은 자국 회사의 기술적 특성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을 운용 중이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장려하는 배터리 교환 서비스(BaaS)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차량가격 30만 위안 이하’인 보조금 기준에서 예외로 인정된다. 또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도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한다. EREV는 외부에서 충전이 불가하고 엔진이 상시 작동한다는 점에서 보조금을 미지급하는 국가도 많지만 중국은 Li Auto 등 자국 기업의 EREV 생산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재난발생 시 전기차가 비상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외부 급전 기능이 탑재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추가 지급, 자국산 전기차를 우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부분의 일본산 BEV 및 PHEV는 외부 급전 기능이 장착되어 있다. 해당 기능이 없는 외산 전기차에 비해 차량 1대당 보조금 상한액이 20만엔 더 높다.

독일은 BMW, 벤츠 등 자국 완성차 기업이 내연기관 기술에 강하다는 점에 착안해 내연기관이 탑재된 PHEV에 여타 유럽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액수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 결과 2021년 내수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가 PHEV 판매량에 힘입어 전기차 판매순위 1~4위를 차지했다.

한자연은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의 영향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합리적인 실익 추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전기차 관련 기업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 등 다양한 기술 요건을 구체화해 전기차 및배터리 산업의 혁신을 동시에 추구해온 중국 등의 정책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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